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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기독교 정부가 구성되면서 불자들의 우려가 날로 더해가는 가운데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가 5월 1일 ‘인연 있는 모든 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작금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종교자유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진솔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표는 불자와 기독자 교수들이 공동주최한 종교권력 세미나 및 CBS 출연과 관련해, 서로의 더 잘 알게 한 자리였으며, 힘을 모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가자는 뜻을 모은 유익한 자리였다고 술회했다.

박 대표는 또 투표소를 종교시설에 설치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곧 내려질 예정이라며, 다음 선거부터는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고 선거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간곡한 입장을 밝혔다.

대광고 강위석 군의 학원 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고독한 투쟁에 대해 대광고가 <대광60년사>를 통해 ‘철없는’ ‘소영웅주의’ 운운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 박 대표는 5월 6일로 다가온 강위석 군의 고등법원 판결이 좋은 결과를 낳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지방의 H대학이 교직원 임용에서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과 관련, 특정종교가 운영하거나 설립한 대학에서 교직원 채용시 종교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근절시켜야할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띄워진 박광서 교수의 편지 한 통이 일으킨 여운이 불자들의 가슴에 파문처럼 잔잔히 번지고 있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편지 전문>

인연 있는 모든 분들께,

나무가 푸른 옷을 꺼내 입고,

초파일 등이 걸린 산사가 평화로운 계절입니다.

살로몽 프랑스건축가협회장이 한국 도시건축물을 보며,

전통건축문화 살리지 못하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해 아쉽다고 했다지요?

“내 집은 당신 집의 경관”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네요.

“내 집 내가 짓는데...” 혹시 우리가 그런 생각만으로 살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늘 ‘우리’라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개인’의 이익과 ‘돈ㆍ편리’만 쫓는 스스로의 모습이 답답했었는데, 서구인이 오히려 전체의 조화와 공동체 정신을 지적해 주니 부끄럽네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종교자유 관련 몇 가지 함께 나누고 싶은 소식들입니다.

1. 종교권력 세미나

4월 18일 오후 성공회대학에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공동 주최로‘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5시간가량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종교가 세속적 힘까지 얻으려고 정당까지 만들어 스스로 권력이 되려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차였기에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크게 보인 세미나였습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힘을 모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열린 지성인들의 자리였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주도하신 김은규 성공회대 교수께서는 “대운하든, 티베트 문제든 무엇이든 불자교수들과 기독자교수들이 함께 만나서 논의하고 협력해 풀어가자”고 신뢰와 기대를 보내셨고, 특히 세미나가 끝날 때쯤 성공회대 권진관 교수께서 “불교는 권력화 하는 것을 자제해 온 것 같다. 기독교가 더 불교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코멘트를 했을 때, 개신교 교수로서 그런 말이 가능한 자리가 있다는 게 (아직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희유한 일이지만) 고맙게도 생각되었습니다. 인사말씀 하신 김성은 기독자교수협의회장(서울신학대 교수)은 “템플스테이에 기독교 교수들도 불러 달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럼 얼마나 좋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4월 23일 CBS-TV에서 신학교수 2인과 제까지 출연해서 1시간 정도 대담프로를 진행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불자교수까지 초청해서 예민한 문제를 어렵사리 다루어준 셈인데, 기독교 TV가 보수 개신교인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되네요.

일부 관련 있으신 분들께는 이미 전체 자료를 보내드린 분들도 계시지만,

2. 종교시설 투표소

지난 2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투표소를 종교시설에 설치한 것은 종교자유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낸 바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마련해오던 관행을 문제 삼은 것이지요.(17대 대선 때 전체 8.9% 중 교회와 성당 98%)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교시설 투표소는 피해야 하는데, 특히 서울의 경우 23.1%가 교회 투표소였고, 몇 개 구는 30%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3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선관위에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인지 4월 9일 18대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종교시설 투표소 수가 전국적으로 8.9%에서 6.74%로 1/4 정도 줄었습니다. 선관위 입장에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를 본안심의하기로 결정했으니 다음 선거 때부터는 불편한 마음으로 선거를 하지 않아도 될는지 기대해봐야겠지요.

