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왕켄뽀의 보성론 강의(037)//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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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미세하므로, 들음의 대상이 아니며

승의(勝義)이므로, 사유의 대상이 아니며

법성(法性)은 심오하므로, 세간의

수습(修習) 등의 대상이 아니다. [2.32]

།ཕྲ་ཕྱིར་ཐོས་པའི་ཡུལ་མིན་ཏེ། །དོན་དམ་ཡིན་ཕྱིར་བསམ་བྱའི་མིན།

།ཆོས་ཉིད་ཟབ་ཕྱིར་འཇིག་རྟེན་པའི། ། བསྒོམ་པ་ལ་སོགས་ཡུལ་མ་ཡིན།

"미세하므로, 들음의 대상이 아니며" 라고 하였다. 보리 혹은 자성은 어째서 문혜(聞慧)로써 알 수 없는가? 왜냐하면 매우 미세하기 때문이다. 극히 미세하므로 언어로써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 설사 억지로 언어로써 전달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 한다.

"승의(勝義)이므로, 사유의 대상이 아니며" 라고 하였다. 보리는 사혜(思慧)로써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째서인가? 보리 혹은 자성은 승의(勝義)이기 때문이다. 승의(勝義, Tib. don dam pa, Skt. paramārthata)는 사유와 희론(戱論)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법성(法性)은 심오하므로, 세간의 수습(修習) 등의 대상이 아니다." 라고 하였다. 법성(法性)은 심오하므로, 세간의 삼매와 선정을 수습하여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에 대한 지극한 믿음과 헌신을 갖춘 이가 법성(法性)에 대해 고찰하는 것과, 그저 논리만을 앞세운 사람이 생각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째서인가? 환희와 헌신과 믿음으로 법성에 대해 고찰할 때, 그의 마음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과 명료함이 생겨나고, 공(空)의 경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지식과 논리로만 접근하는 이는, 달변으로 법의 성질에 대해 설명은 할 수 있을 지언정, 마음 속에 특별한 경험이 일어나지 않는다. 양자는 이렇게 경험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기에, 그 경험의 가치에도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고찰하는 대상은 동일하지 않은가 싶겠지만,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숙세(宿世)에 쌓은 복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의 헌신과 믿음이 특히 중요하다고 나는 늘 강조한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승의의 부처는 지극히 미세하고 깨닫기 어려우므로, 문소성혜(聞所成慧)의 영역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승의제(勝義諦)는 자증지(自證智, Tib. so so rang rig ye shes)로써 깨달을 바이므로 사소성혜(思所成慧)[의 영역이 되지 않으며,] 법성(法性, Tib. chos nyid)·진여(眞如, Tib. de bzhin nyid)는 심오하고 측량하기 어려우므로, 세간의 수소성혜(修所成慧) 등 모든 식(識)의 영역이 되지 않는다."

색(色)에 대해 눈 먼 이들이 그러하듯이

어리석은 이들은 그것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태어난 집(産室)에서 어린 아이가

태양의 형상에 대해 그러하듯이, 성자도 그러하다. [2.33]

