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앞 시민광장에 다시 촛불이 밝혀졌다.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3분 만에 날치기 통과되자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서 다시 촛불을 든 것이다. 올해 들어 첫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경찰 추산 6천 명, 주최측 추산 1만2천 명이 “한미FTA 비준안 무효”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크게보기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반대를 위해 서울시청앞으로 모여든 1만2천여 시민들.

크게보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대부분이 젊은층이어서 향후 정국에 젊은층이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11월 23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는 날선 바람과 함께 몰고 온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이어져 나갔다. 서울광장 동편에 자리를 잡은 시위대의 손에는 촛불이 켜지기 시작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인파는 배가 되고 있었다.

서울광장 중앙에 설치 중인 스케이트장 공사장 안까지 시민들이 들어차기 시작을 하고 어느새 서울광장은 절반이 넘을 정도로 시민들로 메워졌다.

크게보기
우리들의 미래를 거래하지 말라는 손피켓을 들고 연단에 오른 여고생들.

크게보기
시청앞 스케이트장을 설치하기 위해 쌓아놓은 공사자재 위에 올라앉아 있는 시민들. 인파가 늘면서 스케이트 공사장에도 인파가 들어찼다.

크게보기
촛불로는 약하다며 횃불을 만들어 들고 나온 한 시민의 모습.

‘우리들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는 손 피켓을 들고 연단에 올라온 여고생들이 짧고 굵게 한마디 한다. “이명박 대통령님. 지금 야자타임 한 번 하시죠.”하고 말문을 연 여고생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이번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한 것을 반말로 맹비난하여 시민들에게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이 여고생들은 또 “여기 오신 기자님들에게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뉴스에 내보내지도 않을 것을 뭐 하러 이렇게 매일 고생스럽게 찍어가는 겁니까. 가세요. 그냥 가시라고요.”라고 말해 잠시 기자단들을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기도 하였다.

방송언론의 외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시위장 곳곳에서는 종편을 확정 받은 언론사나 공영방송 기자들과 시민들의 크고 작은 마찰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크게보기
FTA 반대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한 스님의 모습.

크게보기
물대포를 시민들을 향해 난사하고 있는 경찰.

크게보기
물대포를 직사로 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치 토크쇼 ‘나는꼼수다’가 연단에 오르자 이날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가 저녁 9시가 되어 촛불집회행사는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나면서 도로로 진출한 시민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시도하려 했으나 경찰이 차단벽에 가로막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게보기
물대포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한미 FTA 반대를 외치는 청년과 청소년들.

경찰은 경고방송을 마치자마자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로 시위대의 강제해산을 시도하였다. 영하 1도 체감온도 7도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물대포를 난사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장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이었다.

무교로, 소공로, 을지로, 대한문 입구까지 봉쇄한 경찰이 토끼몰이식으로 시민들을 몰아넣고 일부러 물대포를 난사했다는 어느 시민의 말처럼 시민들은 시청 삼거리에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물대포의 직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 같은 경찰의 지나친 시위 진압 방식은 여론에 수없이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총 14명의 시위 참가자가 연행되고 명동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밤 11시까지 시위를 이어가다가 자진 해산했다.

한편 한미FTA 반대 시위는 주말부터 대규모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현재 SNS에서는 집회 동참의 글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