3. 학생의 종교인권

대광고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의무규정의 명문화 요구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제 18조의 4항(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2007년 12월에 신설되어 2008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 흐름 속에 최근 대광학원이 발간 배포한 ‘대광 60년사’는

강의석군 사건에 대해 너무 어처구니없이 기술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철없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 주장”

“반미 친북의 좌파 이념에 빠진 시민단체들은 사회의 폭발적 이슈를 찾던 중 기독교학교의 예배 문제가 불거지자 좋은 먹이감이 생겼다고 몰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이 문제에 달라붙었다. 강 군을 이용하여 문제를 확대하여 자기들의 투쟁 업적(?)을 쌓아보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단순한 학생은 그의 소영웅 심리가 발동, 시류에 영합하여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야심에 사로잡혀... 운동권 시민단체들은 좋은 투쟁거리로만 생각할 뿐, 교육의 의미, 학생의 장래 등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질 수준들이 아니었다”

하나의 사건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 생각하니 착잡합니다.

이에 지난 4월 29일 전교조 사립위원회는 “일부 내용이 진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며 공개사과와 배포된 책을 모두 수거하여 폐기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필요하다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6일 강의석군 사건 고등법원 공판이 있는 날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4. 교직원 종교제한은 종교차별

2005년 5월 지방의 H대학 조 아무개 교수가

“교수 공개채용 시 지원자격을 ‘투철한 기독교 신앙인’으로 제한함으로써 비기독교인이면서 실력 있는 교수 지원자들의 진출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

이라며 진정한 건에 대해, 2008년 1월 인권위가 “해당 대학은 교수 채용 시 응시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관행을 시정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대학의 건학이념에 부응하는 자를 교원으로 임용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는 그것이 내심에 머무르는 한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 없지만, 행위로 표출되는 경우에는 대외적 행위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나 대학의 자율성이 무제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공공성 및 개별학부, 학과 혹은 교과과정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교수직 채용에서 일률적으로 기독교인인지 여부를 실질적인 채용요건으로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H대학은 교수 임용시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고 지도할 것’이라고 응모자격에 명시하는 한편 세례유무, 세례연도, 신앙관이 포함된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실제 교원 178명 중 천주교인 1인을 제외하고는 177명 전원이 개신교인인 점은 순수 종교단체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경제학이나 공학을 가르치는 데 왜 기독교인 교수라야만 할까요. 또 국민의 1/5에도 못 미치는 개신교인 중에서만 교수들을 임용할 때 우수한 학자를 초빙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고 그럴 경우 개신교인 교수만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해당 대학은 “학교 문을 닫으란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아무리 사립학교라 할지라도 공교육 체제 내에 있는 한 국민의 기본권은 지켜주어야겠지요.

종교사학의 교직원 임용 시 관행적으로 해오던 종교제한을 해소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인권 신장의 시금석이 될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은 헌법소원까지 가게 될 사안으로 판단되며,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법학교수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 티베트 사태와 중국 올림픽

반세기 전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어와 종교, 문화가 전혀 다른 독립국가 티베트를 강제 병합했던

중국이 올림픽을 매끄럽게 치르기는 어렵게 된 것 같습니다.

소수민족의 문화자치권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국답지 않은 태도가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지요.

여러 나라에서 성화봉송 때 소란이 있었지요.

우리나라는 4월 27일 올림픽공원에서부터 시청광장까지 명사들이 봉송 주자로 나섰는데,

일부 인사들은 티베트 인권문제로 봉송을 거부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 초청을 시도했던 저희들이었기에,

그리고 일제 36년간의 아픔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 한국인들이기에,

티베트인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의미에서 3백여명이 4월 27일(일) 오후 4시

탑골공원부터 시청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된 ‘평화의 성화 봉송’ 걷기에 참가했습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임순례 ‘우생순’ 감독 등

33인의 사회 인사들이 성화 주자(?)로 함께 했지요.

그런데 오성홍기를 휘두르며 나타난 중국 청년들이 길 건너에서 야유와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며 움찔했습니다. 결국 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권유로 목표지점인 시청까지 못 가고 광화문에서 해산할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 청년들은 흩어진 사람들 중 일부와 실랑이를 했고 가지고 있던 ‘티베트 평화’가 쓰인 풍선도 빼앗아 터뜨렸습니다. 저도 얼떨결에 당했구요.

의사 표현은 자유지만 이성적으로 하지 못하고... 참으로 무례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여기저기서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것은 언론에서 다루어서 모두 알고 있는 대로구요.

너무 긴 편지를 드려 죄송합니다.

평화로운 내일을 꿈꾸며. 5월 1일 박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