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왕켄뽀의 보성론 강의(043)//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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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학생 : 2.56에서 청정하지 않은 국토라고 하였는데, 청정한 국토와 청정하지 않은 국토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켄뽀 : 동아시아의 정토종(淨土宗)에서는 정토(淨土)에 대한 신행(信行)이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정한 국토인 정토(淨土, Tib. dag pa'i zhing)과 청정하지 않은 국토인 예토(穢土, Tib. ma dag pa'i zhing)를 구분하는 방식에는 2가지가 있다.

우선, 장소에 근거하여 정토와 예토를 구분할 수 있다. 유정의 공통된 업과 번뇌로부터 기세간(器世間)이 성립하니, 업과 번뇌의 상속(相續)을 지닌 유정이 생멸(生滅)하는 그 장소를 일컬어서 예토라고 한다. 이러한 해석으로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청정하지 않은 국토인 예토이다. 그렇다면 정토는 어떻게 규정하는가? 거주하는 유정들 공통의 공덕과 부처님의 자비와 원력(願力)으로 성립하는 세간계(世間界)가 있다. 이것을 청정한 국토인 정토라고 한다. 그 사례로는 극락정토(極樂淨土, Tib. bde ba can gyi zhing khams, Skt. Sukhāvatī), 아촉불(Tib. mi skyod pa/mi 'khurgs pa, Skt. akṣobhya)의 묘희정토(妙喜淨土, Skt. mngon par dga' ba)가 있다. 이것이 정토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다. 소승의 아비다르마에서는 정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세간계가 그 안에 거주하는 유정들의 업과 번뇌에 의해 성립되었다고 설한다.

반면에 또 다른 접근에 따르면, 본질적으로는 정토와 예토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정의 마음에 의거하여 구별한 것이다. 마음의 흐름, 즉 심상속이 청정하지 못하고 업과 번뇌에 덮여있는 유정에게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간계는 청정하지 않은 예토이다. 반면에 마음의 흐름이 업과 번뇌의 염오로부터 청정해진 유정의 마음에는, 이 세간계는 청정한 정토이다.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 Tib. mngon rtogs rgyan)에서는 ①원만(圓滿, Tib. rdozgs), ②성숙(成熟, Tib. smin), ③청정(淸淨, Tib. sbyang)의 3가지를 완성하기 전까지 실제(實際, Tib. yang dag mtha', Skt. bhūtakoṭi)는 현전(現前)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실제(實際)란 대승에서의 멸(滅)이며 자성신(自性身)을 말한다. 그리고 원만(圓滿)이란 무엇인가? 원(願, Tib. smon lam)이 원만하여 완성된 것을 말한다. 성숙이란, 교화 대상인 유정들의 심상속을 성숙시킬 수 있음이다. 청정은 정토를 완전히 청정하게 하여, 오직 청정한 국토만이 나타나게 함이다. 이 3가지를 완성하기 전까지, 성불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므로, 부처 자신에게는 오직 청정한 국토만이 현현할 뿐 청정하지 않은 예토의 현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즉, 본질적으로는 하나이지만, 제자들이 경험하기에는 차별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두 가지 설명 중에서 전자를 따르자면, 보신(報身)은 오직 정토에만 현현하며, 화신(化身)은 예토에 가서 유정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다.