།གང་ཕྱིར་གཟུགས་ལ་དམུས་ལོང་བཞིན། །བྱིས་པས་དེ་སྔོན་མཐོང་མ་མྱོང་།

།བཙས་པའི་ཁྱིམ་ནས་བུ་ཆུང་གིས། །ཉི་མའི་གཟུགས་བཞིན་འཕགས་པས་ཀྱང་།

"색(色)에 대해 눈 먼 이들이 그러하듯이" 라고 하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은 현생에서 한번도 색(色)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리석은 이들은 그것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라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범부(凡夫)들은 자성을 결코 본 적이 없으므로, 설사 설명을 해준들 그 마음 속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태어난 집(産室)에서 어린 아이가 태양의 형상에 대해 그러하듯이, 성자도 그러하다." 라고 하였다. 갓 태어난 어린 아이는 태양을 보더라도, 성인이 보는 것처럼 제대로 보지 못 한다. 마찬가지로 부처보다 하위의 성자(聖者)들은 설사 법성(法性)을 보더라도, 부처처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와 같이 깨닫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색(色)을 눈 먼 이들이 이전에는 조금도 본 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모든 범부는 무구(無垢)한 진여를 이전에 조금도 직접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갓 태어나 집에 있는 어린 아이가 태양의 빛의 형상을 조금은 보지만 완전히 보지는 못 하는 것처럼, 10지(十地)에 머무는 보살 성자들조차 법신(法身)을 일부는 직접 볼 수 있더라도, 완전하게는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 : 전생부터 쌓아온 좋은 습기(習氣)가 있는 사람은 쉽게 깨달을 수 있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습기를 쌓아야 합니까?

켄뽀 : 지금 우리가 『보성론』을 공부하고 있는 것도 모두 깨달음의 습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 경험할 수는 없더라도, 꾸준히 공부해나가면 언젠가 성취할 것이다. 그리고 보리심을 발심(發心)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우(善友)에 의지하거나 듣고 생각하여(聞思) 발심하는 등 다양한 것이 있다.

2.33까지 보리에 구족된 15가지 덕 중에서 ①불가사의(不可思議, Tib. bsam med)에 대한 설명을 마쳤고, 이제 아래 게송에서는 나머지 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생(生)에서 벗어났으므로 상주(常住)이며

멸(滅)이 없으므로 견고하며

두 가지가 없으므로 적정(寂靜)이며,

영원이니, 법성에 머물기 때문이다. [2.34]

།སྐྱེ་དང་བྲལ་ཕྱིར་རྟག་པ་སྟེ། །འགག་མེད་ཕྱིར་ན་བརྟན་པ་ཡིན།

།གཉིས་མེད་ཕྱིར་དེ་ཞི་བ་སྟེ། །གཡུང་དྲུང་ཆོས་ཉིད་གནས་ཕྱིར་རོ།

"생(生)에서 벗어났으므로 상주(常住)이며" 라고 하였다. 보리에는 ②상주(常住, Tib. rtag, Skt. nitya)의 덕이 있다. 왜냐하면 생(生)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멸(滅)이 없으므로 견고하며"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③견고(堅固, Tib. brtan, Skt. dhruva)의 덕을 말한다. 처음에 생(生)이 없고, 중간에 머묾(住)이 없으며, 마지막으로 멸(滅)함이 없으므로, 보리는 견고하다.

"두 가지가 없으므로 적정(寂靜)이며" 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④적정(寂靜, Tib. zhi ba, Skt. śiva)에 해당한다. 두 가지란 생(生)과 멸(滅)을 말한다. 이 두 가지가 없으므로 보리는 적정(寂靜)하다. "영원이니, 법성에 머물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⑤영원(永遠, Tib. g.yung drung nyid, Skt. śāśvata)을 말하는데, 영원이란 바로 불변(不變)을 의미한다. 왜 불변인가? 늘 법성(法性)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구(無垢)한 부처는 인연(因緣)으로부터 생(生)함을 본래 벗어났기에, 상(常)의 덕을 갖춘다. 생(生)이 없는 그것에는 멸(滅)도 없으므로, 견고함의 덕을 갖춘다. 그리고 생과 멸 2가지에 의해 적정(寂靜)하지 않음이 없으므로, 부처는 적정(寂靜)의 덕을 갖춘다. 그리하여 영원함의 덕을 갖추고 있으니, 법성(法性)이 자성열반(自性涅槃)에 본래 머물며 불변성(不變性)이기 때문이다."

매우 평화로우니, 멸제(滅諦)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알기에, 편재(遍在)이다.

머무름이 없기 때문에, 무분별이다.

