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이를 찾아내려고,

그러나 찾지 못한 채

수많은 태어남과 윤회 속을 줄곧 서둘러 왔었네.

태어남은 언제나 실로 괴로운 것.

오, 집 짓는 이여, 드디어 너를 찾아냈도다.

너는 다시는 집 짓지 못하리.

너의 모든 서까래는 부서지고

마룻대 또한 부러졌도다.

이제 내 마음은

형성되지 않은 것을 이루었네.

온갖 갈애 다 끝내어 버렸네. 

                   - 졸저 <붓다 연대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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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바그너의 미완성 작품 ‘승리자(Die Sieger)’는 불교사상을 담고 있는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 이 대본은 바그너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불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불교서적을 탐독했고, 그 과정에서 구상한 것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바그너의 종교에 대한 관점은 매우 독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존경했지만, 자신은 유대인이 아닌 그리스 혈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스라엘의 신은 예수의 아버지인 그 신과 다르고, 십계명은 기독교의 교훈에 있는 자비와 사랑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무튼 불교에 매료된 바그너는 여러 해 동안 ‘승리자’를 구상했다.  

바그너의 불교오페라 제목인 ‘승리자’는 부처님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처님은 왜 승리자일까? 이는 부처님이 “나는 모든 것에서 승리한 자, 일체를 아는 자”(M26)라고 선언한 것에서 비롯됐다. 오페라 승리자는 부처님의 마지막 여행에 대한 것이다. 내용은 마치 <디가니까야>에 수록된 ‘마하빠리닙바나경’(D16)을 연상시킨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생(生)과 사(死)의 승리에 대한 것이다. 부처님의 열반은 불사(不死)이며 동시에 불생(不生)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대각을 이룬 후 노래한 환희로 충만한 시를 감상하기에 앞서 바그너의 오페라 승리자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시에서 언급하는 궁극, 즉 열반은 ‘나는 모든 것에서 승리한 자, 일체를 아는 자’라는 바그너의 오페라가 드러내려 한 의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부처님의 대각의 순간을 간략히 살펴보자. 

부처님은 대각을 이루기 전 집중력과 통찰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강력한 집중력이 뒷받침된 통찰의 지혜가 갖춰질 때 비로소 대각, 즉 열반을 향한 화룡점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초선정부터 사선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면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렸고, 거기에서 무상과 고, 무아를 보았으며, 염오와 이욕의 경지를 이루어냈다. 마음이 집중되고 청정하고 깨끗하고 흠이 없고 오염원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활발발하고 안정되고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부처님은 초야(初夜)에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숙명통]를 꿰뚫어 체득했다. 수많은 전생을 아는 명지를 증득한 순간 부처님에게 무명이 제거되고 대광명이 일어났다. 중야(中夜)에 이르렀을 때 부처님은 일체중생들의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아는 지혜[천안통]를 성취했다. 이 순간 마치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며 머무는 자에게 무명이 제거되고 명지(明知)가 일어나고 어둠이 제거되고 광명이 일어나듯이 부처님에게도 무명이 제거되고 명지가 일어났고 어둠이 제거되고 광명이 일어났다. 후야(後夜)에 이르자 부처님은 대각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인, 모든 번뇌를 소멸하는 지혜[누진통]로 마음을 향하게 했다. 그때 부처님은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았고,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았고,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았다. 또한 이것이 번뇌이고, 번뇌의 소멸이고, 번뇌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임을 꿰뚫어 알았다. 그 순간 부처님은 염오와 이욕의 마음을 내고 해탈을 이루면서 수다원도와 수다원도를 성취했다. 이어 감각적 욕망에 기인한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되었고 거기에서 사다함의 경지를 이루어냈다. 이어 탐하는 마음, 분노의 마음을 다 떨쳐버림으로써 아나함과를 이루어냈다. 부처님은 여기에서 방일하지 않고 더욱 치열하게 스스로를 독려했다. 마치 머무는 자에게 무명이 제거되고 명지가 일어나고 어둠이 제거되고 광명이 일어났듯이, 그에게 무명이 제거되고 명지가 일어났고, 어둠이 제거되고 광명이 일었다. 

마침내 부처님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무명의 짙은 안개를 걷어내고,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길 없는 삶과 죽음의 간극을 뛰어넘었다. 오래지 않아 미세한 번뇌까지도 완전하게 제거한 뒤 부처님은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었다.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자 존재에 기인한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했고, 무명에 기인한 번뇌에서도 마음이 해탈했다. 이렇게 마음의 해탈을 이루었을 때 그에게 해탈했음을 스스로 아는 지혜가 생겼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알게 된 것이다. 부처님은 가만히 눈을 떠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그 순간 동쪽하늘에 밝은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졸저 <붓다 연대기> 참조

모든 것을 이뤄낸 부처님은 열반을 이룬 뒤 몇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법열(法悅)을 만끽했다. 부처님은 자신이 붓다가 된 인류역사상 최고의 위대한 성취, 위대한 승리를 확인하는 게송을 읊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위대한 시이다. 

- 시어 ‘집’은 개체, 즉 몸을 의미한다. 개체는 갈애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 시어 ‘서까래’는 번뇌를 의미한다. 

- 시어 ‘마룻대’는 상량을 지칭하는 것으로 무지(無知)를 뜻한다.

- 시구 ‘형성되지 않은 것’은 열반의 경지를 말한다.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생, 즉 다시 태어나는 일이 없는, 즉 생사의 굴레에서 해탈한 경지를 말한다. 

* 필자 후기 - 2년여에 걸쳐 부처님께서 전해준 100편의 시를 감상해 보았다. 니까야를 펼쳐놓고 시를 고르고 해설하면서 실로 많은 공부를 했다. 부처님은 어느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인류역사상 최고의 시인이라는 사실도 몸과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00편의 시가 독자들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