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많은 재가자가 단경 가르침 반복해 읽으며<br>자기 마음이 본디 부처임을 홀연히 깨닫기를!”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4-08-18 (월) 20:14

송광사 인월암에서 주석하며 주요 경전 강설서를 펴내고 있는 원순 스님이 이번에는 육조단경을 강설한 〈돈황 법보단경〉(법공양)을 출간했다.

육조단경 돈황본을 강설한 책으로 원순 스님은 육조 단경이 ‘법보’라는 것을 강조하는 뜻에서 책의 이름을 〈돈황 법보단경〉이라고 정했다. ‘돈황굴에서 나온 법보단경’이란 뜻이다. ‘법보’란 육조 스님의 말씀이 법의 보배, 곧 ‘최고의 가르침’이란 뜻을 담고 있다. 또 육조 스님이 광주 법성사 ‘계단’에서 계를 받고 법문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 일을 기리기 위하여 ‘단경’이라고 하였다

돈황본 육조단경은 기존에 여러 편의 해설서나 강설서가 나왔다. 맨 처음 장경각에서 원순 스님의 스승 성철 스님이 펴낸 것이 있고, 다음에 성본 스님, 고우스님이 장경각본을 강설본으로 낸 것이 있다. 대개가 성철스님의 돈황본을 모본으로 해서 낸 책들이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스님들이 보는 책으로 편집이 되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책은 특히 집필의 초점을 일반 불자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데 두었다.

지난 1989년도에 성철스님이 돈황본 육조단경을 낼 때, 오자가 570자와 탈자를 보충해서 넣은 글자가 있고, 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뺀 글자가 있었는데, 이번 강설서에서는 그런 글자들까지 합해서 약 700자 정도를 돈황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부호처리를 해서 오자와 보충자를 표시를 해놓았다.

원순 스님은 이 책을 낸 연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원순 스님이 쓴 글이나 책은 참 쉽게 다가온다. 어렵지 않아서 좋다”는 반응이 그 연유다. 돈황본 육조단경을 일반불자들이 쉽게, 그러나 그 본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설해 펴낸 것이니, 저자의 자비심이 깃든 책이라고 하겠다.

“경이나 어록을 보면 엉뚱한 소리로 들리지만 알고보면 굉장히 논리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문 자체에 매달려서 번역을 하다보니까 논리적 구조의 연결고리가 떨어져서 당혹감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도 정리해서 잘 전달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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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법보단경' 출간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저자 원순스님.


뿐만이 아니다. 원순 스님은 한문에다 독음을 달아서 옆의 번역과 대조해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다른 책과의 변별력은 게송 같은 데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게송 부분을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한글로 풀어서 썼는데 독자의 반응이 어쩔지 모르겠단다.

원순 스님은 이 책의 말미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완성시킨 반야심경 한글본을 포함시켰다. “돈황본은 금강경을 텍스트로 해서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금강경의 엑기스는 반야심경이라고 할 수 있으니, 반야심경을 제대로 이해하면 금강경을 볼 수 있고, 돈황본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원순 스님은 육조단경의 요지는 “마음 한 번만 쉬어주면, 그 자리가 바로 부처가 현현하는 자리이고, 그 자리가 모슨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리이고, 그렇게 하면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순스님의 번역은 매우 섬세하다. 예컨대 반야심경의 핵심구절인 오온개공을 설명할 때, 흔히 ‘오온이 공하다’라고 하는데 그 보다는 “오온이 공이다”라는 표현이 맞다는 식이다. ‘공하다’와 ‘공이다’의 차이는 사실 엄청나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후 모시니까 이 세상이 다 부처님 세상이더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인데 중생들이 분별망상으로 인한 무명으로 보지 못한 것뿐이라고 말씀하셨다. 중생이 보면 중생세계인데 부처님이 보면 불세계였던 것이다.”

원순 스님은 “중생계와 부처님의 세계는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곧 중생계와 불세계는 같은 것이고, 중생계가 오온이고, 오온은 몸과 마음이고, 몸과 마음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중생이 쓰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중생의 업식으로 인해서 시비분별하는 것이지, 무명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무명자체가 없다면 시비분별이 없는 것이고, 시비분별이 없으면 중생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돈황 법보단경〉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의 설명은 계속된다. 설명이 아니라 거의 법문이다. 내친 김에 더 들어보기로 하자.

