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적 거리축제로 자리매김한 연등축제의 전신, 즉 현대적 의미의 서울 도심에서의 제등행사는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을까.

그 공식적인 기록은 1955년 초파일행사 중 연등을 들고 동네(종로일대) 한 바퀴를 돈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1954년 11월 초 이른바 정화불사 중 비구측이 태고사에 입주한 후 조계사로 현판을 바꿔달고 이듬해 초파일 행사에서 종단차원의 제등행사를 최초로 거행한 것이다.

초기에는 조계사와 동국대가 활발하게 제등행사를 벌였고, 1962년 통합종단 출범이후에는 제등행사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게 되면서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 행사를 지휘했다. 이후 대불련, 관음회, 청소년교화연합회 등 신행단체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청년 및 학생들 중심으로 제등행렬이 진행됐다. 사찰은 각 절마다 초파일 행사를 치르느라 제등행사에는 참석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러다가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동대에서 치러진 봉축행사에 수만 명의 불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공간부족 문제로 부득이 다음해인 1976년부터 여의도에서의 제등행사가 시작되어 1996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질 때까지 이어졌다. 1996년 이후에는 단순한 제등행사가 아닌 연등축제로 승화발전되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막연하게 일제 강점기에서 연등축제의 연원을 찾던 것이 사실과 다름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말해 연등축제는 근대에 우리 불교도들이 자발적으로 탄생시킨 자랑스런 민족축제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 같은 생생한 연등축제(제등행사)의 역사가 『초파일 행사 100년-연등축제를 중심으로』라는 이름으로 총 정리되기까지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것이 초파일 1백년을 한권의 묵직한 책으로 정리됐다는 식의 단순한 평가가 온당치 않다는 반증이다.

‘부처님오신날봉축위원회’와 ‘대한불교조계종행사기획단’이 주도한 이번의 자료집 발간은 현대적 의미의 연등축제(제등행렬) 전개과정과 의의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등축제의 역사적 연원을 규명하고, 그 사상적 맥락을 찾아내 보다 발전된 형태의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연등축제의 규모와 참여인원, 국민적 관심도는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그 기원과 역사에 대한 정리된 자료나 연구 성과가 없어 향후 연등축제의 발전방향이나 관련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봉축위원회 박상희 팀장은 이와 관련 “이 연구물은 연등축제의 성과 정리를 통하여 지난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연등축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계기를 만들며, 나아가 우리나라 고유의 집단놀이문화의 현대적 변용을 찾아내기 위한 기초사료의 의미를 갖는다”고 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료집에는 1907년부터 2007년까지의 초파일 행사 관련 기사와 제등행렬 약도, 행렬 순서도, 포스터,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담겨있다. 또한 부록으로 지난 100년간의 초파일 날짜와 제등행렬ㆍ연등축제일이 도표로 정리돼 있으며, 1947년 4월 16일 작성된 ‘석존강탄절기념봉축에 관한 건’ 문서도 실려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초파일 행사가 사회와 불교의 변화 속에 매년 발전해 온 것을 자료를 통해 알게됐다”며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연등축제가 과거의 축제일 뿐 아니라 미래사회에 중요한 국민적 화합축제로 승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