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불교가 만들어낸 불교적인 변형 모두를 반갑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비록 지금은 낡은 불교지만 여기에서 확장시켜야 할 모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건지 성찰해야 한다”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조계종 출판사)의 저자 명법 스님이 미국불교와 한국불교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명법 스님은 7월 18일 오후 6시 30분,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 ‘불교평론 열린논단’에서 유학생활 중 견문한 미국불교의 실상과 한국불교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명법 스님은 19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선 열풍은 일본식 역오리엔탈리즘과 서브오리엔탈리즘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스님은 “일본은 자신의 위치 확보를 위해 동양이 스스로를 신비화 하는 역오리엔탈리즘과, 제국으로써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른 동아시아를 열등하게 만드는 서브오리엔탈리즘으로 선불교를 낭만화하고 신비화했다”며 “일본에 의해 서양에서 낭만화되고 신비화된 선이 과연 진정한 선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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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 스님은 "한국불교는 미국불교를 무시하며 동시에 선명하는 이중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근대화의 후발주자인 한국 역시 불교를 ‘미국에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했다고 말한 명법 스님은 “숭산 스님의 미국 개척사는 일정부분 한국불교가 만들어낸 자기 신화이며 그 뒤에는 국가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법 스님에 따르면 선불교는 서양에서 신비롭고 낭만적인 선으로 재현, 영적 물질주의와 수행의 세속화를 야기했다. 일생을 걸고 수행하는 아시아의 출가주의와 달리 서양에서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행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서양 불교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선불교에 대한 비판과 반성, 그리고 참여불교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명법 스님은 “두루뭉실하고 추상적인 선불교를 비판하면서 위빠사나와 명상치료로 발전하기도 했고, 오리엔탈리즘이 투사된 거친 이미지보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실천적 불교로 전환되기도 했다”며 “특히 달라이라마와 틱낫한으로 말미암은 참여불교로의 전환은 불교가 현대 사회의 이슈에 목소리를 내며 사회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 참여의 예로 ▲여성 불교의 가능성 제고 ▲선사와 제자 사이의 수평적 관계 유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등을 든 명법 스님은 “이는 사적인 영역에 머물렀던 선불교가 공적인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게 된 것으로 아시아 불교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불교 형태였다”고 분석했다.

명법 스님은 한국불교도 타자화·신비화된 불교를 걷어내고 우리불교 고유의 힘과 특징을 찾아낼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한국불교에 대한 해체적 독해 ▲현대적 이슈에 대한 전통적 성찰을 할 것을 제안했다.

스님은 “고집불통의 자기 영역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 타자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타자화 된 시선을 거둬낼 때에만 왜곡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한국불교에 대한 해체적 독해를 촉구했으며, “서양은 서양 문명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적인 맥락 속에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며, 현대 이슈의 근본적인 성찰을 전통적 입장에서 해야 한다”고 전통적 시각으로의 고찰을 강조했다.

명법 스님은 마지막으로 “한국불교는 전통 불교에 대한 우월감으로 미국불교를 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가지고 선망하는 이중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며 “서양불교가 만들어낸 불교적인 변형 모두를 반갑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비록 지금은 낡은 불교지만 여기에서 확장시켜야 할 모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건지 성찰하자”고 당부했다.

발제를 맡은 명법스님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귀국, 현재 서울대와 홍익대 등에서 강의하는 학승이며 조계종 교수아사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