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 빠진 조계종 강도 높은 혁신해야

정의평화불교연대(공동대표 우희종, 이은봉, 최연, 이하 정평불)가 승려도박사건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조계종을 향해 강도 높은 혁신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5월 18일 오후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정평불은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종단 수장을 비롯한 모든 스님들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공개한 후 관련자는 죄질에 따라 일벌백계하라”고 주장했다. 비리조사 대상에 총무원장을 언급함에 따라 성명서에 대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평불은 “적지 않은 스님들이 계율을 어기는 비행을 다반사로 한 것은 사실이며, 일반 사회의 윤리와 통념으로 보아도 용납될 수 없는 행태를 보여 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라며 “더구나 종단의 수장을 비롯하여 보임자(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승려), 종회의원, 본사 주지 중에서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있다”며 비리조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권력-사유재산 지키려 개혁안 부결시킨 종회의원 사퇴해야

비리 진상 조사와 함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계종 중앙종회 개혁도 요구했다. 정평불은 “(중앙) 종회에서 자신의 권력과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개혁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을 선 종회 의원들은 사퇴하여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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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정평불 창립총회 모습.

본사주지,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종회의원들의 사유재산 공개와 종단헌납도 주장했다. 정평불은 “큰스님과 본사 주지, 종단의 보임자, 종회의원들은 모든 사유재산을 종단에 헌납하고 이 같은 개혁 책을 따를 것을 대중 앞에 천명하라”며 “재산 공개와 헌납을 피하는 스님들이나 사찰을 공개하여 신도들로 하여금 그러한 여법하지 못한 스님과 사찰을 멀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평불은 △출가수행자들의 무소유의 청빈한 삶 영위할 수 있는 파사헌정의 정신에 입각한 근본적 개혁 단행 △사부대중 참여 진상위원회 구성 및 비리조사, 관련자 일벌백계 △사찰 재정 재가 전문가 담당 △사찰 홈페이지에 사찰재정 즉각 공개 △개혁안 부결 앞장 선 종회의원 사퇴 △도박, 횡령, 성매매 등 파계, 비리범한 스님 참회 및 부정 금품 사회 환원 △언론, 과장 확대 보도 지양 △성호 스님과 사주세력 비리 여법처리 및 폭로전 즉각 중지 등을 조계종에 제안했다.

정평불은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단에 대한 시주 거부운동, 승가에 대한 불 경배 운동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불련총동문회 성명 발표후 고강도 쇄신 요구 이어져

한편 승려도박 사건 발생 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불교 사회단체들은 지난 5월 15일 한국불교대학생연합회 총동문회의 성명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조계종에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당시 성명을 통해 대불련 총동문회는 “작금과 같은 승려들의 타락행위가 만연하게 된 것은 종단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의 종정 예하와 원로회의 위원 스님들은 큰 위기에 봉착한 종단을 구하기 위한 혁명 차원의 종단 쇄신책을 마련하라. 그리고 이를 위해 신망을 갖춘 출가자와 재가자가 공히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정평불 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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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성찰하고 파사현정의 혁신을 단행하라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을 위하여 출가자가 서로를 비방하고, 일부 스님들은 승가와 종단을 뒤흔드는 추태를 행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특정 의도에 맞게 이를 보도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공세에 불교계와 종단이 공황상황에 있음에도 종단은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불교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상당수 스님들이 권력욕이나 세속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계율을 어기는 행위를 해왔음을 인정하며 이를 깊이 참회한다. 대다수 스님들은 범인이 다다르기 어려운 경지의 신심과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세속의 모든 욕망을 멀리 한 채 수행하고 보살행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스님들이 계율을 어기는 비행을 다반사로 한 것은 사실이며, 일반 사회의 윤리와 통념으로 보아도 용납될 수 없는 행태를 보여 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더구나 종단의 수장을 비롯하여 보임자, 종회의원, 본사 주지 중에서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종단의 대처 방안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음을 질책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치열한 성찰, 근본적인 혁신을 단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사건이 거론된 몇몇 스님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스님들의 파계가 개인적인 수행력만이 아니라 문화적이고 구조적이며 제도적인 요인에서 기인되기에 언제고 또 다시 반복되어 스님들의 권위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결국 종단과 한국불교를 몰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단과 절도 사회속의 한 기구이기에 권력의 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스님도 자본주의 체제 속의 한 구성원이기에 이 시대의 물화(物化, reification)와 소외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수행자라면 권력욕과 물욕, 성욕에 대한 깊은 성찰과 승화가 필요하다. 현대국가 안에서 종단과 절이 정권과 어떻게 긴장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종단과 절, 스님들의 관계 사이에 작용하는 권력을 어떻게 분산하며,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스님들이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면서 이를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게 하는지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이에 맞게 제도 개혁과 계율의 현대화를 해야 한다.

