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하지 않은 목조문화재가 생물손상으로 인해 천천히 사라져가는 것은 화재로 전소하는 것과 똑같은 재난으로 볼 수 있다. 피해를 본 후 수리하기보다는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매니지먼트 해야 한다.”

정용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보존과학과 교수는 목조 문화재의 생물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이와 같이 경고하고 사후복구에서 사전예방으로, 비상대응에서 일상 관리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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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목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흰개미 예찰제어기 ‘HGM’을 개발한 정 교수는 문화재 방재의 날을 맞아 2월 1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 안전관리 토론회에서 ‘문화재 생물피해 방제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정기 모니터링·군체제거 시스템 갖춰 문화재 생물피해 막아야

크게보기소리 소문 없이 목조문화재의 내부를 파괴하는 문화재 생물피해. 그렇다면 이 드러나지 않는 문화재 킬러를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 교수는 “흰개미가 생성한 흙길이나 유충, 유시충의 경우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뚝을 박아놓고 정기적으로 점검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목재 시편 모니터링이나 흰개미 탐지견, 마이크로웨이브 기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는 “목조 건축물에서 주거하는 경우 특히 5월에 방 안에 날벌레가 들끓는다면 흰개미의 유시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사진)는 문화재 생물피해 방제 대책도 소개했다. 훈증 처리는 즉각적인 처리에 유효한 방법이지만 효과가 짧은 기간에만 유지돼 후속 방제처리가 필수적이다. 방충방부처리는 효과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길지만 목재 내부에 살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토양처리는 목조물 기단이나 주변에 살충제를 처리해 방어막을 생성하는 효과가 있지만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경우 목조 건물 주위의 정리정돈을 잘 해 목재가 방치되지 않게 하고, 서원이나 향교, 궁 건물 등 관리자가 있는 목조건물은 건물 내부의 통풍과 제습, 온습도 측정기, 목조 파레트 설치, 가해여부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정 교수는 “흰개미 방제는 육안 관찰이 어렵다는 점과 군체를 제거하지 않으면 피해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유해생물종합관리(IPM)나 군체제거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특히 목조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책임 있는 인증제가 이뤄져야 목조문화재 관리나 목조건물 거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 안전관리 법적 기반 강화·전담조직 설치 필수

크게보기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문화재 안전관리 제도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제기됐다. 류호철 안양대학교 교수(사진)는 ‘문화재 안전관리 기준 및 제도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문화재는 그 입지나 재질 상의 특수성 때문에 안전관리를 위한 법률의 구체적 명시가 필요하지만 현행 안전관리 지침은 극히 미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현행 문화재 안전관리 제도와 관련해 △안전관리 특성화 법률 부재 △문화재청 소관 안전관리 법률 부재 △관리 주체별 역할과 방법 불충분 △안전설비 내용 미비 △위험요소 관리 규정 미흡 △안전관리 교육·훈련 규정 미흡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꼽았다. 또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와 소방기본법, 도시가스사업법에 대한 법률도 상세한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제도적인 기준과 함께 문화재 안전관리 인력의 한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장 문화재 안전관리 전담조직이 부재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관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류 교수는 “문화재 안전관리 인력이 경비 수준에 그치고 있는 곳이 많으며, 사찰의 경우 안전 경비인력이 사찰과의 관계에 의해 안전관리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작업 분야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류 교수는 “인력 부족을 두고 무조건 문화재청만 비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하며,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나서 그에 합당한 요구를 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문화재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법적 기반 강화와 전담조직의 설치, 현장관리 전문성 강화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