학생 : 소승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만을 이야기할 뿐, 많은 세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켄뽀 :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Tib. mngon pa mdzod, Skt. Abhidharmakośa)을 보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Tib. stong gsum gyi stogn chen po'i 'jig rten gyi khams)에 대해 설명한다. 데게판 『구사론』 본문을 살펴보면 "사대주(四大洲)와 수미산과/ 해와 달과 욕천(欲天)과/ 범천의 세계가 일천 개면/ 소천세계라고 한다./ 그것이 일천 개면 두 번째 천 개이니/ 중천세계이다./ 그것이 일천 개면 삼천[대천세계]이다." (D3897, 108-122b, 2) 즉, 사대주(四大洲, Tib. gling bzhi)와 수미산(須彌山, Tib. ri rab), 해와 달과 욕천(欲天, Tib. 'dod lha), 범천(梵天)까지의 세계가 일천 개가 있으면 소천세계(小千世界, Tib. stong chung ngu'i 'jig rten gyi khams)라고 하고, 소천세계가 다시 일천 개가 있으면 중천세계(中千世界, Tib. stong bar ma'i 'jig rten gyi khams)라고 한다. 이 중천세계가 다시 일천 개가 있으면 삼천대천세계라고 하며, 삼천대천세계 하나가 최상의 화신(Tib. mchog gi sprul sku, Skt. paramanirmāṇa-kāya, 殊勝化身)이 교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소승에서도 세계가 단일하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학생 : 정토(淨土)에 대한 교설은 오직 대승에만 있고 소승에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정토설은 불교의 근본 교설이 아니라 다른 종교의 영향으로 생겨난 교설이 아닙니까?

켄뽀 : 이것은 두 갈래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나는 전통 교학에 따른 설명이고, 또 한 가지는 현대의 불교학의 관점이다. 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근본교설이 있었고, 그 이후에 순차적으로 부파불교, 대승불교, 밀교의 순으로 생겨났으며, 본래부터 이후의 교설들이 존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학설일 뿐 반드시 사실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자에 따르면, 소승교에는 정토설이 없는데, 이것은 소승교의 최종 목표는 아라한과이기 때문이다. 소승은 아라한을 성취하고 이후 열반에 들면, 온(蘊)의 상속이 단멸된다고 하니, 즉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멸(滅)의 성취라고 한다. 그러나 대승교에서는 그것은 임시적으로 제자의 근기에 따라 방편으로 설했을 뿐, 궁극의 법이 아니다. 이와 관련된 핵심적인 교설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Tib. mdo dam pa'i chos pad ma dkar po)에서 논의한다. 아라한과를 성취하면 오랜 시간 그 상태에 머물다가, 이후 업의 힘에 의해 정토(淨土)의 연꽃 속에 태어난다. 이때 무량수불(無量壽佛)이 그대는 윤회의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했으나 궁극의 열반을 성취하지는 못 했으니 이제 대승의 가르침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손가락을 튕기신다. 그러면 아라한은 멸(滅)의 상태로부터 깨어나 부처께 믿음을 일으키고 정토에서부터 보살의 도(道)를 수습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소승과 대승은 흐름 자체가 다르다.

학생 : 극락정토에 태어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까?

켄뽀 : 무량수불과 극락정토에 ①믿음을 일으키고, ②발심(發心)하며 ③공덕을 쌓고, 그 공덕을 극락왕생을 위해 ④회향하면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

학생 : 범부(凡夫)도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습니까?

켄뽀 :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범부가 극락에 왕생하면, 극락에 태어나는 즉시 성자가 되기 때문이다.

적정(寂靜)의 길에 실로 들어간 이는

열반을 성취했다고 생각하는데,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에서

법의 진여(眞如)를 가르침으로써 [2.58]

།ཞི་བའི་ལམ་ལ་རབ་ཞུགས་པ། །མྱ་ངན་འདས་ཐོབ་འདུ་ཤེས་ཅན།

།དམ་ཆོས་པདྨ་དཀར་ལ་སོགས། །ཆོས་ཀྱི་དེ་ཉིད་བསྟན་པ་ཡིས།

한편으로는 윤회가 있고 또 한 편으로는 적정(寂靜), 즉 열반이 있다. 윤회에서 해탈한 열반에는 다시, 성문 아라한의 열반, 독각의 열반, 대승의 열반까지 3가지가 있다. "적정(寂靜)의 길에 실로 들어간 이는 열반을 성취했다고 생각하는데" 라고 하였다. 성문 아라한과 독각은 해탈 열반을 성취한 뒤에, 이제 최종적인 궁극의 열반을 성취했다고 착각한다.

