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사업단(이하 ABC 사업단)이 용흥사 소장 자료의 조사․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불교기록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학술대회를 10월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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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는 ‘용흥사의 역사와 소장 불교전적의 학술적 가치’ 제하의 발제를 통해 “담양 용흥사 소장 불교전적 조사를 통해 세조 감역교지, 초의 스님 유품, 사기(私記), 1652년 관부문서, 대흥사 관련 문서 등의 불교적, 학술적 가치가 큰 고문서를 발굴했으며 이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BC 사업단은 불교 고서 조사 및 정리를 위한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7월부터 3개월간 담양 용흥사가 소장한 고(문)서를 집중 조사하고 목록작성 및 초고해상도 사진을 통한 이미지 획득을 했다고 전했다.

ABC 사업단의 연구에 따르면 용흥사는 조선 후기부터 기록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18세기에는 영호남의 5대 명찰이라 여겨졌을 만큼 사세(寺勢)가 대단했다. 이런 용흥사에 불교전적을 소장하게 된 경위는 일제 당시 오랫동안 대흥사 주지를 역임하며 전적을 수집한 응송 스님(1893~1990)이 해방 후 불교 정화운동 과정에서 대흥사를 떠나면서 수집 자료를 가지고 나왔고, 그 유품이 제자인 용흥사의 백운 스님에게 전해진 것이다.

용흥사 소장 자료는 주제별로 △초의문고(초의선사 관련 문고) 70책 △응송문고(대흥사 고서를 비롯한 고서와 근대문서) 470책 △백운문고(백운 스님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고서와 근대자료) 249책으로 구분된다. 이 교수는 이 자료들 모두 학술·문화적 가치가 높지만 그중에서도 세조 감역교지, 초의 스님 유품, 사기, 1652년 관부문서, 대흥사 관련 문서는 특히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세조 감역교지’는 세조 즉위 3년 8월에 전남 강진 무위사에 내린 교지로, 무위사의 잡역을 면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 작은 목함에 들어있던 수초본 총 19책 중 초의스님의 친필본으로 파악되는 13책은 당·송·원·명나라의 시를 필사한 것이고, 초의스님 친필이 있는 <만선동귀집>도 현재까지 발견된 <만선동귀집> 중 가장 오래된 완본이다.

크게보기이 교수(왼쪽 사진)는 용흥사에서 발견한 사기(私記)도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조선 후기의 불교 사기란 강원 교재를 중심으로 불교 경전에 대한 학승의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용흥사에서는 화엄사기 47책, 원각사기 5책, 법화사기 1책, 능엄사기 5책, 기신사기 6책, 선요사기 5책, 도서사기 1책, 서장사기 1책, 반야사기 1책 등 총 72책의 사기가 발견됐다. 이는 동국대 도서관과 담양 용화사 묵담유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기와 더불어 가장 많은 수이다.

‘1652년 관부문서’는 당시 승려를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권면해야 할 대상과 경계해야 할 대상을 나눠 차별적으로 대우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식 문서로 17세기 조선불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관부문서에 따르면 당시 관부는 권면의 대상으로 △고승 △좋은 승려를 구분하고, 경계의 대상으로 △보통 승려로서 죄를 짓는 부류 △의관의 계율을 따르지 않는 부류 △제멋대로 폐단을 일으키는 승속의 부류 △거사사당패의 완악한 부류로 나눴다. 관부문서는 그 내용 뿐만 아니라 희소성 측면에서도 연구 가치가 높다. 17세기에 발급된 유사한 문서나 글이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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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사업단이 초고해상도로 촬영한 세조 감역교지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초보적 연구단계에 있지만 향후 인터넷을 통해 모든 연구자들에게 공개되고 그들에 의해 번역, 분석되면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를 비롯해 다방면의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김상현 동국대 교수는 ‘사찰 소재 문헌자료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불교의 여러 문헌자료 중에는 이미 사찰을 떠나 도서관이나 박물관, 혹은 개인소장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아 종합적인 실상 파악이 필요하다”며 “전국 사찰에 산재한 문헌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해 종합화하고 영상·활자화에 가능한 번역까지 해서 자료 성격에 따라 분류해 간행한다면 불교사 연구에 큰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변상도(變相圖)나 사찰의 역사를 기록한 사지, 현판 등의 조사가 불교사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