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BBS)이 14일 위성TV와 케이블을 통해 방송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불교TV(btn)에 양사의 통합을 공개 제안했다.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불교TV에 통합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새로운 영상포교 시대를 열어나가고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특징을 각각 살릴 수 있도록 통합을 거듭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학종 대표기자 urubella@naver.com

<해설>불교방송이 불교TV에 공개적으로 통합을 제의한 것은 일종의 최후통첩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통합을 제의했는데도 별 진전이 없었으므로 공개적으로 다시 촉구하는 자체가 매우 공격적이다. 실제 이날 영담 스님은 불교방송도 영상사업 진출을 계획 중에 있음을 밝혔다. 다만 보다 효율적인 방송포교를 위해 불교TV에 통합을 우선 제안한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영담 스님은 또 통합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과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실제로 영담 스님은 이 문제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지원 및 중재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담 스님이 이날 공개한 통합 제안서는 불교TV쪽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통보성 내용이 곳곳에 담겨져 있다.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불교계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상포교 활성화가 필요, 기독교 등 타종교는 CATV 4개 채널을 운영 중이고, 특히 CBS의 경우 경인TV 주식 5%를 보유하는 등 지상파 TV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불교TV가 독자적으로 타종교의 영상선교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은 분명한 현실 아니냐, (따라서) 불교계 유일한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BBS도 TV분야에 진출해 영상포교를 활성화할 방법을 모색할 당위를 가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들은 듣기에 따라서는 불교TV가 통합에 응하지 않으면 독자적 추진을 할 수밖에 없다는 통보로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영담 스님의 이날 발언들은 매우 적극적이며, 보기에 따라서는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현재 불교방송이 보유하고 있는 불교TV 지분 8%에, 43%의 주식을 추가 인수하거나 불교TV와 상호지분을 획득하는 방안 등 통합절차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 즉 불교방송은 지난 2006년 이사회 결의이후 불교TV 주식 8.6%(이수덕씨 보유분)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43%를 인수해 51.6%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은 인수성격의 통합에 대한 불교방송의 강한 의지를 반증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영담 스님은 불교TV도 불교방송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해 상호지분을 획득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일단 불교TV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2개월 정도 시한을 정해 불교TV의 입장표명을 기다리겠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불교TV에서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후 독자적으로 영상사업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못박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불교방송은 통합을 위한 지분 인수자금으로 40~5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80여억원인 불교TV의 지분을 액면가를 인정해 51%를 인수하는 데 드는 자금이다.

불교방송과 불교TV가 통합할 경우 불교계 방송매체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할 것이라는 게 불교방송의 설명이다. 불교방송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라디오와 TV프로그램의 상호교환이 가능하고 인력활용의 극대화로 제작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통합이후 두 기관의 장점을 살려 차세대 매체인 IPTV 진출에 주력할 수 있다는 점도 통합의 시너지 효과로 꼽힌다.

불교방송의 공세적인 불교TV 인수통합이 성공할지, 아니면 통합이 물 건너가고 불교방송의 독자적인 영상매체 진출로 불교계에도 영상매체 경쟁시대가 열리게 될 지는 교계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향이든 영상포교 활성화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통합 여부를 둘러싼 양 방송사의 행보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선은 모처럼 밝고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