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징계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이 발표됐다. 동국대 민주동문회, 불교사회네트워크는 3월 21일 호소문을 통해 “동국대 학생징계 사태는 그 근본부터 한국사회의 모순을 많이 닮았다. 일방적인 집행과 소통이 결여된 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과정을 보면, 제주 강정마을 등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과 흡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김희옥 총장은 퇴학이 교육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체 학교 밖으로 쫓아낸 학생에게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교육적 조치가 무엇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태의 과정에서 보여준 학교당국의 허물도 가볍지 않다. 더 이상 약자인 학생들에게만 가혹한 책임을 지우고, 그것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교직원들은 강압적으로 학생들의 농성장을 철거했고, 학교당국은 퇴학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남발했다. 재단 이사장 스님께서는 학교의 상징인 불상 앞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심지어 동문선배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을 대체 알고는 계신지 궁금하다”며 “건학이념의 구현자로서 엄정한 관리자로서 재단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이들은 조계종단에도 “종단은 이러한 현실을 더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여 실수가 있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부처님 품으로 이끌어야 한다. 학교나 재단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문제 역시 공정하게 조사하여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종립대학에 임원을 파견하는 종단의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동문회, 불교사회네트워크 등은 3월 21일 오후 3시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 팔정도에서 대량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기자회견에는 조계종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장 법안스님, 민주동문회장, 동문대표, 불교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정련스님을 면담, 징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동국대 징계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

동국대 대량징계 사태가 발생한지도 어느덧 1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00일 동안 학생들과 부모님이 겪었을 마음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충돌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교직원 분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동국대 학생징계 사태는 그 근본부터 한국사회의 모순을 많이 닮았습니다. 일방적인 집행과 소통이 결여된 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과정을 보면, 제주 강정마을 등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과 흡사합니다.

동국대학교 총장님! 학생은 누가 뭐라 해도 학교의 존립 근거이자, 주인입니다. 반대운동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작은 허물이 있었음을 압니다. 그러나 설혹 작은 허물이 있었다 하더라도, 학교가 학생을 내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총장님은 퇴학이 교육조치의 일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대체 학교 밖으로 쫓아낸 학생에게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교육적 조치가 무엇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태의 과정에서 보여준 학교당국의 허물도 가볍지 않습니다. 더 이상 약자인 학생들에게만 가혹한 책임을 지우고, 그것을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존경하는 동국학원 재단 이사장님! 동국대는 유일의 종립대학이고, 재단은 학교가 건학이념에 입각해 운영되도록 계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 과정에서 보여준 학교 측의 태도는 건학이념에서 벗어난 점이 적지 않습니다. 교직원들은 강압적으로 학생들의 농성장을 철거하였고, 학교당국은 퇴학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남발하였습니다. 학교의 상징인 불상 앞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심지어 동문선배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을 대체 알고는 계신지 궁금합니다. 공정하지 못한 학교 측의 태도는 이미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아마 크나큰 충격으로 남아 평생 가슴에서 씻지 못할 고통이 될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십시오. 건학이념의 구현자로서 엄정한 관리자로서 재단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마지막으로, 종단에도 호소합니다. 현재 동국학원 재단과 동국대학교 본부 어디에서도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를 맡고 있는 학생들에게 따사로운 손을 내미는 곳이 없습니다. 종단은 이러한 현실을 더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여 실수가 있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부처님 품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학교나 재단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문제 역시 공정하게 조사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종립대학에 임원을 파견하는 종단의 최소한의 책임있는 조치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대량 징계사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학교는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학생회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여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합니다. 재단과 종단은 종립대학의 자긍심이 더 실추되지 않도록, 자비라는 불교의 보편정신이 학사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동국대학교가 갈등의 과거를 씻고 동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모교로, 불교인들이 자긍심을 갖는 종립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합니다.

2012. 3. 21

동국대 민주동문회,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