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주사 사태, 대중공의로 풀어야한다

창원 성주사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 주지의 공금횡령을 둘러싼 의혹이지만, 그 내면에는 서해문도회에 사찰운영권을 부여했던 관행에 교구본사인 범어사가 제동을 걸고 문중 밖의 사람을 주지로 발령한 것이 갈등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지로 품신된 당사자가 총무원 집행부에 적지 않은 공양비를 제공한 관행까지 불거졌으며, 문도 내부의 갈등 표출에 이어, 신도회가 신임주지의 부임을 막아서는 안타까운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삼보정재는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의혹이 있다면 한 점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비리가 있었다면 전 주지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종법에 의거하여 엄중히 처벌하여야 할 것이며, 운영권을 갖고 있던 문도회 또한 연대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교구본사, 총무원 등이 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면, 명백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주사 갈등의 본질은 ‘문도회의 사찰운영권’이라고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사자인 문도회, 교구본사, 총무원은 이 본질적 문제를 푸는 것을 외면하면서, 여러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문도회가 특정 사찰의 운영권을 갖는 관행이 타당한지는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고, 성주사의 경우 서해문도회가 운영권을 계속 갖는 것이 적절한지의 여부는 최소한 범어사 총림의 대중, 나아가 성주사 사부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 접어두고, 말사 주지 인사권을 법대로 행사한 것이니 문제없다는 범어사의 입장이나, 교구장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총무원의 태도는 일견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태도이다. 더욱이 범어사가 총무원 집행부에 천여만원의 공양비를 제공하여 물의를 빚은 인사를 주지로 앉히는 것을 고집하고, 고발당한 전 주지의 기자회견을 주선한다거나, 총무원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발령을 강행하는 태도는 너무도 사태를 안일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록 현행 종헌종법이 행정중심의 종단체계를 명시하고 있으나, 승가공동체 운영원리인 대중공의야말로 사실은 종헌종법보다 더 중요한 가치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조차 법으로 모든 것을 정할 수는 없어서 화의가 있고, 조정 제도를 두지 않는가. 그런데도 갈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오직 ‘법대로’를 외치며 인사를 행하는 것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태도인지, 나아가 승가공동체에, 종교단체에 걸맞는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총무원이든 교구본사든 포괄적 조정과 통합 역할을 하지 않고, 소극적 행정행위에 자기 역할을 국한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개선되어야 할 태도이다.

마침 성주사 전 주지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하여 공개토론회라도 하겠다고 하니, 하루빨리 공론의 장이 형성되어 성주사 신도회가 제기한 재정관련 의혹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성주사 사태의 핵심 문제에 대해 이제라도 교구본사가 나서 문도회와 대화하고, 임회 등 총림 내 대중공의의 장에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루기 바란다. 총무원은 이러한 과정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무한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처님은 승가대중의 화합을 위해 칠멸쟁법을 설하시면서 ‘회의에는 분쟁의 당사자가 모두 참석하여 자신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라도 성주사 사태가 부처님이 이르신대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원만하게 잘 해결할 단초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불기2558(2014)년 7월 25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