그러므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에서 법의 진여(眞如)를 가르침으로써" 라고 하였듯이, 성문 아라한의 경지나 독각의 경지는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난 해탈 열반이기는 하지만 궁극의 열반은 아니므로, 성문과 독각의 열반에 안주하는 이들에게 다시 대승법의 진여(眞如)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승의 진여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Tib. mdo dam pa'i chos pad ma dkar po)이나 『열반경』 과 같은 경에서 설해졌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법의 진여를 설하지 않는가? 성문종성(聲聞種性)이거나 독각종성(獨覺種性)인 사람은 법의 진여를 설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회의 괴로움을 지극히 두려워하여, 우선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추구한다. 그래서 일단 해탈만으로 충분하다며 성문과 독각의 열반을 가르친 것이다. 그리고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면 더 이상 마음에 번민이 없으므로, 이제 대승 법의 진여를 가르치면 수용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적 교설은 불교를 교수(敎授)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지금 당장 물질적으로 심각하게 궁핍하거나 심리적으로 극단적인 곤경에 몰려있는 사람은, 심오한 법의 진여를 설해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일단 당장의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다음,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좀 더 깊은 의미를 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윤회의 고로 핍박 받아 여유가 없는 중생에게는 일단 소승의 도(道)를 설하여 해탈로 인도하고, 그 후에 다시 대승의 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보살이 사섭법(四攝法, Tib. bsdu ba bzhi)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보살은 ①보시(Tib. sbyin pa) ②애어(愛語, Tib. snyan par smra ba) ③이행(利行, Tib. don spyod pa) ④동사(同事, Tib. don mthun pa)의 단계로 중생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이전의 집착에서 전환되니,

방편과 지혜로 섭수하여

최상승에서 성숙시키고

최상의 보리를 수기(授記)하신다. [2.59]

།དེ་དག་སྔར་འཛིན་ལས་བཟློག་སྟེ། །ཐབས་དང་ཤེས་རབ་ཡོངས་བཟུང་བས།

།ཐེག་པ་མཆོག་ལ་སྨིན་མཛད་དེ། །བྱང་ཆུབ་མཆོག་ཏུ་ལུང་བསྟན་ཏོ།

2.59에서는 화신불(化身佛)이 성문이나 독각의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들에게 나아갈 도(道)를 알려주는 그 방식을 설명한다. "그들은 이전의 집착에서 전환되니" 라고 하였다. 성문·독각은 이전에 자신이 닦고 성취한 그 도(道)야말로 최상이며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집착하고 있다. 그 집착심을 먼저 제거하게 한다. 성문·독각의 교설에서는 인무아(人無我) 정도만을 설한다. 그들에게 대승의 공(空)·자비·보리심 등의 교설을 가르쳐, 소승의 도과(道果)보다 더욱 높은 영역이 있음을 알게 한다.

"방편과 지혜로 섭수하여" 라고 하였다. 집착심을 제거한 이후에는, 이제 공성을 깨닫는 지혜와 방편의 자비로써 성문종성과 독각종성들을 포용하여 섭수한다. 그리고 "최상승에서 성숙시키고" 라고 하였으니, '최상승(最上乘, Tib. theg pa mchog)'은 대승을 의미하며 그들을 대승의 도(道)를 수행하도록 인도한다는 말이다.

