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연등회와 함께 매년 거국적 국가 행사로 거행된 팔관회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 현대적 복원과 재현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동국대 불교학술원․인문학국(HK)연구단과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주최로 지난 11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팔관회의 복원과 현대적 계승’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팔관회를 복원을 통해 고려불교의 전통을 재현해 국민적 가을축제로 정착시킨다는 목표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팔관회 세미나는 지난 2000년 제1회 팔관재 법회를 시작으로 팔관회를 복원, 재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온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수불 스님)가 적극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수불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팔관회는 연등회와 함께 불교의 수많은 의례가운데 매우 특별하게 여겼던 고려불교의 대표적 불교의식”이라며 “나라에 국상(國喪)이 있을 때에도 거르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시 되었던 고려의 국가행사인 팔관회를 온전한 모습으로 재현하고,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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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관회의 복원과 현대적 계승을 주제로 열린 동국대 불교학술원 주최 세미나 장면.

첫 번째 논문 발표에 나선 김상현 교수(동국대 문과대학장)는 ‘팔관회의 역사적·불교적 의미’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불교의례인가 아닌가의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팔관회는 인도로부터 중국, 그리고 신라로 전래된 불교의 중요한 의례임이 자세히 밝혀진 바 있다”며 “팔관회란 원래 재가신도들로 하여금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기본 5계와 가무음악을 즐기지 말 것, 사치스러운 침대를 사용하지 말 것, 때 아닌 때 먹지 말 것 등 3종의 계를 합한 8계(八戒)를 지키게 하는 의례”임을 분명히 했다.

‘국가축제로서 팔관회의 현대적 계승’을 발표한 구미래 박사(동국대)는 “팔관회는 불교와 토착문화가 잘 결합한, 고대의 종교의식이 범국가적 종합축제로 발전해나가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 박사는 이어 “중국의 팔관회가 주로 개인이나 단체의 불사개념으로 사찰에서 치렀던 비정기적, 개별적 의식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의 팔관회는 고대 신라에서 고려에 이르기까지 왕이 주관하는 의례로 행해졌고, 국가중심의 일원화·통합화된 특성을 지녀 11월과 10월 보름으로 연례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구 박사는 팔관회를 현대축제로 계승한다면 그 설행시기를 동지의례의 성격을 지녀온 역사적 관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구 박사는 종합축제의 장으로서 팔관회의 복원에 계승할만한 요소를 ▲종합예술의 장으로 펼쳐진 다양한 가무백희를 복원·전승하고 ▲팔관회에서 지속되었던 국제교류의 장을 발전시켜나가며 ▲팔관회의 인문학적 토양을 계승하고 ▲축제의 백미를 이루는 행렬을 활성화하는 것 등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팔관회의 복원과 재현을 위한 과제’라는 논문을 발표한 한상길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은 “5월 연등회 이외에 별다른 축제가 없는 불교계에 10월과 11월 보름에 거행된 팔관회를 복원해 거행한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축제가 될 수 있다”며 “팔관회 재현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가 재현의 주체가 된다면 팔관회 복원 및 계승의 의미 외에 문화의 지역균등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상길 교수는 팔관회의 바람직한 복원과 재현을 위해 ▲팔관회보존연구회 설립 ▲문화재 지정 추진 ▲팔관회의 문화콘텐츠 성과물 활용 ▲팔관회의 진행과정 정립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