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금강산 신계사 낙성 4주년 기념 남북불교도합동법회가 우여곡절 끝에 회향됐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지홍 스님, 이하 민추본)는 금강산 신계사 낙성 4주년 기념으로 남북불교도합동법회(이하 신계사 남북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는 대결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소통의 관계로 만들기 위한 남북불교도들의 염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고 민추본 본부장 지홍 스님은 전했다. 앞으로도 민추본은 민족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남북간 공존과 상생을 이루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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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추본 본부장 지홍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부를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홍 스님은 14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인 무원칙하고 무능한 태도에 대해선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통일부는 그동안 민추본의 방북 요청에 대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구두로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민추본은 방북단 구성, 북측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이하 조불련) 통보 등 제반사항을 준비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방북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1시 30분경 돌연 불허 사실을 민추본 관계자에게 통보했다.

오후 2시에는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이 재차 방북 불허를 확인했다. 몇 차례 더 사실여부를 확인했으나 통일부의 입장은 한결같았고 민추본이 필요하다면 불허통보를 문서형태로 보낼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에 민추본은 즉각 북측 조불련에 행사의 취소를 통보하는 결례까지 범해야 했다. 오후 5시 30분경 통일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허입장을 번복하고 방북을 승인하겠다고 최종 알려왔다. 오락가락하는 통일부의 행보에 민추본은 곤욕을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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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봉행된 복원4주년기념 남북불교도공동법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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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법회 후 신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

지홍 스님은 “통일을 위한 남북교류는 우리 민족에게 절체절명의 중대사다. 이런 중대사를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하루 만에 승인에서 불허로, 불허에서 승인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하는 처사는 결코 정부가 취해선 안 되는 태도”라며 “사실 통일부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악습을 되풀이해왔다. 이것은 이 정부가 통일과 남북교류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통일부의 태도는 정부 통일정책, 대북정책의 무능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북측 조불련이 남북불교도합동법회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방북이 불허돼 행사가 무산됐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조계종과 조불련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 외교 차원에서 대신 노력하는 조계종을 이렇게 난처하게 만드는 따위의 일이 아니다. 일관된 통일정책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순수한 민간교류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활성화되고 권장돼야 함에도 정부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민추본의 통일부에 대한 질타는 매서웠다. 한국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을 상대로 불손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정 행위를 일삼은 것에 대한 불쾌감과, 이것이 현 정부 출범부터 시작됐던 불교계 경시 태도의 연장선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또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언론을 통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는 태도를 보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민추본은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에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만일 요구사항에 대해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첫째, 이번 사태에 대해 통일부 장관은 불교계와 국민 앞에 경위를 설명하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북승인 기준과 절차와 관련하여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야한다.

셋째, 정부는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검토하기 바라며, 민간차원의 교류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