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주도한 송경동 시인에 대한 구속 수사 등 정부의 사법처리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화쟁위원회는 2월 7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진중공업 문제를 대승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정부와 사법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이어 “회사 경영의 어려움과 적자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경영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노동자 가장들이 결사적인 투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부와 사법 당국은 메마른 법률적 형식에 얽매어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화쟁위원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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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멈춰라

한진중공업 문제가 타결됐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희망버스를 주도한 사람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돼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교계는 안타까움과 함께 큰 우려를 갖고 있다.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 달 31일 징역 1년6월의 형을 구형받았다.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은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말고도 희망버스 승객 4명도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최근엔 경찰이 희망버스 대구지역 참가자들에 대해 참가비 납부 계좌 거래내역과 입금자 전원의 인적사항을 조회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던 화쟁위원회는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정부와 사법당국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진중공업 문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낸 깊은 상처라고 할 수 있다. 회사 경영의 어려움과 적자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경영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 속에서 노동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노동자 가장들이 결사적인 투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와 잘못된 노사 제도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김진숙씨가 먼저 크레인 농성으로 이 절박함을 호소했고 송경동, 정진우, 박래군씨 등이 그 절박함에 화답한 것이다. 희망버스는 그런 절박함이 만들어낸 새로운 물결이었고 이로 인해 종교계, 학계가 나서고 마침내 정치권까지 여야 가릴 것 없이 나서도록 만들었다.

그런 염원과 에너지가 모여 한진중공업 문제가 진통 끝에 해결된 것이다. 김진숙, 송경동, 정진우, 박래군씨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그 많은 대중들이 아니었다면 한진중공업은 우리가 상상하기도 싫은 비극과 파국을 겪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자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걱정하며 마음을 냈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를 비롯해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다 바쳤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의인(義人)으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돌려준 것은 구속, 검찰수사, 계좌조회, 재판처럼 살벌한 사법적 조처뿐이었다. 설사 이들이 희망버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행법을 어겼다고 해도 메마른 법률적 형식의 잣대만 들여댄다면 이제 누가 공동체의 문제를 위해, 사회적 정의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바치려고 할까?

이런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정의는 GDP 몇 만 불 못지않게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이 무너지면 경제성장도 이룰 수 없고 이미 이뤄놓은 사회적 발전도 물거품이 된다. 법은 가장 커다란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에 두고 집행돼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사법 당국은 메마른 법률적 형식에 얽매어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희망버스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멈추고 대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내길 바란다. 불교계는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2012. 2. 7.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