번뇌를 버리므로 착(着)이 없다. [2.35]

།རབ་ཞི་འགོག་པའི་བདེན་པའི་ཕྱིར། །ཐམས་ཅད་རྟོགས་ཕྱིར་ཁྱབ་པ་ཉིད།

།གནས་པ་མེད་ཕྱིར་རྟོག་མེད་དེ། །ཉོན་མོངས་སྤངས་ཕྱིར་ཆགས་པ་མེད།

"매우 평화로우니, 멸제(滅諦)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⑥실로 적정(寂靜)함(Tib. rab tu zhi ba, Skt. praśānta)에 해당한다. 보리는 실로 적정(寂靜)하니, 멸제(滅諦)이기 때문이다. 멸제란 무엇을 말하는가? 업, 번뇌, 습기(習氣)의 모든 염오가 청정한 것을 말한다.

"모든 것을 알기에, 편재이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⑦편재(遍在, Tib. khyab་pa, Skt. vyāpi)를 가리킨다. 보리는 색(色)에서 일체지(一切智)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지(所知)를 한 찰나에 알기에, 모든 소지(所知)에 편재한다.

"머무름이 없기 때문에, 무분별이다." 라고 하였는데, ⑧희론을 벗어남(Tib. rtog bral, Skt. vyapagatavikalpa)의 덕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리는 좋은 대상, 나쁜 대상, 윤회, 열반 등 그 어떠한 대상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분별(無分別, Tib. rtogs pa med pa)이다. 그리고 "번뇌를 버리므로 착(着)이 없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⑨무착(無着, Tib. chags med, Skt. asakta)의 덕이다. 보리는 탐진치 등의 번뇌장을 모두 버렸으므로, 그 어떤 것을 향해서도 집착도 없고 탐착도 없다.

소지장(所知障)이 모두 청정하므로

일체에 걸림이 없다.

두 가지가 없이 부드러우므로

거친 감촉을 벗어났다. [2.36]

།ཤེས་བྱའི་སྒྲིབ་ཀུན་དག་པའི་ཕྱིར། །ཐམས་ཅད་དུ་ནི་ཐོགས་པ་མེད།

།གཉིས་མེད་ལས་སུ་རུང་བའི་ཕྱིར། །རྩུབ་པའི་རེག་དང་བྲལ་བ་ཡིན།

"소지장(所知障)이 모두 청정하므로 일체에 걸림이 없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⑩일체에 걸림이 없음(Tib. kun tu thogs med, Skt. sarvatrāparatigha)의 덕을 말한다. 장애에는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이 있다. 소지장이 완전히 청정하므로, 보리는 그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다.

"두 가지가 없이 부드러우므로 거친 감촉을 벗어났다." 라고 하였다. 여기서 두 가지는 혼침(昏沈, Tib. bying ba, Skt. styāna)과 도거(掉擧, Tib. rgod pa, Skt. auddhatya)를 말한다. 혼침과 도거가 없으므로 신체와 삼매를 원하는 대로 운용(任運)할 수 있다. 지극히 부드러우므로, 거친 감촉을 벗어난다. 이것이 ⑪거친 감각이 멸했음(Tib. rtsub reg spangs, Skt. pāruṣasparśavigata)의 덕이다.

학생 : 지극히 부드럽고 거친 감촉이 없다는 것은, 경안락(輕安樂)을 말하는 것입니까?

켄뽀 : 그렇다. 경안락(輕安樂, Tib. shin sbyangs gi bde ba)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학생 : 거친 감각은 혼침과 도거를 말합니까?

