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왕켄뽀의 보성론 강의(047)//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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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오늘부터 『보성론』의 제3장 강의를 시작한다. 3.1부터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자리(自利)·이타(利他)이니, 승의신(勝義身)과

그것에 의지하는 것은 세속신(世俗身)이다.

벗어남과 성숙의 과(果)인

덕의 분류는 64가지이다. [3.1]

།རང་དོན་གཞན་དོན་དོན་དམ་སྐུ་དང་ནི། །དེ་ལ་བརྟེན་པ་ཀུན་རྫོབ་སྐུ་ཉིད་དེ།

།བྲལ་དང་རྣམ་པར་སྨིན་པའི་འབྲས་བུ་ནི། །ཡོན་ཏན་དབྱེ་བ་དྲུག་ཅུ་བཞི་འདི་དག

『보성론』의 주제인 7금강구 중에서, ①불 ②법 ③승의 삼보(三寶), ④계(界) ⑤보리(菩提)까지 설하였고, 이제 ⑥덕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다. 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불신(佛身)의 체계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자리(自利)는 법신에 해당하고, 이타(利他)는 색신(色身)에 해당한다고 한다. 부처 자신의 측면에서 현현하는 것은 법신이다. 반면에 다른 교화대상들에게는 색신(色身)으로 현현한다.

"자리(自利)·이타(利他)는 승의신(勝義身)이고 그것에 의지하는 것은 세속신(世俗身)이다." 라고 하였다. 자리(自利)는 승의신(勝義身, Tib. don dam sku, Skt. paramārtha-kāya), 즉 법신(法身)이다. 그리고 이타(利他)는, 법신에 의지하는 세속신(世俗身, Tib. kun rdzob sku, Skt. saṃvṛti-kāya), 즉 색신(色身)에 대응한다. 부처는 오직 법신이지만, 법신의 가피와 교화 대상인 제자들의 공덕에 의해, 세속신(世俗身)·색신(色身)으로 현현한다. 이것은 마치 거울과 얼굴이 만나면 거울 안에 얼굴의 상(相)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거울 속에 나타나는 상이 실제의 우리의 얼굴은 아니듯, 색신도 진정한 궁극적인 부처가 아님에도 제자들에게 현현한다.

"벗어남과 성숙의 과(果)인 덕의 분류는 64가지이다." 라고 하였다. 자리의 법신과 이타의 색신, 이 2가지에는 벗어남의 덕(Tib. bral ba'i yon tan)과 성숙의 덕(Tib. smin pa'i yon tan)이라는 2종류의 덕이 있다. 벗어남의 덕이란, 업과 번뇌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온전히 드러난 덕이다. 그리고 부처에게는 모든 종자들을 완전히 성숙시킨 성숙의 과(果)의 덕이 있다. 이러한 덕을 분류하면 몇 가지가 있는가? 바로 64가지가 있다. 벗어남의 32가지 덕은 승의(勝義)의 법신에 있다. 성숙의 32가지 덕은 세속(世俗)의 색신에 있다.

벗어남의 32가지 덕은 ①10력(十力) ②4무외(四無畏) ③18불공법(十八不供法)이다. 그리고 32상(三十二相)이 색신의 성숙의 덕이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토대가 되는 자리(自利)의 승의(勝義) 법신 그리고 그것에 의지하는 이타(利他)의 세속(世俗) 색신, 바로 그것이니, [부처는] 2가지 몸(二身)의 자성을 지닌다. 그것들[법신과 색신]에 갖추어져 있으면서 의지하는 덕을 분류하면, 법신에게 존재하는 벗어남의 덕 32가지와 색신에게 있는 성숙의 과(果)가 32가지 덕으로 2가지이니, 양자를 모두 합치면 덕의 분류가 64가지이니,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원만함의 토대는

승의(勝義)의 이익의 몸이며

선인(仙人)들의 관습의 몸은

다른 이의 성취의 토대이다. [3.2]

།བདག་ཉིད་ཀྱི་ནི་འབྱོར་པའི་གནས། །དམ་པའི་དོན་གྱི་སྐུ་ཡིན་ཏེ།

།དྲང་སྲོང་རྣམས་ཀྱི་བརྡ་ཡི་སྐུ། །ཕ་རོལ་ཕུན་སུམ་ཚོགས་པའི་གནས།

"자신의 원만함의 토대는 승의(勝義)의 이익의 몸이며" 라고 하였다. '원만함(圓滿, Tib. 'byor pa, Skt. saṃpatti)'은 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부처 자신에게 있는 모든 덕의 토대는 바로 승의(勝義)의 이익의 몸, 즉 승의의 법신이다.

