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징계권 삭제에 대한 중앙종회의원들의 생각은 ‘시기상조’였고 그 이유는 ‘역사의 반복’의 두려움이었다. 94․98년 종단개혁에도 불구하고 신분 보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이다. 중앙종회의원들은 불징계권 삭제라는 극단적 처방보다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라는 현실을 선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종헌 개정안 논의에서 드러났다. 향적 스님은 “국회법사위원회 등의 자문을 구한 결과 쉽게 제도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며 “역사는 반복된다. 차기 집행부에서 종회의원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기 어렵다. 집행부 감시를 위해서라도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중앙종회의원 징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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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스님도 “처음 생각했을 때에는 불징계권을 당연히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종회의원 스님들이 소신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장장치가 필요하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큰 덩치를 가진 종단의 모습이지 종회의원들의 모습을 염려하는 것은 아니다. 불징계권을 통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착각을 할 것이 없다. 종단의 올바른 견제를 위해 소신 있게 발언하고 대안을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도정 스님은 “불징계권을 없앤다고 종회가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지만 법 테두리 안에 놔두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심스님도 “결국 한 사람의 폭로로 인해 종단 집행부, 종단, 불자,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자괴감을 느낀다. 종회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막강한 권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권력을 느낀 적이 없다. 인기에 영합하면 안된다. 각자 바른 주체성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불징계권 삭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주경 스님은 “중앙종회의원들의 불징계권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불징계권 비판이 근거 없는 종회의원을 비난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기회에 불징계권을 삭제해 종도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불안전한 종단 사태를 초래하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홍 스님은 “제도와 법은 시대와 집단의 수준에 맞게 규정돼야 한다. 불징계권을 내려놔도 종회가 스스로 의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과 의식을 가지고 있다. 불징계권을 내려놓음으로 우리가 성숙될 수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근 스님은 “시대에 따라야 한다. 면책특권이 살아 있다. 종회의원들이 처신을 잘하면 된다. 시대의 흐름이다. 종회의원 징계 부분 삭제는 당연하다”고 불징계권 삭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범해 스님은 “역사는 반복된다. 종헌에서 불징계권을 삭제하면 안된다 .종헌에 근거규정을 둬야 총무원에 대한 견제기능이 필요할 때 살릴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각림 스님은 “솔직히 상당히 불쾌한 점이 있다. 종책모임을 해체한 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화와 조정이 되지 않았다”며 현실적 문제를 들어 종헌 개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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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앙종회의원 38명이 조사를 받았지만 1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특권층이고 부도적적인 집단으로 중앙종회가 매도당하고 있다. 불징계권을 폐기하고 당당해져야 한다. 거수로 찬반을 물을 것을 촉구 한다”는 일문 스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앙종회의원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불징계권 삭제는 결국 부결됐다.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가 왜 필요하나. 종회의원들이 무엇을 내려놔야 하나”라고 되묻는 중앙종회의원 스님도 있는데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중앙종회의원 징계가 통과된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자족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