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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작곡하고 스님이 노래하다<br>우성스님 노래집 ‘나무 물고기’ 발표

모지현기자 | momojh89@gmail.com | 2013-03-18 (월) 17:42

구슬픈 산새야 너 어디로 가나
님 찾아 저 멀리 해 저무는 녘으로
숨죽여 빛나는 달 떠오는 밤
나무숲 물들며 흰달무리꽃

환생한 물고기 이 개울을 헤엄쳐
나무에 걸리고 빈집에 잠들고
어느덧 눈뜨면 저 하늘을 날고
비늘을 벗으면 가슴을 깨우면

나는 새가 되었다가 물고기가 되리
나는 물고기가 되었다가 나무가 되리
나는 구름이 되었다가 햇살이 되리
나는 별이 되었다가 눈물이 되리

-나무 물고기 wooden fish / 임의진 시, 곡


눈을 녹여 밥을 짓는 산골 살이. 볼따귀에 닿는 바람조차 차가울 때 독경처럼 읊고 웅얼이던 노래가 벗이 되었다는 스님. 자유와 진리, 평화를 찾아 길 떠난 운수납자 우성 스님이 첫 번째 노래집을 발표했다.

개신교 목사이면서도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시인, 화가, 여행자,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의진과 형제의 연을 나누면서 선물 받은 곡을 틈틈이 짬을 내어 녹음한 끝에 얻은 귀한 결과물이다. 애잔하여 핏톨까지 맑아지는 힐링 노래집, ‘나무 물고기’(아울로스 미디어).

목사가 작곡하고 스님이 노래한 이 앨범에는 종교의 심오한 세계관과 일상의 간절한 통명, 그리움과 슬픔과 연민이 노랫가락에 결코 요란스럽지 않게 잔잔하고 애잔한 느낌으로 담겨있다.

김선우 시인, 김재진 시인, 박남준 시인, 임의진 시인을 비롯해 법정 스님의 수필도 노랫가락의 옷을 입었으며 스스로 노랫말을 짓고 가락도 붙이기도 했다. 노래하는 스님들이 보통 그러하는 것과 다르게 국악기를 최대한 절제하고, 통키타를 중심으로 한 포크 음악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오랜 날 우리소리, 우리 가락을 공부해온 목청은 묘한 반치와 합치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경기도 김포 산자락을 구름의 거처로 삼아 수행 정진하고 있는 스님은 갇힌 불교가 아닌 대중 불교, 열린 불교를 고민하던 중에 스스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면의 깊은 정진과 흐트러지지 않고 올곧으며 치열한 안거의 희열을 이 노래들 속에 살포시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모든 삶의 이야기가 염불임을 깨달아 세상에 진실과 진리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바로 이 ‘나무 물고기’다.

이 음반은 한편의 노래이자 기도이며 사랑이고, 아픔을 치유하는 눈물이다. 때 묻지 않은 청명한 멜로디와 청정한 노래 가사, 새벽을 깨우는 독경과 침묵으로 단련된 스님의 음성은 가여운 시대를 치유하는 힐링 음악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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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고미영 2014-03-12 1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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