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종교인들의 호소

한국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우리 종교인들은 그 첫 발걸음으로 쌍용차 문제의 사회통합적 해결을 국민들에게 호소한바 있습니다. 어떠한 제도․신념보다 생명의 가치가 중요하기에 노-사, 여-야, 보수-진보로 갈려 반목하는 기존의 흐름을 멈추고, 더불어 살아야할 공동체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성과 실력이 부족하여서인지 사회적 공감대는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였고,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 농성이 진행되었습니다. 살기위해 목숨을 거는 안타까운 상황이었기에, 우리 종교인들은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김 지부장에게 중단할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였고, 김 지부장은 고맙게 우리의 선의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또다시 3명의 노동자가 30미터 송전탑 위에 올라 저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김정우 지부장이 종교지도자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단식을 중단한 것을 계기로, 이제 쌍용차 문제로 인해 어떠한 고통과 희생도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경으로 쌍용차 문제와 관련 있는 각 주체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자 합니다.

첫째, 박근혜, 문재인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합니다. 쌍용차 문제는 노-사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구조적 갈등과 아픔을 상징하는 문제입니다. 이 사안을 도외시하면서 차기 정부가 사회통합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쌍용차 문제의 사회통합적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 종교계와 후보 측이 조속히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둘째, 정부는 노-사 당사자간의 문제라는 기존의 소극적 관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쌍용차 문제는 해고자 복직 등 노-사간에 풀어야 할 문제 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 공동체 전체가 풀어야 할 매우 폭넓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관점에서, 죽음의 행렬이 멈추어지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정부의 책임은 지대합니다. 정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셋째, 쌍용차 노-사 당사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쌍용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노-사 노-노가 기존의 입장을 조금씩 내려놓고, 전 구성원이 가족공동체라는 입장에서 모두가 함께 사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개입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서로 간에 의견을 청취하고 조정하기 위해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즉각 마련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앞으로 정치권, 정부, 노-사 등 쌍용차 문제의 주요 당사자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책임과 연대감을 가지고,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우리 사회 안에서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함께 더불어 사는 생명평화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2012. 11. 27.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종교계 33인 원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