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없는 조그만 나무와 소리가 없는 땅 한 조각, 소리가 없는 계곡 하나가 여래가 가진 세 가지 보물이다. 나도 이 보물을 가지면 여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말씀을 함께 귀 기울여 성불제중 대 공덕에 이르기를 바란다”(김주원 교정원장)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6대 종단 지도자들이 동학사 비구니 강원 학인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협의회 김영주 총무,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 유교 최근덕 성균관장, 민족종교 한양원 회장 등은 4월 17일 동학사를 방문해 비구니 학인 스님들과 종교 및 사회참여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번 행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초대로 이뤄졌다. 6대 종단 지도자들은 4월 `16일부터 17일까지 공주 마곡사,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등에서 전통사찰 순례 및 불교문화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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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초청으로 동학사를 방문한 6대 종교지도자들이 4월 17일 동학사 비구니강원에서 비구니 학인스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홍보팀)

동학사 비구니스님과의 대화에서는 스님들의 정진을 당부하는 덕담이 이어졌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는 “동학사 스님들을 만나니 다정하고 맑고 기품 있어 보인다. 수행의 길의 도반으로 반갑고 기쁘다”고 인사를 건넸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30년 전 동학사를 찾아 앞산을 올랐는데 길을 잃어 헤매던 순간 멀리 동학사에서 스님들의 말소리가 도란도란하게 들렸는데 무척 평화롭고 안정적이었다. 인생의 길도 그런 것 같다. 헤매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다른 이들 모두 안정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은 “노자님의 말씀에 세상에 고와 락이 있는데 고의 길을 닦아 락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으로 수월하다고 했다”며 “스님들이 열심히 갈고 닦아 우리사회가 대단히 어려운데 스님들의 마음이 흐르고 흘러 우리사회가 맑아질 때 까지 잘 정진하시길 기원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국사회에 50개 종교 500여개 종파가 있으며, 다종교 다문화사회이다. 종교간 상생을 통해 교리를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지 않으면 항상 혼란할 수밖에 없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이 항상 만나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동학사 방문도 그 일환”이라며 “종단의 45%가 넘는 비구니스님들이 조계종이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이 균형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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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을 방문한 지도자들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학인스님들은 △종교간 갈등 해결방안 △종교의 사회참여 등을 6대 종교 지도자들에게 질의했다. 각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간 갈등 해결방안에 대한 답을 해 달라”는 상범 스님(승가대학원 재학)의 질문에 “종교간 일치는 어렵지만 꾸준한 대화를 토해 이해하고 평화를 이뤄 나가야한다”고 답했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현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질의한 도원 스님(화엄반 재학)의 질문에 “유교에서도 남녀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과 양의 조화가 이뤄질 때 사회가 평안하다고 가르친다”고 답했다.

천주교의 사회참여에 설명을 요청한 진수 스님(화엄반 재학)의 질문에 김희중 대주교는 “종교인은 정신적으로 침묵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불교로 말하면 중생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천주교의 사회참여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한편 비구니 스님들과 대화 후 6대 종교지도자들은 동학사에서 점심공양 후 대전 현충원 참배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