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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주의자 곽재환<br>그림으로 대륙을 말하다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2-06-02 (토) 01:15

건축가 곽재환이 화가가 되었다니! 그와 교유한 시절이 꽤 오래 전인데도 기자는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우 놀랍다. 우선 유명 건축가가 화가이기도 했다는 점이 놀랍고, 그림의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고는 더 놀랐다. 그의 그림을 보며 문득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100미터 달리기 잘하는 아이가 축구도 잘하고 농구도 잘해.”

화가 곽재환이 되어 전시회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며칠 전 이메일로 전해왔다. “학종, 시간 내어 와주게…” 그의 너무나 매력적인 흰 수염의 까칠함을 기억하고 있는 기자는 움찔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반갑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 차를 떠나 흔쾌히 차 친구과 술 친구가 되었던 그의 너그러움과 호방함이, 그러면서도 이면에 여성처럼 순결한 수줍음을 간직한 그가 창조한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건축가가 아닌 작가 곽재환은 꿈속에서 그림을 그렸을 지도 모른다. 이메일을 통해 보내온 그의 그림 몇 점을 감상했다. 여행 속에 스쳐지나가는 한 장면은 한 폭의 캔버스 위에 역사, 문화, 자연이 시공을 초월하는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테마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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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베리아 여행은 고려인의 슬픈 강제이주를 만나고, 하얼삔 역으로 떠나는 안중근에게 피스톨 한 자루를 손에 쥐어주는 최재형을 만나고, 자작나무 숲에서 단군의 고대 샤먼을 만나기도 한다.

곽재환은 평온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시베리아 초원에 불어 닥친 피의 근대사를 보며 다시 명상 속에서 ‘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한 폭 한 폭에 그의 염원이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그림으로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곽재환의 서사시에 다름 아니다.

이번 전시의 표제는 ‘시베리안 랩소디’이다. 시베리안 랩소디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바이칼 호수까지의 긴 여정에서 접한 시베리아의 풍경, 민족, 신화, 역사, 문화가 배경이 된 일련의 서사에 근거한 작업이다. 그래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그 결과 다양한 시공간 속에 다양한 영(靈)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 영들은 ‘잃어버린 대륙의 영혼을 찾아서’ 길 떠난 제 감성과 이성의 촉수가 포착한 모습들이다. 이것을 ‘시베리안 랩소디’라는 표제로 엮고 ‘프롤로그’, 제1장 ‘카레이스키’, 제2장 ‘민족의 시원’, 제3장 ‘시비르의 환상’, 제4장 ‘유토피아’, ‘에필로그’ 순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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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곽재환은 말한다. “그림에 저의 사유와 영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다른 이들이 글과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듯, 건축도 그러하지만 그림을 통해서도 생각과 영감을 담아 전하고자 했다. 표현하는 그림 속 대상은 현실 속에서 사물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재해석하고, 상상한 결과다.”

곽재환의 벗 시인 박남준이 첫 그림 전시회를 여는 벗을 위해 글을 썼다. ‘곽재환의 아주 위험한 작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남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작품들에서 마다 피어오르는 몽유적 화풍에서 나는 고통 같은 슬픔을 읽는다. 역사와 시대의 상처와 슬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사진과 같은 접근방법을 택하는 사실고발의 서사적 기록이나 또는 절제되고 승화된 예술혼의 꽃이 피어난다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수위다. 일찍이 걷잡을 수 없이 도저한 슬픔의 미학을 헤매는 동안 수없이 내 영혼을 관통시켰던 환청을 동반한 마약 같은 주사바늘의 메타포가,”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5일(화)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오프닝 행사는 5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다. 오프닝에는 박남준 시인 시낭송과 이지상의 작은 공연이 있다.

전시회이기는 하지만 전시기간 동안 거의 매일 작은 축제와 파티가 마련되어 있다.

6월 6일(수) 오후 4시부터는 ‘Art & Talk’ 시베리안 랩소디 작가와의 만남이 건축비평가 전진삼 시인의 진행으로 열리고 Ground Jam의 탭댄스 공연과 무용가 배지민의 즉흥무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6월 9일(토)에는 오후 4시부터 ‘Art & Talk’ 시베리안랩소디 작가와의 만남과 역시 곽재환의 오랜 벗인 떠돌이별 임의진의 시베리아 음악여행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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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환은?
대전에서 출생하여 1974년 영남대학교에서 건축공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1980년 김중업 선생을 만나 그의 작업실에서 수석책임자로 함께 한 일들은 육군박물관, 부산시 충혼탑, 평화의문 등 다수가 있으며 1987년 건축연구소 맥을 설립했다.

이후 비전힐스 골프클럽하우스, 은평구립도서관, 흑빛청소년문화센터 등의 시적 서정이 담긴 작업이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예총예술문화상을 수상했다.

‘4.3그룹-이시대 우리의 건축전’,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 작업전’, ‘금호갤러리 기획초대전’ 등에 참여했고, 현재 건축그룹 칸(間) 대표이사와 (사)동북아평화연대의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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