켄뽀 : 거친 감각(Tib. rtsub pa'i reg pa)이란 온갖 망상 분별로 요동하는 것을 말한다. 혼침과 도거가 없어졌으므로 마음은 이제 지극히 고요하고 부드러우므로, 거친 감각이 멸했다고 하는 것이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부처의 보리는 모든 고(苦)가 실로 적정(寂靜)한 대락(大樂)의 덕을 갖추고 있다. 버릴 바(所斷)가 모두 멸한 궁극의 멸제(滅諦)가 현전(現前)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지(所知)의 모든 상(相)을 직접 알기 때문에, 진소유지(盡所有知)의 소지(所知) 모두에 편재하는 덕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소연(所緣, Tib. dmigs pa)과 상(相, Tib. mtshan ma)에도 머물지 않으므로, 여소유지(如所有知)의 덕을 갖춘다. 이것들이 낙(樂, Tib. bde ba)과 증(證, Tib,. rtogs pa)의 특성(Tib. khyad par)이다. 그 외에도, 해탈을 장애하는 번뇌장을 습기와 함께 제거했으므로, 여소유(如所有)의 의미에 있어서의 집착함이 없는 덕이 [있으며,] 일체지(一切知)을 장애하는 모든 소지장(所知障)이 남김없이 청정하므로, 진소유(盡所有)의 의미 모두에 있어서 걸림 없는 덕이 [있다. 그리고] 혼침과 도거 2가지 등의 등지(等持, Tib. snyoms 'jug, Skt. samāpatti)의 장애가 없으므로, 몸과 마음이 부드러우며 삼매를 임운(任運)하므로 거친 감각을 버린 덕을 갖추고 있다."

색(色)이 없으므로 볼 수 없고,

상(相)이 없으므로 파악할 것이 없고,

선(善)이니, 자성(自性)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무구(無垢)이니, 염오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2.37]

།དེ་གཟུགས་མེད་ཕྱིར་བལྟར་མེད་དེ། །མཚན་མ་མེད་ཕྱིར་གཟུང་དུ་མེད།

།དགེ་བ་རང་བཞིན་དག་པའི་ཕྱིར། །དྲི་མེད་དྲི་མ་སྤངས་ཕྱིར་རོ།

"색(色)이 없으므로 볼 수 없고" 라고 하였다. ⑫볼 수 없음(不可見, Tib. lta med, Skt. na dṛśya)의 덕에 대한 설명이다. 보리는 색(色)의 속성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은 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상(相)이 없으므로 파악할 것이 없고" 라고 하였다. 청색이나 황색 등의 색상·길고 짧은 등의 모양·좋고 나쁜 형태 등의 상(相)이 없으므로, 그것은 인식할 것이 없다. 이것이 ⑬잡을 수 없음(不可取, Tib. gzung med, Skt. na grāhya)의 덕이다.

학생 : 티베트어로 gzung de med라고 하였는데, gzung은 '잡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켄뽀 : gzung은 '대상을 잡다'는 의미가 있다. 범어로는 grāhya인데, 잡다, 파악하다의 뜻이 있다. 그러므로 인식하다, 인지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선(善)이니, 자성(自性)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라고 하였다. 이것은 ⑭선(善, Tib. dge, Skt. śubha)을 말하는 것이다. 보리는 선(善)이니, 자성(自性)이 청정하기 때문이다. 보리는 인위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선(善)이 아니라 본래적인 선(善)이다. "무구(無垢)이니, 염오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⑮ 무구(無垢, Tib. dri ma med, Skt. amala)의 덕을 가리킨다. 자성(自性)적으로 객진의 염오가 청정하기에, 보리는 무구이다.

여기까지 보리의 15가지 덕을 설명하였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보리는 극미(極微, Tib. rdul phra rab)가 축적된 색(色)이 없고 유위법(有爲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으므로, 범속(凡俗)한 근(根)으로써 볼 수 없다. 근거(Tib. rtags)와 논리(Tib. gtan tshigs) 등의 희론(戱論)의 상(相)이 없으며, 식법(識法, Tib. rnam shes kyi chos)으로부터 완전히 청정하므로, 범속한 마음으로써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승의(勝義)의 선(善)의 덕을 갖추고 있으니, 법계자성청정(法界自性淸淨) 등을 갖추기 때문이다. 실로 무구(無垢)한 덕을 갖추었으니, 객진(客塵)의 염오를 습기까지 남김없이 제거하여 청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