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를 위해서는 한문 공부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접하는 경전의 원문 대부분이 한자로 되어 있고, 우리는 한자문화권에 속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자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한, 한자는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니라 우리 글자라고 해야 옳다.

한자를 공부해야 개념적 사고가 원활해지고, 사고의 크기가 넓고 깊어진다. 따라서 불교공부가 아니더라도 한자공부는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보통 한문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한자어의 구성 원리나 한문 문장의 구조 등에 대한 일정한 이해만 있다면 한자공부가 생각처럼 어려운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한자는 뜻글자이므로 상징성과 이해성, 상관성, 응용성, 시각력과 조어력이 있는 장점이 있어 한 번 습득만 하면 다른 단어와 연관이 쉽게 되어 하나를 알면 열을 알게 된다. 한자는 제자원리인 육서의 원리에 의해 공부하면 그렇게 난공불락의 어려운 글자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한자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어려운 종교로 인식하고 지레 겁을 먹어 멀리하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나 한자어로 구성된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한자공부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으로 학습해야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설사 한글로 번역이 되었더라도 그 어근의 절대 다수가 한자어인 만큼 한자공부는 우리가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는 한 피해갈 수 없는 과목이기도 하다.

또한 불교경전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기독교의 성서처럼 한권으로 제대로 집약된 불교경전이 없는 형편이고, 설사 있어도 중구난방이기에 그것의 한글화가 불교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점들을 충분히 감안해 만든 불교한문 공부를 위한 훌륭한 책이 나왔다. 동대부여중에서 교법사로 재직 중인 김형중 박사의 역저 <왕초보 한문박사 되다>(민족사)가 그것이다. 김형중 박사의 한자에 대한 연구는 이미 10년 전 발간한 스테디셀러 <한글세대를 위한 한자공부>라는 책으로 정평이 나 있거니와, 이후에도 줄곧 ‘불교천자문’을 만들겠다는 원력이 축적되어 온 터라 이 같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책의 집필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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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한문박사 되다>의 출간에는 자랑스럽게도 미디어붓다도 한 몫을 담당했다. 미디어붓다 창간과 함께 절찬리에 연재되었던(지금은 필자의 사정으로 중단되었지만) ‘명품 선시 100선’을 정독하던 민족사 윤창화 사장의 제안으로 집필의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윤창화 사장은 명품선시 100선을 읽으며 김형중 법사의 탁월한 한문실력과 독창적인 해설에 무릎을 쳤고, 이것이 아직 누구도 출간하지 않은 분야인 ‘불교한문공부 맞춤책’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부분을 살펴보자.

문: 樹凋葉落時如何?(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답: 體露金風.(나무는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천지에 가을바람만 가득하지.)(223쪽)

이에 대해 김형중 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번뇌망상을 다 떨어 낸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입니까?’라는 물음에 ‘전혀 가식이 없이 자신의 참모습을 온 세상에 드러낸 부처의 모습이지.’라는 내용이라고.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설명이다. 매 소개구가 다 이런 식이다. 물론 설명 이전에 새로운 한자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불교용어 해설과 한문문법, 경전한문의 이해를 친절하게 붙여놓았다.

김형중 법사는 이 책을 집필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만 내용성이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비롯하여 ▲경전의 원문을 주제별로 선택해 한국불교 전반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김형중 법사는 찬불예배, 대승경전의 핵심적 구절, 조서어록의 핵심적 문구, 대표적인 화두공안, 중요한 선시게송 등을 엄선해 구성했다. 특히 한국불교가 임제종풍을 이은 선불교라는 점을 감안하여 <벽암록>과 <무문관>에 나오는 대표적인 화두공안을 소개했다.

이 책은 강점은 또 ‘한자 풀이’의 간결함과 탁월함이다. 한문 실력은 한자 실력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문 전문에 나타난 한자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원문의 뜻에 적합한 뜻부터 먼저 새겨서 문장을 이해하는 체계를 활용했다. 특히 초심자라도 별도의 보충교재가 필요없을 정도로 인물소개, 경전소개, 불교용어, 보충설명, 읽기자료 등의 항목을 만들어 친절하게 설명을 붙였다.

따라서 이 책은 불교한문 독법을 다룬 책이 전무한 교계의 상황에서 출간된 불교문법서의 효시가 될만한 역저이자, 한문불교경전공부의 입문서이고 개론서라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불교경전과 어록 등에서 문법에 적용되는 많은 용례를 제시했고, 선학과 교학에 대한 설명과 저자의 주장이 명료하게 적용되어 있다.

용성, 만해, 용담, 안진호 등 선각의 노력과 특히 운허, 월운 큰스님 등의 헌신으로 한글대장경이 완성되어 경판이 빨래판이라는 오명을 씻었지만, 여전히 한문의 장벽이 두터운 현실에서 출간된 <왕초보 한문박사 되다>. 이 가을,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원력을 낸 불자에게 반갑고 유용한 책이다.

*저자 김형중 법사는?

-약력
동국대 불교학과, 동 대학원 졸업/ 중국연변대에서 문학박사 취득/ 동국대 사범대학부속여중 교법사 재직 중/ 동방대학원대학교 객원교수/ 불교신문 논설위원/ 전국교법사단장 역임/ 서울시 교육청 교과서 심의위원 역임/ 문학평론가/ 한국종교교육학회 이사/

-저서
<시로 읽는 서산대사> <휴정의 선시연구> <한용운의 선시연구> <불교를 찾아가는 길> <대자유인 선사> <석가모니 생애와 가르침> <불교 교과서 밖으로 나가다> <한글세대를 위한 한자공부> <한글세대를 위한 시사한자>(공저) <중고등학교 생활과 철학 교과서>(공저) <중고등학교 종교(불교) 교과서>(공저) <청소년 불교성전>(공저) <불교와 환경보전>(공저) <불교내비게이션>(공저) <물 뱀이 마시면 독 소가 마시면 우유>(공저)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