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2026년 종교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종교투명성센터는 12월 4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한 국고지원이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즉각적인 예산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2026년 종교문화행사 국고지원액은 182억 원으로 올해(159억 원)보다 23억 원 증가했다. 단체는 증액분 대부분이 사실상 천주교 행사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논란은 2027년 개최 예정인 세계청년대회(WYD) 예산이다. 정부는 해당 행사를 위해 2025년 7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6년에는 30억 원을 배정했다. 단일 종교 행사에 대한 국비 30억 원은 전례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두 시민단체는 “행사 규모가 국가사업에 준하는데도, 수행 주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심의 조직위원회라는 점에서 명백한 종교 편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13년 WCC 부산총회 20억 원, 2024년 제4차 로잔대회 30억 원 등 과거 유사 종교 행사와 비교해도 국비 투입이 앞도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2026년도 종교문화시설 예산은 총 327억 원으로, 전년(389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종교별 비중 편중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 분야 시설 예산 비중은 2024년 75%, 2025년 79%에 이어 2026년 86%까지 높아진 반면, 개신교·유교·천도교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단체는 “천주교 행사 예산 폭증에 따른 불교 '달래기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시설 명목이 문화관, 체험관, 명상센터 등 유사 사업으로 반복되면서 사실상 신규 건립 중심의 예산이 관행적으로 편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발생한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금산사 전·현직 주지들이 차명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각종 종교시설 공사를 독점,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경찰이 확보 자료를 분석 중이다. 단체는 “사찰문화재관람료 폐지 보조금, 방재시스템 사업 등 과거에도 횡령 사례가 반복됐으나 책임자 처벌이나 제도 개선은 미흡했다”며 “국가 보조사업을 ‘종교시설 건립 비즈니스’로 전락시키는 사례가 전국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이날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즉각 폐기 △ 2026년 예산 집행 중단 △사찰 보조금 전수 조사 등을 요구하며,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검토하겠다’는 말로 책임을 피해선 안 된다. 천주교 세계청년대회 예산은 전례 없는 종교 편향이고, 불교 시설 사업은 반복되는 국고 횡령을 방치한 결과다.” 또한 조계종 관련 반복적 비리 문제와 관련해, 시설 예산 지급 전면 중단과 사법적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단체는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과 종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