"최상의 보리를 수기(授記)하신다." 라고 하였다. 그대는 성문과 독각의 도를 닦아 윤회고로부터 해탈하였으니, 이제부터 대승의 도를 닦으면 미래세에는 반드시 정등각(正等覺)을 성취하리라. 나도 그렇게 해왔고 그대로 그렇게 하면 보리를 성취하리라. - 라고 수기(授記, Tib. lung bstan)를 내린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이 윤회의 괴로움을 적정(寂靜)하게 하는 방법인, 성문과 독각의 도(道)에 잘 들어가, 아라한과 독각의 보리를 성취한다. 구경(究竟)의 경지는 이루지 못 했으나 열반은 얻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이들에게, 『묘법연화경』과 『대반열반경』 등에서 일체법의 진여(眞如, Tib. de kho na nyid, Skt. tathatā)인 공성과 자비가 합일됨을 가르치는 승(乘)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이 나아가는 열반도 하나 뿐이다. -라고 가르치신다. 이로 인하여, 성문과 독각들은 이전에 구경(究竟)을 성취하지 못 했음에도 성취했다고 집착하던 것으로부터 전환한다. 그리고 일체 유정을 해탈시키고자 바라는 대비(大悲)의 방편과, 지혜가 일체법이 공성임을 증득하는 것에 의지하여, 공덕자량과 지혜자량 2가지를 완전히 섭수(攝受, Tib. yongs su bzung ba)한다. 그로 인하여, 3승에서 으뜸가는 대승(大乘)에서 성숙하게 하며 올바른 도로 이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

"(...) 그와 같이 대승의 도(道)에서 순차적으로 성숙시키면 8지(八地) 등을 성취하니, 해탈의 3가지 보리에서 으뜸가는 무상법왕(無上法王)의 수기(手記)를 내린다."

심원하고, 위력이 완전하며,

어리석은 이의 이익과 상응하도록 잘 이끌므로,

이러한 순서대로, 심원함과

광대함과 위대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2.60]

།ཟབ་དང་མཐུ་ནི་ཕུན་ཚོགས་དང་། ། བྱིས་པའི་དོན་མཐུན་རབ་འདྲེན་ཕྱིར།

།འདི་དག་གྲངས་བཞིན་ཟབ་པ་དང་། །རྒྱ་ཆེ་བདག་ཉིད་ཆེ་ཞེས་བྱ།

지금 우리는 보리, 즉 부처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신, 보신, 화신의 3신(三身)의 양상을 논의하고 있다. 3신 중에서 부처의 진정한 본질은 바로 법신이다. 보신은 법신으로부터 비롯되어 업이 청정한 유정들에게 나타나는 색신(色身)이다. 예를 들어 비로자나불(Tib. rnam par snang mdzad, Skt. vairocana) 등이 보신불이다. 그리고 청정한 교화 대상과 청정하지 않은 교화 대상 모두에게 나타나는 색신이 화신이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불 같은 경우이다.

"심원하고, 위력이 완전하며, 어리석은 이의 이익과 상응하도록 잘 이끌므로" 라고 하였다. 여기서 심원(微妙, Tib. zab, Skt. saukṣmya)함은 법신을 가리킨다. 법신은 어째서 심원한가? 법신은 언어와 분별의 대상에서 벗어난 법성(法性)이기 때문이다. 교화 대상들이 그것을 증득하기가 어려우므로 심원하다고 한다.

그리고 '위력이 완전함' 이라고 한 것은 보신에 해당한다. 보신불의 모습을 현현하여 교화 대상들을 일체지자의 길로 인도함에 그 능력이 완전하기 때문이다. 또 그 처소(處所)의 완전성, 설하는 법의 완전성, 시(時)의 완전성, 권속의 완전성, 제자들의 완전성으로 완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리석은 이의 이익과 상응하도록 잘 이끈다는 것은 화신을 가리킨다. 화신은 어리석은 범부의 마음에 잘 부합되도록, 그 몸(身)의 모습을 현현하며, 법을 설하며, 행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그들을 도(道)로 이끌기 위함이다.

"이러한 순서대로, 심원함과 광대함과 위대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라고 하였다. 순서대로 심원함은 법신, 광대함은 보신, 위대함은 화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세하고 알기 어려워 심원하기 때문이며, 다른 이의 이익을 완전한 힘을 갖추었기 때문이며, 어리석은 범부들이 생각하는 이익과 상응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윤회를 으뜸가는 것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니, 3신을 순서대로 연관지어서, 심원함은 자성신(自性身), 광대함은 수용신(受用身), 위대함은 화신이라고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