현재의 종단 구조와 사찰 운영 방식은 이번에 드러난 여러 불미스러운 모습을 조장할 수 있다. 이런 종단 문화 속에서 사회에서도 엄격히 금하고 있는 금권 선거와 공금횡령이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을 추구해야 할 수행자들 사이에서 별 죄책감 없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모든 사찰의 재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여야 하며, 재정의 운영은 재가불자에게 맡기고 출가 수행자는 수행과 중생의 구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종단은 과감하게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종회에서 자신의 권력과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개혁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을 선 종회 의원들은 사퇴하여야 한다.

그동안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나 제도 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제대로 집행되고 실천되지 않은 것은 사람의 문제이다. ‘사유재산의 종단귀속’을 성문화하여 귀속된 사유재산을 스님들의 노후복지와 교육기금으로 사용하자는 합의도 있었고, 사찰의 재정을 중앙 종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자는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가진 ‘큰스님들’이 실천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종법이 되었고, 후자의 경우 중앙종회에 예·결산 내용을 보고한 절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처절한 성찰과 단호한 파사 없이 현정은 없다. 큰스님과 본사 주지, 종단의 보임자, 종회의원들은 모든 사유재산을 종단에 헌납하고 이와 같은 개혁책을 따를 것을 대중 앞에 천명하고, 재산 공개와 헌납을 피하는 스님들이나 사찰을 공개하여 신도들로 하여금 그러한 여법하지 못한 스님과 사찰을 멀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지만, 성찰과 쇄신이 없이 위기는 기회로 바뀌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스님들의 모든 비리를 공개하고 진정으로 참회하고 모든 삿된 것을 존속시키는 제도를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없다.

우리 모두 중생의 고통을 외면한 채 욕망 속에 물신과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것을 참회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져 온 ‘불교공동체’의 조직운영 원리를 21세기 사회에 맞게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여 진정으로 청정한 승단을 세우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간곡히 발원한다. 이제 우리 4부대중이 주인이 되어 정법을 구현하고 청정 승가를 회복하기 위한 쇄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며,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단에 대한 시주 거부운동, 승가에 대한 불경배 운동 등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1. 종단은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출가 수행자들이 무소유의 청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라.

2. 종단은 4부대중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종단의 수장을 비롯한 모든 스님들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공개한 후 관련자는 죄질에 따라 일벌백계하라.

3. 종단은 재정과 권력을 분리시켜, 사찰 재정은 재가불자 중 전문가가 담당하고 스님은 수행과 보살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라.

4. 모든 본사 사찰은 홈페이지에 사찰 재정을 즉각 공개하라.

5. 종회에서 자신의 권력과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개혁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을 선 종회의원들은 사퇴하고 종단 일에 관여하지 말라.

6. 도박, 횡령, 성매매 등 파계와 비리를 범한 스님들은 삼보전에 깊이 참회하고 부정하게 수수된 금품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며, 징계에 응하여 보다 수행에 전념하라.

7. 언론은 선정 및 과장 확대 보도를 지양하고, 객관성과 사실에 입각하되 공정하게 보도하라.

8. 정한용(성호스님)과 이를 사주하는 세력들은 일부 스님들에 대한 비리에 대하여 확실한 근거를 지니고 여법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전체 불교공동체를 파괴하는 형태의 폭로전을 즉각 중지하라.

불기2556(2012)년 5월 18일
정의평화불교연대(공동대표 우희종, 이은봉, 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