"선인(仙人)들의 관습의 몸은 다른 이의 성취의 토대이다." 라고 하였다. '선인(仙人, Tib. drang srong, Skt. ṛṣi)'은 부처를 가리킨다. 관습(Tib. brda, Skt. sāṃketika)이란 개념(Tib. tha snyad, Skt. vyavahāra)을 의미한다. '다른 이'는 교화 대상인 유정(有情)들을 의미한다.

색신(色身)은 교화 대상인 유정들의 심상속(心相續)에 덕과 이익이 생기게 하는 토대이다. 법신(法身)은 자신에게 있는 이익의 토대이고, 색신(色身)은 다른 중생에게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덕이 생기게 하는 토대이다.

학생 : 선인(仙人)이라는 표현은 도가(道家)의 표현이 아닙니까?

켄뽀 : 이 단어는 티베트어의 drang srong을 번역한 것으로, 싼쓰끄리뜨어로는 ṛṣi이다. 선인은 인도의 베다 경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는데, 산 속에 살면서 삼매를 닦는 이들을 이렇게 일컬었다. 중국에서는 이 단어를 선인(仙人)이라 번역하였다. 그리고 중국불교에서는 부처님을 금선(金仙)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학생 : 유가사(瑜伽師)가 선인(仙人)과 같은 의미입니까?

켄뽀 : 두 단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선인(仙人)은 외딴 산 속, 이를 테면 설산 속에 살며, 인적이 없는 곳에서 삼매를 닦는다. 유가사(瑜伽師, Tib. rnal 'byor pa)란 삼매를 수행하여 삼매에 어느 정도의 자재함을 성취한 사람을 의미한다. 선인(仙人)은 주로 인도 신화와 전설 속에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불께서 탄신하셨을 때, 향후에 부처나 전륜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아시따(Asita)가 선인이었다.

학생 : 불교를 공부해보니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일종의 철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켄뽀 : 14대 달라이라마께서는 불교를 종교적 불교, 철학적 불교, 과학적 불교. 이렇게 3가지 범주로 구분하셨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과학이나 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좀 더 쉽게 납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철학이나 과학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라는 단어의 뜻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필연적인 변화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는 종교적인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교는 해탈을 추구하는 가르침이며 중생을 이롭게 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교한 논리만 내세우는 현학(衒學)이라면 불교 공부는 의미가 없으며 지속될 수도 없다. 하나의 표현이 어떤 사람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말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교도 한 가지 측면만으로 불교 전체를 측량할 수는 없다.

학생 : '성숙'은 무슨 의미입니까?

켄뽀 : 성숙(成熟)의 티베트어인 smin은 무엇인가 자라나다, 익는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과일에 익는 것을 smin이라고 한다. 업이 잠재해있다가 그 과(果)가 무르익으면, 이것을 업의 과가 성숙했다고 한다. 제자를 성숙시킨다는 표현으로 사용될 때는, 제자에게 잠재해있던 능력을 드러내어 계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몸은 힘(力)등

벗어남의 덕들을 갖춘다.

두 번째는 위대한 이의 특징인

이숙(異熟)의 덕들을 갖춘다. [3.3]

།དང་པོའི་སྐུ་ནི་སྟོབས་ལ་སོགས། །བྲལ་བའི་ཡོན་ཏན་རྣམས་དང་ལྡན།

།གཉིས་པ་སྐྱེས་བུ་ཆེན་པོའི་མཚན། །རྣམ་སྨིན་ཡོན་ཏན་དག་དང་ལྡན།

"첫 번째 몸은 힘(力)등 벗어남의 덕들을 갖춘다." 라고 하였다. 여기서 첫 번째 몸은 법신(法身)을 가리킨다. 법신에는 벗어남의 덕인 십력(十力), 사무외(四無畏), 십필불공법(十八不供法)이 있다. "두 번째는 위대한 이의 특징인 이숙(異熟)의 덕들을 갖춘다." 라고 하였다. 두 번째 몸은 색신을 가리킨다. 위대한 이의 특징, 즉 대인상(大人相, Tib. skyes bu chen pi'i mtshan, Skt. mahāpuruṣa-lakṣaṇa)은 32상(三十二相)을 말한다.

