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알려진 길가메시 설화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4000여년전 쓰여진 서사시이다. 이 설화는 길가메시가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다 결국 그 누구도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주제가 “그 어떤 인간도 죽음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는게 매우 흥미롭다.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가게 될까. 그동안의 쌓은 모든 인연과 모든 기억으로부터의 단절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두려움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자, 세계 모든 종교의 출발점이다.

기독교인들은 죽어서 천당 혹은 지옥으로 간다고 믿는 반면 불교인들은 죽음 이후에 또다른 삶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죽어서 가게 되는 곳이 각각 다른 것은 사람들이 살아생전 쌓은 업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불교에서는 또 망자가 죽은 직후 49일동안 가족이나 친지, 선지식들이 정성을 다해 불보살게 공양을 올리면 극락왕생한다고 믿는다.

티베트 사람들은 그 49일간을 중음신 기간이라고 하여, 49일 동안 망자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며, 어떻게 천도해야 망자를 천도할 수 있는가를 상세하게 기술했으니, 그 책이 바로 티벳사자의 서이다.

크게보기최근 <티벳 사자의 서> 중에서도 49일간의 사후세계, 즉 중음세계의 실상과 천도법만을 엮어 낸 책이 출간했다. 법성 스님의 <다음 생을 바꾸는 49일간의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편역자인 법성 스님은 <티벳 사자의 서>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역주하고, 중음세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누구나 쉽게 망자의 천도에 임할 수 있도록 엮었다.

길가메시도, 석가모니도, 달라이라마도 피할 수 없었던 죽음. 오늘 살아있는 자에게는 내일 죽음이 다가오고, 어제 죽은 자에게는 오늘 새로운 삶이 찾아온다. 불교수행의 목표는 그 윤회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데 있다.

죽음은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우리의 한계를 깨닫게 하는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미 티벳사자의 서의 교법을 열심히 배워야 중음의 경계에서 그 기억을 떠올려 의식의 전환법을 닦고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미 살아생전 열심히 배우는”데 있다.

석법성 편역/ 운주사/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