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각황전 방화 시도와 내장사 대웅전 전소 화재. 불교전통문화재에 대한 인재(人災)가 연달아 일어나며 불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가운데, 조계종 제192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는 불교문화재 관리보존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종책질의가 눈에 띄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향적 스님)가 배부한 제192회 중앙종회 정기회 배부자료집에는 △성보관리 대책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사업 △문화재 훼손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 모색 △사찰방재예측시스템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관련 감사 요청에 관한 질의 등이 실렸고, 이를 바탕으로 11월 6일 열린 제192회 중앙종회 정기회 종책질의 일정에서는 불교문화재와 관련한 종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제정 스님은 이번에 화재로 전소된 내장사 대웅전은 실측도면이 없어 복원할 수 없다며 화재의 원인이 합선이든 누전이든 안전·시설관리에 소흘한 책임은 내장사 주지에 있다고 질책했다. 질의에 대한 답변에 나선 문화부장 진명 스님은 주지의 관리 소흘에 대한 조치는 진상조사 후 적절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전통건축물에 대한 실측도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일운 스님은 “내장사 화재 원인은 전기난로이다. 국보급인 대웅전에 난로나 인등 켜는 것은 맞지 않다. 각 사찰 주지 스님께 대웅전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 권고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고, 진명 스님은 “인등과 같이 사찰운영비와 관련된 부분에 직접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사찰 지출의 40%가 전기 사용인만큼 전기 절약 권고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진명 스님은 성보관리 대책에 대해 질의한 주경 스님에게 답변하기를, 이번 화재를 통해 성보관리대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문화부는 방향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정기점검이나 세밀한 관리는 본사나 당해 사찰의 관리자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고 했다. 진명 스님은 현행 본사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성보관리대장이나 성보관리프로그램을 당해 사찰에서도 접근,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경 스님은 성보관리목록에 올라갈 불교 용품들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구분할 것을 제안했고, 경성 스님은 실제 감사 대상자에게 성보관리대장 등의 자료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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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속개된 제192회 중앙종회 정기회에 참석한 종회의원 스님들이 배부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 방재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만당 스님은 방제시스템 설치 기준은 명확하게 설정해 모든 사찰의 방제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어야 하며 방화 방지를 위한 외곽카메라를 일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명 스님은 문화재청 안전기준과와 회동을 통해 방재 연동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고, 문화재청에서 방재사업을 하고 있는 문화재 보유사찰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전통사찰에 해당한다면 방재를 지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재시스템에 대한 종책질의는 문화부뿐만 아니라 기획실 종책질의에서도 제기됐다.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관련 감사 요청에 관해 질의한 원경 스님은 “방재예측시스템을 도입한지 꽤 지났는데 계속해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고, 이런 가운데 내장사와 화엄사 등도 피해를 입었다. 감사요청을 해도 실행여부도 결정되지 않는다. 기획실은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기획실장 능도 스님은 “방재예측시스템 사업을 시행하지 1년이 다 돼간다.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과 협의해서 시스템의 기술적 성능에 대한 검증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사고와 대선에 맞물려 봇물 터진 듯 제기되는 문화재 관련 건의가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거나 ‘불교 민원’에 불과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종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