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개원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한국학으로서 불교학-학제적 접근’에서 외국학자들의 한국불교 및 한국불교학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성찰 촉구가 잇따랐다.

그중 한국불교학의 뒤쳐진 현실을 예리하게 지적한 미국 콜롬비아대 버나드 포르 교수와 무속과의 분명한 차별을 두지 않고 있는 한국불교의 정체성 혼란의 위험성을 꼬집은 이탈리아 로마대 부르노 교수의 논문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원장 인환 스님의 개회사에서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는 우리 전통문화와 사상의 보고이지만, 불교학과 한국사 연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해 온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며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한국불교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과제를 설정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뜻깊다”는 언급한 것처럼 한국불교학의 성찰적 조명 및 접근을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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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불문연 50주년 개원 국제학술대회 장면.


먼저 ‘한국불교 다시 그려보기- 비판적 고찰’을 발표한 버나드 포르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는 “한국불교를 그려온 옛 지도들은 아마도 더 이상 정확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테두리들도 새로 그려져야 할 것”이라며 “한국의 학계는 여전히 뒤쳐져 있다”고 꼬집었다. 버나드 포르 교수는 한국불교학이 진전을 볼 수 있는 지점으로 ▲화엄철학에서 연유하는 통합과 조화라는 개념을 넘어서, 이데올로기적 산물인 이러한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 ▲선(조계)과 화엄이 학계를 주도하는 것을 약화시키고, 재가 신자들이 살아온 구체적 현실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한국의 밀교 및 밀교와 한국의 도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시급한 연구 ▲고승 중심의 접근 방법을 보다 비판적인 교단사 연구로 대체하는 것 ▲불교 신화와 의례, 다양한 유물 및 성상 숭배, 불교의 신전들에 대한 관심 제고 ▲민족주의적 접근을 넘어서 동아시아의 맥락에서 한국불교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 등을 제시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논문은 이탈리아 로마대 안토네타 부르노 교수의 ‘무속 대 불교- 그 사이와 샛길’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외국인 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에 있어서 불교와 무속의 밀접하고 깊숙한 연관관계에 대한 고찰과 결국 이것이 무당, 샤먼 및 불교를 위태롭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르노 교수는 무속에 대한 불교의 영향을 유동성과 정체성의 면에서 면밀하게 살펴보고, 경계를 넘는 역동성을 탐구함으로써 보살이나 법사 등의 불교와 무속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의 애매모호한 의미들이 가져다주는 부정적 전망을 고찰하고 있다.

부르노 교수는 “한국의 불교와 샤마니즘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필요에 따라 구체화되어 온 상호 차용을 특징으로 하는 깊은 역사적 관계의 형제자매와 같다”며 “상호호혜주의는 무속과 불교에 깊게 뿌리박혀 있으며 불교의 한국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불교는 무속의 이론적 기반을 풍요롭게 했다”고 진단했다. 부르노 교수는 특히 이 논문에서 불교와 샤머니즘 간의 유동적 경계와 주로 보살의 존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즉 예컨대 ‘보살’이라는 용어가 특종종교의 소속을 지키는 것보다 그들에게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쉽게 한 종교에서 다른 것으로 경계선을 넘고, 종교적 정체성이 유동적인 보살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는 것이다. 부르노 교수는 “유동적인 보살과 같은 용어들은 불교와 무속 간의 제한 없는 문화적 유대의 운반자가 되기 쉽게 한다”며 “(이처럼) 경계선을 넘는 동력학 혹은 유동성 속에서 종교의 정체성은 위협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보살의 유동적인 성격은 많은 유사성과 작용 및 의문스러운 신의 위계를 가진 보살을 공유하는 무당과 불교도에 의해 정체성의 혼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부르노 교수는 “최근에 무속에 연계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종교에 관해 배우는데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들의 학문적 관심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살이라고 부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살에게는 그들의 만신전에 불교의 신들을 포함하는 것이나 기도하러 절에 가는 것이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반면에 굿도 한다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부르노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천시되었던(역사적으로) 두 종교가 결속을 위해 정체성을 공유했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용어상의 의문은 단순한 분류 이상의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무당이란 말은 다소 천박하고 비하의 어조가 있으나 보살의 경우는 그렇지 않으며, 그러나 보살이라는 말은 (무속에서) 영적인 힘이 부족한 것으로 폄하되는 특징이 있으며, 공식적인 불교를 위태롭게 한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시각에서 한국불교를 바라본 세계 석학들의 지적들. 이런 지적에 한국불교가 귀 기울이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그들의 전망대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