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강정마을 사태 발생 이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천주교와 함께 원불교도 제주주민들에게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종교로, 찬반으로 나눠진 강정마을지역주민들의 치유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제주사찰들 ‘찬성’불자 눈치 보기 ‘급급’

그렇다면 ‘절집 반, 당집 반’이란 말이 있듯 제주도에서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불교는 어떠한가?

제주도 내 사찰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모 스님은 법회에 앞서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도지사도 불자이고, 국회의원도 불자이지만 제주도 내 사찰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강정마을 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에서 조계종의 힘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찬반을 떠나 강정마을 불자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기획된 이번 법회도 지역에서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력들을 위한 법회로 여기고 있다. 제주도 사찰연합회에서 여러 차례 불교계 입장을 정리하려 했지만 의견 통일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 불교계의 역할 제고가 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도법 스님 “조계종, 이제 답할 때 됐다”

이러한 현실은 법회에서 법문을 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스님의 법문 내용에도 반영됐다. 도법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형제가 없는 것은 뙤약볕에 내려쬐는 고목나무 아래 앉아 있는 것과 같다’며 목숨을 걸고 고국을 정복하고자 한 이웃나라의 왕을 온 몸으로 막아내셨다”며 “자고로 불교는 아픔, 불의, 슬픔, 고통이 있는 곳에 함께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늦게 강정마을 불자들을 찾아와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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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앞줄 가운데) 등이 평화회관에서 개최된 '생명평화법회'에서 삼귀의를 봉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법 스님은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정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절, 불교, 국가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조계종단 차원에서 여러분들에게 답을 할 때가 됐다”며 법회에 참석한 관음사 부주지 동재스님에게 “스님, 이제 약속하지죠”라고 강력하게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법회에 참석한 한 여 불자는 “강정마을 내에도 사찰이 있지만 신도들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나눠져 갈등이 심하다”며 “이날 법회에도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불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 불자들도 함께 참석해 진지한 토론을 나눠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강정마을 전체 세대 중 약 250여 세대가 불자다.

“조계종, 태고종, 일붕선교종 등으로 양분된 제주도 불교 현실에서 조계종이 강정마을 사태에 적극 개입하기도 힘들다. 천주교가 사태 발생 후 적극적으로 활동했기에 불교가 지금 강정마을 사태에 개입하는 것도 명분을 잃었다고 제주도 스님들은 판단하고 있다”

법회 전 만난 제주도 불교계 한 인사의 말처럼 강정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명 평화’의 장에 불교의 자리는 없는 듯 했다. 4월 3일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스님은 약천사, 관음사 등을 방문해 현지 사찰 스님들에게 강정마을 사태에 대한 관심과 법회 활성화를 촉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천하의 도법 스님이라도 이미 물 건너간 불교의 역할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는 것이 현지 불교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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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포구 입구에 내걸린 '해군기지 건설 철회'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