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정부의 종교차별종식 및 종교평화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제4차회에 참석한 각림 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각림 스님은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기독교 세력의 노골적인 세력 과시가 이제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며 이는 “한국불교계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점을 거듭 피력했다. 종선 스님(불교복지재단 상임이사) 또한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지역 위원회 활동도 기독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종단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교의 앞날을 경각에 달리게 하는 중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날 특위 4차 회의는 성원이 되지 않아 간담회로 대체됐다. 회의 이후 예정된 종교편향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도 성원이 되지 않아 자동 취소됐다. 그동안에 잇따라 발표한 성명서가 요식행위가 아닌가 의구심을 일으킬 만한 했다. 코앞에 닥친 위기에 대한 불교대중의 인식수준과 대처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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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오후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정부의 종교차별 종식 및 종교평화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제4차 회의 장면. 성원 미달로 간담회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다룬 안건은 ‘대법관 후보자 김신의 임명 동의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와 ‘불교방송 공영미디어렙 편입에 관한 건’ 등 두 가지였다. 문제는 두 사안 모두 곰삭혀 생각할수록 심각한 현안이라는 데 있다. 종교편향 발언자 한 사람이 대법관이 된다는 차원, 불교방송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는 차원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간담회 회의는 시작부터 김이 빠져 있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김신 대법관의 임명동의를 저지해야 한다’는 결의 대신 “종교편향 발언을 수차례 해온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현실적으로 막을 수는 없더라도, 일단 문제 제기를 해 놓아야 대법관이 되더라도 종교편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임명권자도 후보자 선정에 있어 종교편향 부분을 살피지 않겠느냐”는 맥 빠진 논의가 오갔을 뿐이다.

그동안 종교평화위원회에서 성명도 발표했고 총무원에서도 우려 표명을 했으니 자성과쇄신이라는 종단 내부의 현안에 바쁜 집행부로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자의적 평가와 함께,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자는 제안으로 안건토의를 종결하려고 하자 각림 스님이 급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각림 스님은 ”이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라, 김신 대법관 후보자 문제를 계기로 고위 공무원 임명 시 종교성향을 중시해야 한다는 여론을 널리 확대시키기 위해 종단차원에서 대토론회나 공청회를 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불교방송 공영미디어렙 편입을 촉구하자’는 안건에 대해서는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혜용 스님이 불교방송 쪽을 향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미리미리 그런 중요한 문제를 종평위 등과 함께 고민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나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각림 스님도 거들었다. 불교방송 내부부터 단합해서 어려움을 풀어가야 하는데 현재 비치는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불교방송을 대표해서 회의에 참석한 조문배 부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의의해서 주호영 의원(새누리)과 최민희 의원(민주통합)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독교방송과 평화방송은 코바코에, 불교방송과 원불교방송은 민영미디어렙에 배치한 것은 종교형평상 맞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후 이 문제를 종교편향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내용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설득력을 갖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론은 광고 문제는 결과적으로 불교계를 대표하는 언론인 불교방송의 존립이 걸린 문제이므로 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데 견해를 모았다.

슬프고 힘든, 게다가 맥까지 빠진 7월 30일의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차별 종식 및 종교평화 확립 특위 제4차 간담회는 이렇게 맥없이 끝났다. 종교편향 발언으로 부적격하다는 지적을 받은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일인 8월 1일을 하루 앞둔 한국불교의 현주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