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대강백이자 명필로 당대에 이름을 떨쳤지만 후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운(擎雲) 원기(元奇) 스님(1852~1936)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기 스님의 증손이자 태고종 선암사 종회의장인 호명 스님은 지난 11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운 원기 스님 선양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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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擎雲) 원기(元奇) 스님

호명 스님은 “선(禪)에 경허 스님이 있다면 교(敎)에서는 원기 스님을 꼽을 만큼 조선의 대강백이자 조선불교 선교양종의 교정이었던 분이 후대에 와서는 사회적으로나 불교적으로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존재 자체도 희미한 상황”이라며 “원기 스님을 선양하는 일은 끊어진 한국 근대불교사를 잇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명 스님은 원기 스님 선양사업의 일환으로 ‘경운 원기 문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문집에는 △경운 원기 스님의 저술 △경운 원기 스님에 대한 시문 △신문·잡지 기사 정리 △경운 원기 스님에 대한 학술논문 등이 실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호명 스님은 “원기 스님 열반 후 한국전쟁 등 어지러운 시간을 겪어오며 자료의 대다수가 유실됐다”며 원기 스님의 저술이나 유품을 소장한 종도들의 자료 제공을 당부했다.

‘경운 원기 학술대회’도 열린다. 원기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되짚는 이 학술대회는 2013년 6월 14일로 계획됐다. 학술대회에는 △법산 스님(동국대 명예교수)의 ‘경운 원기의 불교사적 위상’ △차차석 동방대학원대 교수의 ‘근대 선암사와 화엄종풍’ △신규탁 연세대 교수의 ‘화엄종주 경운원기의 사상’ △김경집 위댁대 교수의 ‘근대 경운원기의 활동’ △진철문 동국대 교수의 ‘경운원기의 사화에 나타난 예술세계’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

호명 스님은 지난 11월 10일 수락산 염불사에서 원기 스님의 탄신 161주기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문의 : 호명 스님 (02) 938-9395

경운(擎雲) 원기스님은?

경운(擎雲) 원기(元奇)스님(1852-1936)의 법명은 원기이고 경운은 법호이다. 1852년 영남 웅천에서 출생해 17세에 지리산 연곡사에서 출가했다. 선암사 대승강원에 들어가 경붕 익운(景鵬益運)의 강석을 물려받았다. 스님은 선암사와 송광사가 포교당을 개원하고 백련결사를 열때 주도하였고, 서울에 각황사 (현 조계사) 창건시 직접 교화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명필로 이름나 29세때 명성황후의 요청으로 양산 통도사에서 금자 법화경 사경을 했으며, 31본산 주지스님들이 선암사(仙巖寺) 대승암으로 찾아와 강의를 들었을 정도로 교학에 밝아 함명 스님, 경붕 스님과 함께 대강백이었다.

경운(擎雲) 원기(元奇)스님 문하에는 석전(石顚) 한영(漢永) 스님을 비롯해 제봉 영찬(霽峰永讚) 스님, 진응 혜찬(震應慧燦) 스님, 월영 처관(月泳處寬)스님 등이 대교(大敎) 과정인 《화엄경》과 《선문염송》 《전등록》을 배웠다.

1911년 정월 15일 일본불교화 하려는 이회광의 원종에 맞서 순천 송광사에서 열린 승려대회에서 창종된 조선불교 임제종 관장에 선출되고, 1929년 조선불교선교양종교무원 창립시 교정으로 추대됐다.

스님은 1936년 세수 85세로 선암사에서 열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