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은 오늘날 불교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이다. 따라서 두 책에 대한 해설서는 부지기수로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두 경전의 해설서가 나올 때마다 어떤 책이든 이 해설서는 이런 측면에서 경전을 해설했다는 이야기를 부제로 달게 마련이다. 따라서 두 경의 해설서를 내는 것은 출판사로서는 일종의 모험이다. 너무 많은 탓에 독자의 눈길을 확 잡아 끌 어떤 것이 없으면 결과는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불교계 학술출판의 대명사로 알려진 민족사가 최근 반야심경 해설서를 하나 출간했다. 민족사에서 나왔다면 읽어보지 않아도 내공이 만만치 않은 책일텐데, 일단 데스크로 전달된 책부터 펴 들었다.

책의 제목이 ‘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이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해설서가 강호의 독자들에게 내놓은 간판은 범어로 반야심경을 읽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범어로 읽는 반야심경은 무엇이 다를까.

첫째, 반야심경에 등장하는 불교 용어들을 언어학적으로 철저하게 풀이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반인들이 불교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불교의 중요한 개념들이 중국인들이 산스크리트어에서 중국어로 음역하거나 번역한 탓이 크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한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뜻도 모르고 중국인이 음역한 것을 그냥 사용했기 때문에 불교를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점을 한자로 설명된 불교 용어를 산스크리트 원어와 영역을 비교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둘째, 내용 면에서 불교를 공부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처음 불교를 접하는 초심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물론 깊이 있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만 누구라도 본문만 충실하게 정독하면 반야심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셋째, 반야심경의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뿐만 아니라 산스크리트 문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야심경의 소본 산스크리트본, 소본 한역본, 에드워드 콘즈의 번역본을 자세하게 비교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해설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에서는 반야심경 소본과 대본에 대해 기술했다. 2장에서는 소본 산스크리트와 현장 역 반야심경을 중심으로 해설했다. 3장에서는 반야심경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불교의 경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 중에서 반야심경 해설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1장과 3장은 생략하고 2장만 읽어도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불교문헌이나 산스크리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1장을 읽어야 하고, 불교경전에 관심이 있거나 대략적인 불교의 경전사를 알고 싶은 사람은 3장을 읽으면 된다.

그러나 책이 300페이지에 못미치는 분량이므로 가급적 1장부터 3장까지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문헌학적 입장에서 반야심경을 분석하고 해설했다. 물론 문헌학적인 분석이나 해설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려를 범할 수도 있지만, 나무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하지 못하면서 숲을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자 김명우 교수는?

일본 동경대학원, 동아대 대학원에서 유식사상을 전공했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실력자다. 현재 동아대 철학과 초빙교수, 문화독해운동 이마고(imago)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유식삼심송과 유식불교’, ‘유식의 삼성설 연구’, ‘티베트 불교철학(공역)’, ‘반야바라밀다심경(편역)’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대승장엄경론의 삼성설’, ‘대승장엄경론에 있어서 유식무경의 논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