“오온에서 마음을 수상행식이라고 하고, 이것은 마음작용인데, 이것이 실체가 없으므로 공이라고 표현한 것이며, 그러니까 ‘오온의 공이다’라고 해야지 ‘공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 ‘공하다’는 표현은 이 현상계의 실체를 부정하고 다른 긍정적인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실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번역이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바른 번역은 바른 지혜로 가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오온이 없다면, 안이비설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색성향미촉법도 존재하지 않고, 식도 없는 것이고, 무명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생노병사가 없고, 생노병사가 없으니 사제(사성제)도 없고, 그것을 알아야 할 지혜도 없고 알아야 할 지혜도 없으므로 깨달음 자체도 없는 것이다.”

반야심경 경구에 대한 해설이 논리정연하다. ‘무지역무득’이고 ‘이무소득고’에 대한 설명에 이어, 그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며 모든 보살이 거기에 의지해 탄생하는 불모임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이쯤 되면 <돈황 법보단경> 강설이 어느 수준일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스님의 법문을 일방적으로 듣다가 한 마디 질문을 던졌다. “공에 대한 해석을 할 때, ‘텅빈 공’이라고 하셨는데, 텅빈은 사족이 아니냐는 의미의 질문이었다. 원순 스님의 답변이 또 길게 이어질 태세다.

“텅빈이란 중생의 시비분별이 사라진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텅빈 충만이라는 표현은 진공묘유를 표현한 것으로, 지혜가 꽉 차있기 때문에 그리 표현한 것이다. 텅빈충만의 의미를 알면 자타불이를 알게 되고, 모든 것이인드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공에서 대자비심이 나오는 이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육조스님이 듣고 깨우쳤다는 금강경의 저 유명한 경구 ‘응무소주이생기심’에 대한 설명도 특이하다. 보통 번역하는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것은 곧 그 마음을 내는 마음이 또 있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잘못된 번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구절은 “집착하지 말라”라고 번역하면 된다는 것이다.

크게보기육조단경에 나오는 육조스님의 유명한 게송 ‘보리본무수, 명경역무대 불성상청정 하처유진애’에 대한 설명도 눈길을 잡아끌기는 마찬가지다. 원순 스님은 이 게송의 첫째와 둘째 연을 “깨달음은 잡혀지는 존재가 아니고, 밝은 마음 그 이름 뿐 실체가 없네”라고 번역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번역이다. 이 번역을 보고 한국 선문의 큰 어른이신 석종사 혜국 선사는 두 무릎을 쳤다고 스님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소개한다.

일반인들도 육조단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설을 했다고 하셨는데, 이 책을 읽고 일반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보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원순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육조단경을 잘 이해하면 삶 자체가 자유로워질 것이다. 무엇을 요구하고, 경쟁하는 시대에 치열한 삶을 통해서 어떤 목적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육조단경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실체를 직시해서 이 세상 모든 것에 그렇게 집착해서 내 것이다, 라는 마음을 낼 필요가 없다.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내 생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금강경의 핵심어인 사상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다. 아상은 ‘나라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이요, 인상은 ‘남이라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이며, 중생상은 우리 중생이라는 모습, 즉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이고, 수자상은 내 몸뚱아리(또는 내 직장이나 위치)가 계속 바뀌는 것인데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순 스님은 지난 2006년 육조단경 덕이본을 번역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돈황본 강설서를 다시 펴낸 것은 ‘어렵기만 한 불교경전은 사람들과 소통되지 않는 생명력 없는 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다. 원순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단경의 가르침을 받아 날마다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기 마음이 본디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홀연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87쪽, 20,000원.


*저자 원순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으며, 현재 송광사 인월암에서 수행정진 중이다. 대방광불화엄경 80권을 이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현재 서울 열린선원에서 재가불교인을 위한 선어록 강의를 하고 있고, 스님들을 위한 공부모임 경전연구회에서 〈명추회요〉를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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