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세미나는 이동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1920∼30년대 진보적 불교계 인사들의 민족운동’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불교계의 민족운동’을, 한금순 제주대 강사가 ‘1910년대 불교계의 동향과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을 각각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신운용 운암김성숙연구소 소장과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 차차석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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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열린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주최 '일제감정기 불교계 항일운동' 주제 학술발표회 장면.

이동언 위원은 발제에서 “3.1운동에 참가하였던 청년승려들은 독립운동에 투신하기 위해 상해로 망명하였으며, 임정요인들과 상의하여 국내 불교계를 독립운동으로 편입시키려고 노력했다”면서 “특히 청년승려들은 국내의 불교계 인사를 상해로 망명시키고 불교계의 자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했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은 또 “1923년 북경으로 망명한 김성숙, 김봉환, 윤종묵 등 그해 10월 28일 북경불교유학생회를 조직하였고, 그 성격은 단순한 유학생들의 학술단체가 아니라 사회주의 성향을 띤 단체였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이어 중국으로 망명한 불교계 인사들의 주요활동을 북경조선유학생회((1923,3. 민족주의), 북경불교유학생회(1923. 10. 사회주의), 북경조선유학생구락부(1924. 2. 사회주의), 북경고려유학생회(1925.1. 사회주의), 반역사(1924. 의열단체), 창일당(1924, 공산주의), 혁명사(1925.1, 비밀결사), 해외순보사(1925. 3. 사회주의), 북경사회과학연구회(1925. 11. 공산주의)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 위원은 “불교계 망명인사들의 이같은 민족운동의 이념분화는 민족운동 세력의 세대교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며 “아울러 이런 이념 분하는 새로운 시대사조인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을 수용하여 이 분야 민족운동을 진보적인 불교계 청년인사들이 주도해나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들은 일제의 한국강점이라는 민족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것은 호국불교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받아 국권회복을 위해 민족운동을 전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논평자인 신운용 운암김성숙연구소 소장은 “이동언 위원의 발제는 이 시기 청년불교도들의 북경 유학 결정 이유를 불교사상의 실천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기왕의 연구성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김성숙 등의 유학은 불교계(단체)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분명하며, 더욱이 김성숙은 국내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 소장은 “김성숙의 입장은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분열은 독립운동에 장애로 작용할 뿐”이라는 것이었으며 김성숙은 결코 공산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동언 연구위원은 신운용 교수의 지적에 대해 “저 역시 운암 김성숙을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로 보지 않으며, 김성숙은 이데올로기의 벽을 뛰어넘어 독립을 위해 헌신한 진보적 민족주의자로 본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김성숙 등 당시 불교계 인사 9인은 이데올로기로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한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불교계의 독립운동’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당시 한국불교는 일본의 식민통치를 중단시키는 것이 도탄에 빠진 중생들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았던 조사들의 유풍임을 자각했다”면서 “불교 독립운동의 이념은 민족불교”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독립운동사상 불교계의 역할을 ▶요인 참여 ▶국내 특파원 활동 ▶독립사료 제공 ▶비밀신문 제작ㆍ배포 ▶독립자금 지원 ▶만주 독립군 참여 및 의용승군 구성 ▶승려독립선언서 발표 등으로 정리한 뒤 “상해임시정부과 연계된 불교계의 활동은 3.1운동의 여파로 구세주의ㆍ하화중생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임시정부와 연관하여 전개된 불교독립운동을 호국불교의 범주 안에서 말을 할 수 있는가?, 임정에서의 활동을 놓고 민족불교라는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호국불교와 민족불교의 상관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등의 향후 불교계의 연구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논평에 나선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불교의 민족운동’은 장기적 연구 프로젝트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한용운과 백용성을 제외한 불교계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였던 백초월, 이종욱, 신상완, 김성숙, 김벌린 등의 구체적 활동에 대한 연구가 초보적으로 시작된 단계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한금순 제주대 강사는 ‘1910년대 불교계의 동향과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1910년대 불교계의 동향과 1918년 제주도 법정사의 항일운동을 검토했다. 그는 법정사 항일운동이 1910년대 지역 불교계의 대표적인 항일운동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불교계의 무관심 탓이라고 지적했다.

한 강사는 일제의 법정사 항일운동 관련자 조서 등의 사료를 발굴을 통해 “일제가 법정사 항일운동 의미 축소를 위해 ‘혹세무민한 사교도의 난’이라고 왜곡했고, 이후 항일운동 연구에서 ‘보천교의 난’으로 고착화됐다”는 점을 적시해 발표했다. 한 강사는 불교계의 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거듭 촉구했고, 세미나에 참석한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으로부터 ‘반드시 종단차원에서 이 문제를 챙기겠다’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은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에서 “이 시대에 맞는 호국불교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미나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 모색과 더불어 불교계의 항일운동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