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는 불기 2556(2012)년 3월 3일 임회 회의를 백양사 향적전에서 개최하여, 총림의 현안 타개를 위한 방장스님의 유시를 발표하고 유시 내용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받들 것을 만장일치로 동의 의결했다.

방장 수산 스님은 그동안 백양사 문도들 간의 불화로 인하여 총림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파행을 겪어 오던 것을 종식시키고, 고불총림 백양사의 전통 수행가풍 회복과 총림 기강을 바로 세움으로써, 총림의 안정 및 수행과 전법도량으로의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 총림의 새로운 소임자들을 인선하여 발표했다.

방장스님의 유시에 따라 총림의 부방장에 광제 스님, 수좌에 지선 스님, 선원장에 무아 스님이 위촉되었으며, 파행적 종무행정의 책임을 물어 현주지 시몽스님을 경질하고 신임주지로 진우스님을 추천했다.

고불총림은 이번 새로운 소임자 인선을 계기로 백양사의 전통 수행가풍을 회복하고, 만암·서옹 양 대종사의 유지를 받드는 훌륭한 총림도량으로의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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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수산스님 유시문(諭示文)

고불총림 백양사 임회 위원스님들과 총림 대중스님들께 고합니다. 노납이 지병이 깊어 이제 세연이 얼마 안남은 듯합니다.

고불총림은 만암 대종사님과 서옹 대종사님의 법풍과 원력이 깃든 도량이고, 각진국사의 주석 이래 호남의 중요한 수행도량으로서 면면히 법맥을 이어 오며 조사선풍을 드날려 오던 곳입니다. 지난 2004년에 고불총림의 방장으로 노납이 추대되었을 때, 노납은 조용히 혼자 슬픔에 잠겨 눈물을 닦았습니다. 과거 도량의 융성기로부터 근세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수행자들이 모여들고 기라성 같은 준걸들이 배출되어 훌륭한 인물이 그렇게도 많던 백양사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처해서 나 같은 못난이가 물코막이 방장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회한의 마음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노납이 병이 깊어진지 1년이 다되어 가니 기력은 소진될대로 되었고 낡은 수레처럼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는 상황에서, 총림의 현실과 앞날을 생각하니 만암, 서옹 양대종사님의 원력과 유훈이 떠올라 병석에 편히 누워 있지도 못합니다.

고불총림의 대중스님들이 화합하여 현재의 주지를 중심으로 총림을 안정시키고 발전시켜나가길 바랐으나, 노납이 부덕한 탓으로 이태 전부터 여러 가지 분란이 많았습니다. 년전에 총림 대중들이 화합하도록 유시하였으나, 아직도 잘 화합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아 참으로 염려가 큽니다.

그리고 작금의 고불총림 백양사의 현실을 보자면 더욱더 우려가 됩니다. 종무행정을 담당하고 사중살림과 수행대중 외호를 살필 상주 소임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는 백양사 강원은 강주 이하 학인들까지도 텅 비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으며, 선원 운영 또한 안정되지 못하고 크고 작은 분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백양사 재정운영이 방만하여 채무가 계속 늘어나고 종무원들 월급을 제때에 주지를 못하고 있는 형편에서 주지는 외유나 일삼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어떻게 총림본사의 살림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주지가 소임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백양사가 공동화 되다시피 되었으니 노납을 비롯한 우리 총림대중들이 어떻게 불조와 선대 대종사님들께 얼굴을 들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위와 같은 결과들이 염려되어 현재의 주지에게 총림운영에 대해 당부의 말을 건네면, 주지는 노납에게 “방장스님은 왜 종무행정에 관여하십니까. 제가 다 잘 알아서 하겠으니 걱정마세요.”라고 말을 뭇질러 버리곤 하더니, 오늘날의 이 모습이 잘 해놓은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을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암 대종사께서는 언행일치, 지행일치를 제일로 여겼습니다. 실행이 따르지 않는 것은 천 마디 만 마디 아무리 좋은 말만 하고, 이상을 말한다 해도 소용없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바로 알면 한 가지를 제대로 지키고 실행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백양사 총림 대중스님들은 허상에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는 바를 실행하는 것, 자기가 뱉은 말대로 실행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참다운 수행인이요 대장부이며, 이것이 바로 만암대종사의 가풍입니다.

일부 대중은 백양사 재정이 어려우므로 총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는데,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만암대종사는 그 어려운 재정으로도 근검절약하면서 필요적정한 예산집행으로 여축없이 총림을 운영하셨습니다. 요즘도 능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 대중들의 마음이 너무나 사치스럽고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위와 같은 연유로 인하여 노납부터 내 자신의 부덕함과 무능함을 자성하면서, 총림 대중스님들께 고불총림 백양사의 전통 가풍 회복과 총림의 안정 및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와 노력을 해주시길 각별히 당부 드립니다.

아울러 흐트러진 총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고불총림의 총림다운 기틀과 체계 회복 및 수행과 전법도량으로의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총림의 새로운 소임자 스님들을 정하여 발표하고자 하오니, 총림 대중스님들은 새로운 소임자들을 중심으로 화합하고 합심하여 고불총림이 과거와 같은 융성한 수행도량으로 발전하여 만암, 서옹 양대종사님의 유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먼저 광제선사를 부방장으로 하며, 다음 지선선사를 수좌로 위촉하고, 다음 무아스님을 선원장으로 위촉하오니 소임을 맡은 스님들께서는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총림의 수행가풍회복 및 기강확립과 총림발전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의 주지 시몽스님은 그동안 노고가 많았으니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도록 하시고, 후임 백양사 주지소임은 용흥사 진우스님이 맡아서 본사 종무행정과 가람수호, 교육과 포교에 힘쓰고, 총림의 근간이 되는 선원, 강원, 율원의 기틀을 바로 잡고 잘 유지 운영될 수 있도록 외호에 지극히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노납이 했어야 할 일들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후학 스님들에게 짐으로 남겨놓는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총림 대중스님들은 총림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중화합이 제일 중요함을 깊이 새겨서, 부지런히 수행정진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불기 2556년 2월 일
古佛叢林 白羊寺 方丈 壽山知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