벗어남의 덕은 지자량(智資糧, Tib. ye shes kyi tshog)에 의해 장애와 분별을 제거하였기에 성취된다. 성숙의 덕은 공덕자량(功德資糧, Tib. bsod nams kyi tshogs)의 과(果)가 성숙되어 성취된 이숙(異熟)의 과(果)이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리(自利)의 모든 완전함이 원만하며 자연스럽게 성취되는 곳·토대는, 성자의 지(智)이자 훌륭함(Tib. dam pa)의 영역의 대상으로서 법신(法身)으로 현현한 바로 그것이다. 대선인(大仙人)인 구경각불(究竟覺佛)들의 관습(Tib. brda) 혹은 개념(Tib. tha snyad) 정도만을 보여주는 색신(色身)은, 교화 대상인 다른 이들의 이익의 모든 완전함이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성취되는 곳·토대이다. 그중에서 전자인 법신(法身)은, 십력(十力), 사무외(四無畏) 등, 지자량(智資糧)을 쌓음에서 비롯된, 장애에서 벗어났음으로만 분류되는 덕들을 구분할 수 없이 갖추고 있다. 후자인 색신(色身)은, 32대인상(大人相) 등 공덕자량을 쌓음에서 비롯된, 핵심적인 능력을 차례대로 성숙시킨 덕들 역시 갖추고 있다."

힘(力)은 무명의 장애에 금강과 같으며

두려움 없음(無畏)은 무리 중에 사자와 같으며

마찬가지로 여래(如來)는 섞이지 않음(不共)이 허공과 같으며

모니(牟尼)의 2가지 나타남은 물 속의 달 그림자와 같다. [3.4]

།སྟོབས་ཉིད་མ་རིག་སྒྲིབ་ལ་རྡོ་རྗེ་བཞིན། །མི་འཇིགས་ཉིད་ནི་འཁོར་དུ་སེང་གེ་བཞིན།

།དེ་བཞིན་གཤེགས་པ་མ་འདྲེས་མཁའ་བཞིན་ཏེ། །ཐུབ་པའི་བསྟན་པ་རྣམ་གཉིས་ཆུ་ཟླ་བཞིན།

벗어남의 덕에는 십력(十力, Tib. stobs bcu, Skt. daśa-bala), 사무외(四無畏), 십팔불공법(十八不供法)이 있다. 왜 십력(十力)의 10가지 상을 힘(力)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힘(力)은 무명의 장애에 금강과 같으며" 라고 하였다. 부처에게는 강력한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금강이 모든 사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마찬가지로 부처는 힘(力)의 덕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심상속(心相續)에 있는 무명의 장애를 모두 파괴할 수 있다.

그리고 "두려움 없음(無畏)은 무리 중에 사자와 같으며" 라고 하였다. 사무외(四無畏, Tib. mi 'jigs pa bzhi)는 마치 사자와 같음을 나타낸다. 사자는 숲 속에서 홀로 어떤 곳을 향하더라도 결코 어떠한 두려움도 불안도 없다. 마찬가지로 부처는 교화 대상인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고 도(道)를 보여줌에 어떠한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마찬가지로 여래(如來)는 섞이지 않음(不共)이 허공과 같으며" 라고 하였다. 여래가 섞이지 않음(Tib. ma 'dres pa)은 허공과 같다고 하였으니, 허공은 기세간과 유정세간 모두에 두루하다. 그러나 지( 地)와도, 수(水), 화(火), 풍(風) 그 어떤 것과도 섞이지 않는다.

"모니(牟尼)의 2가지 나타남은 물 속의 달 그림자와 같다." 라고 하였다. 모니(牟尼, Tib. thub pa, Skt. muni)는 부처를 가리킨다. 2가지 나타남은 보신(報身)과 화신(化身)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신(身)의 나타남은 마치 수월(水月), 즉 물 속에 비친 달의 영상과 같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승리자의 10가지 힘(十力)은, 무명 등의 장애를 뿌리부터 제거하니, [부처 외의 다른] 그 누구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물질로는 금강[과 같은 것]이다. 사무외(四無畏)는 무리 안에서도 두려워함이 없기에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와 같다. 여래의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은 다른 것과 공통되지 않으므로 마치 허공이 4대(四大)와 공통되지 않는 것과 같다. 모니(牟尼, Tib. thub pa)의 색신(色身)이라고 설한 2가지는 물 속의 달과 같다. 바람(Tib. mos pa)의 힘에 의해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