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경내를 통과하는 등산객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6월 1일 지리산 등산객 강 모 씨 등 74명이 등산을 이유로 사찰 경내를 통과하는 등산객들에게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지리산 천은사와 전라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통행방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천은사와 전남도는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강 씨 등에게 문화재관람료 1600원씩과 위자료 10만 원씩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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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전경(사진=국립공원 자원정보 홈페이지)

재판부는 “경내를 관람하지 않고 단순히 지방도 861호선을 통행하는 강 씨 등에게 문화재 관람료 1천 6백 원을 징수하고 이를 내지 않으면 통행하지 모하도록 한 것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방치한 전라남도는 과실에 의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했다.

강 씨 등은 2010년 12월 지리산국립공원의 지방도 861호선을 이용해 지리산 성삼재로 가는 과정에서 천은사의 요구에 따라 문화재관람료 1600원씩을 낸 뒤 천은사와 전남도를 상대로 △매표소 철거 △5700여만 원 손해배상 △입장료 반환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및 입장료 반환과 관련해 이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매표소 철거 청구는 기각했다.

지난 2009년 의정부지법에서 서 모 씨 등 22명이 문화재 관람료 반환 청구 등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반환하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관람료(1,600원)의 62.5배를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한 것은 처음 있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내 22개 문화재관람료 징수 사찰들을 대상으로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산 천은사는 보물급 문화재를 소유한 천년고찰로 경내지는 천은사 입구(전남 구례군)에서부터 노고단 진입고개인 시암재(전북 남원시)까지이다. 이 경내의 주요 부지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경내지에 작전용 도로를 강제 개설했지만 현재는 관광도로로 사용되고 있고, 도로 부지는 천은사 소유 경내지이다. 조계종은 이러한 근거로 천은사 입구에서 도로를 이용해 시암재를 거쳐 노고단으로 관광을 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천은사 문화재 보호구역에 입장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합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의 비용”이라며 “정부와 국립공원 정책 및 문화재 보존 정책 차원에서 논의가 모아져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