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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위치한 무우수갤러리에서 2025년 12월 24일(수)부터 2026년 1월 12일(월)까지 남재현 작가 기획초대전 『달빛이 이끄는 곳』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서양 신화와 미술사 속에서 상반된 상징을 지녀온 ‘달’을 매개로 현대인이 꿈꾸는 이상향과 내면의 안식처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작가 남재현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동아시아 미술의 전통적 사유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기획초대전 『달빛이 이끄는 곳』에서 작가는 ‘달’과 ‘이동’이라는 반복적 모티프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탐구한다.  

달은 인류 역사 속에서 풍요와 행운, 부활과 희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어둠과 불안, 미지의 영역을 내포한 존재였다. 남재현 작가는 이러한 달의 이중적 서사를 칠흑 같은 밤의 화면과 커다란 달의 이미지로 압축한다. 비행기, 캠핑카, 미니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과 함께 비숑, 푸들, 판다 등 친근한 동물들이 등장하며, 달빛을 받은 이 존재들은 어둠 속에서도 생기를 띤다. 압도적으로 크게 묘사된 달과 대비되는 작은 존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선명한 존재감을 획득한다.

남재현의 화면에서 달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목적지이자 안식처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달은 화면의 끝자락이나 후경에 배치되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장소를 상징한다. 동물들의 시선과 이동의 방향은 관람자 역시 그 여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과거 자연을 통해 이상향을 상상해왔던 동아시아 관념산수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불만과 갈망을 새로운 공간으로 이끌어내어 심리적 해방과 평온을 찾고자 했던 과거의 미의식은 오늘날 여행과 이동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다시 호출된다.

작가에게 달은 “조용히 혼자 빛나면서도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하는 존재”이자, 내면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다. 자연과 인공, 과거와 현재는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세계를 완성한다. 〈달빛이 이끄는 곳〉은 달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이자,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와 행동을 판타지로 재해석한 동화와 같다. 남재현 작가는 특별한 기적보다 일상의 평범한 소원과 지속 가능한 행복에 주목하며, 달빛 아래에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모든 여정을 조용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