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불교계는 조계종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태고종, 법화종, 일붕선교종 등 타 종단의 협조가 없이는 단체행동에 나서기 힘들다. 조계종 혼자 돌출행동을 하면 따돌림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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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초입에서 발견한 해군기지 건설 철회를 상징한 작품.

지난 4월 3일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이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에게 건넨 말이다. 도법 스님은 4월 2일 저녁 강정마을 평화회관에서 열린 ‘생명평화법회’ 참석 다음 날 성원 스님을 만나 강정마을 사태 해결 동참을 당부 했다. 천주교, 개신교는 물론 원불교까지 현장에서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관망하고 있는 제주 불교계가 문제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에 성원 스님은 “제주 승가에서도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중지를 모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도지사 선거 때 제주 불교계는 현 도지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도정관계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지사 자신도 해군기지 15만 톤급 크루즈 입출항 시뮬레이션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정한 것 같지 않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성원 스님은 “오히려 외부적으로 강정마을 사태가 확산되니 내부적으로는 잠잠해졌다. 육지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몰려드니 찬반을 떠나 주민들이 이에 대한 반감이 생긴 것 같다”며 “찬반 한 쪽을 선택할 경우 사찰에 들어와 법당 등을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찰을 지키는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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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도법 스님과 차담을가진 제주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성원 스님은 제주도 현지
여론을 소개하며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성원 스님은 “타 종단 사찰 주지들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정착해 살고 있지만 조계종 스님들은 그렇지 않다. 자꾸 사람이 바뀌다 보니 제주 불교계에서도, 사회에서도 조계종 스님들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 법화사 주지 진우 스님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약천사에 앞서 도법 스님 등과 차담을 나눈 진우 스님은 “제주 불교계가 나서지 않는다고 하지만 타 종단사찰들이 강정마을 사태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며 “과거 교구본사에서 경험해보니 본사 입장에서 지역 행정에 협조를 하지 않을 수 없더라. 솔직히 말사 하나 지키기 위해서는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살필 수밖에 없다. 종단에서 외풍을 막아줄 수 있나? 제주도 스님들은 작은 파도 하나에도 흔들린다. 이는 생존문제”라고 주장했다.

찬반을 떠나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자고 제의한 도법 스님에게는 이들 스님들의 행보가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생명평화 법회’에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제주도 현지에서도 이날 법회가 반대편에서 주최한 행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도법 스님은 ‘화쟁’을 강조했지만 애석하게도 ‘반대 편 스님’이라는 이미지만 얻고 말았다.

“솔직히 찬반과 관계없이 주민들이 갈라질 대로 갈라져 치유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불교계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입장을 결정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주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치유든, 반대든, 찬성이든 강정마을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과거 모 스님이 해군기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다”

강정마을에서 만난 현지 주민의 말이다. 사회문제의 불교적 해결.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해군 측으로부터 시뮬레이션도 제공받지 못한 제주도지사가 당초 입장을 뒤집고 4월 6일 해군기지 15만톤급 크루즈 입출항 시뮬레이션 검증 3차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제주 현지 스님들이 “내 핑계를 대고 강정마을에서 천도재 등을 열어 달라”는 도법 스님을 의식할까? 아니면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모의검증에 참여한 도지사를 의식할까? 2012년 4월 강정마을에서 뭐 하나 매조지가 되지 않는 조계종의 한계를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