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생명윤리협회(공동대표 법응스님, 박광서)는 3월 10일 ‘후쿠시마 핵 재앙이 발발 1주년’을 맞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핵 재앙’으로부터 만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은 지난 3월 1일 창립한 ‘불교생명윤리협회’의 첫 사업으로 정한 ‘탈핵’과 관련한 첫 대외 입장표명이다.

불교생명윤리협회는 성명에서 “후쿠시마 핵재앙 1년을 맞아 불교도인 우리는 이 나라 정부와 국제사회에 최소한 원자력발전에 쏟는 비용만큼 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 예산을 투자하기를 요구한다”며 “원전과 그 폐기물 처리과정 등 핵에 관한 모든 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불교생명윤리협회는 또 “우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체와 진정성이 의심 받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며 “핵무기와 핵 발전의 위험성이 근원적으로 동일하다는 데서 우리 불교생명윤리협회는 ‘4대강 죽이기’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사이비 녹색정책이 ‘핵안보’라는 또 다른 외피를 쓰고 나타났음을 보고 있으며, 수출 경제란 미명 하에 원전 한류를 이야기 하는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무책임, 무감각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불교생명윤리협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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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재앙 발발 1년을 지나면서

후쿠시마 핵재앙이 터진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사계절을 지나 봄빛을 품은 바람은 다시 불어오지만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사고의 피해규모는 체르노빌의 10배, 히로시마 핵폭탄의 100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을 망각한 어리석음이 체르노빌의 재앙을 불러왔고, 체르노빌을 과거지사로 묻어버린 탐욕이 후쿠시마의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국가의 인위적 경계, 하늘 바다의 자연적 경계가 없이, 우리의 생명세계가 끝없는 연기(緣起)의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고통스럽게 각성합니다.

이른바 원자력발전, 핵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생명과 핵연쇄반응이라고 하는 이 극단적 상극의 세계를 완벽히 차단하면서도 그 사이에 연결통로를 내어 에너지를 빼내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현실화해야 하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모든 장치는 핵 앞에 붕괴되게 되므로 완벽한 차단이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일단 이에 접촉된 모든 물질들 또한 핵 위험을 지니는 존재로 변모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이 상황에서 완벽한 안전에 접근한다는 것은 무한대의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고, 따라서 현실적 장치와 관리는 어느 선에선가 이 위험에 대한 절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핵 발전의 관리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에게는 지적 한계와 함께 심적 한계도 있습니다. 인간은 무제한의 시간동안 무제한의 경계를 지속시킬 심적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핵 발전의 사용은 바로 이것을 요구합니다. 설혹, 용케도 방사능 효력이 끝날 때까지 수 백 수 천 혹은 수 만년 동안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관리를 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그 오랜 동안 우리의 후손들이 이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불침번을 서야했던 수난의 대가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그토록 무서운 흉물을 물려받은 분노와 원망, 생태계의 손상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원자력의 신화는 깨졌습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기만에 불과했습니다. 원자력은 깨끗하지 않습니다.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결코 싼 에너지도 아니며, 그것은 이제 인류를 비롯하여 일체의 살아있는 것들과는 공존할 수 없는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합니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력홍보기관이 존재하며 국민들이 내는 전기세의 일정비율을 원자력홍보에 사용합니다. 핵폐기장 문제로 여러 차례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경험한 바 있으면서도 “원자력발전 계속 추진”이란 정부 방침으로 인해 찬반으로 나눠진 지역공동체는 날로 피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 모든 고통은 더불어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우리의 생태 환경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회복하고 환원시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정책입안자들에게 생명그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바른 방향의 지침을 제시할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체와 진정성이 의심 받고 있는 현실에 주목합니다. 핵무기와 핵 발전의 위험성이 근원적으로 동일하다는 데서 우리 불교생명윤리협회는 ‘4대강 죽이기’에서 보여준 이명박정부의 사이비 녹색정책이 ‘핵안보’라는 또 다른 외피를 쓰고 나타났음을 봅니다. 수출 경제란 미명 하에 원전 한류를 이야기 하는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무책임, 무감각을 개탄합니다.

후쿠시마 핵재앙 1년을 맞아 불교도인 우리는 이 나라 정부와 국제사회에 최소한 원자력발전에 쏟는 비용만큼 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 예산을 투자하기를 요구합니다. 또한 원전과 그 폐기물 처리과정 등 핵에 관한 모든 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를 촉구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보여준 극도의 정보 통제는 원전 사고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불투명한 비밀주의와 관료주의는 공포를 가중시킵니다.

오늘 불교생명윤리협회는 모든 피폭자들의 고통과 희생에 공명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삶터를 잃어버린 지구촌의 이웃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또한 불교계 안팎의 모든 이들에게 자성의 통찰과 질정의 행동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불기 2556(서기2012)년 3월 10일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법응⋅박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