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물관의 의미는 늘 상충의 관계였던 개발과 보존이 처음으로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건물을 한 층이라도 더 올려서 이윤을 더 얻으려는 건물주와 건물터에서 발굴된 문화유적을 잘 보전해야 한다는 문화 운동가가 의기투합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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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의전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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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의전박물관 자료전시관 전경.

육의전박물관이 개관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난관들이 수두룩했다. 문화재청의 허가에서부터 건물주와의 의견 조율 등 우여곡절 끝에 개발과 보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박물관이 세워진 것이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선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개관식에는 문화재청의 주무국장,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과 회장,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 등 문화계에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사실 지난 2008년 탑골공원 옆 건물신축과 관련해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는 곤혹스런 문제에 부닥쳤다. 서울 종로 도심 한복판, 탑골공원 바로 인근의 종로2가 40번지에 건물 신축을 허가할 것인지, 한다면 몇 층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안건이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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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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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와 황평우 관장의 두손을 잡고 육의전박물관 운영에 윈윈의 지혜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건물주는 지하를 제외한 지상 8층의 건물허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화재위는 사적인 탑골공원의 경관을 해친다며 7층 정도로 층수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몇 차례 논란이 오간 끝에 결국 건물주 요구대로 지상 8층으로 허가가 났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지하에서 발굴조사 결과 그대로 드러난 유적은 건물 지하에 그대로 현장 박물관을 조성해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서울 도심 사대문 안 지하에서 드러난 유적을 지키고 마침내 그것을 ‘현장 박물관’으로 만드는 데는 문화유산 시민운동가이자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육의전박물관의 관장 또한 그가 맡았다.

이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육의전박물관은 전용 면적 505.33㎡(153평)에 유리로 덮어 발굴 현장을 그대로 노출한 공간은 283㎡(86평) 규모다.

크게보기황평우 관장은 이 육의전박물관이 ‘문화재 보존과 개발이 충돌이 아닌 상생 해법을 찾은 결과물’이라며 “이 박물관을 고고학 발굴유적 전시관의 모범 사례로 꼽고 싶다”고 자평했다.

서울 도심에서 유적을 현장에 그대로 보존하기로 한 곳으로는 서울시 신청사 지하 같은 데가 있지만 육의전박물관은 민간에서 그것을 박물관 형태로 재가공해 만들어 보존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문화재 보존과 개발의 상생 해법을 제시한 주요한 사례이자, 고고학 발굴유적 전시관의 모범 사례이며, 동양최대의 유리막 유적전시관의 탄생과 15세기 피맛길의 원형보존 의미, 고고학 발굴시 ‘토층 전시’의 모범적 전시와 미국에 소장되어 있는 육의전의 ‘저포전기’ 완벽 복원, 우리나라 보존과학의 새 전기를 마련하는 전시기법의 실용화, 민간 박물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 등이 육의전 박물관의 개관 성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유리막 전시는 국내 몇 군데서 시도하기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유리가 긁히는가 하면 때가 묻어 그 내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의전박물관은 유리막 골조 틀에 LED 조명을 설치해 관람객이 항상 밝고 선명한 유적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고 황 관장은 덧붙였다.

나아가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면서 조선 후기부터 조선 초기의 거리형태를 차례로 감상하도록 했다. 발굴 조사 뒤 대부분 사라진 조선시대 피맛골 구간 일부는 오직 육의전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조선시대 문화층(총 6개층)도 그대로 떠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