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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안의 혀에서 피를 뽑아 쓰는 경전. 혈경이야기
미디어붓다 mediabuddha@hanmail.net 2025-05-23 (금) 08:38
천년고찰 지장도량
백제고찰 대원사에
그간인연 지극하여
아미타불 원력으로
수자지장 강림하셔
세상모든 어미들에
마음열고 참회하라
법당열어 부르시네.‥
백제고찰 보성 대원사에서는 1년에 두 차례씩 태아영가를 위한 백일기도를 올린다. 부모자식 간의 인연은 맺어졌지만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낙태유산아의 영혼을 위로하고 부모의 업을 참회하는 기도이다.
대원사 백일기도에 낙태아들의 천도를 기원하며 서사한 혈서기도문(사진=석현장 스님)
오래전 00에 사는 보살님이 백일기도 기간 중 혈서사경을 해서 바친 일을 이야기했다.
태아영가축원문과 영가축원문은 꽤나 긴 내용이다. 붓으로 써도 한참 걸린다. 태아령을 위한 수자영가 축원문을 손가락을 자르고 피를 받아 한 자 한 자 정성으로 혈서사경을 해왔다. 하루 한 장씩 백일동안 백 장의 혈서사경을 해 온 것이다.
어떻게 혈서사경을 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00에 사는 교사이다. 딸은 똑똑한데 아들이 자폐아로 태어났다. 그분이 아이를 갖기 전에 두 번 낙태를 했는데, 그로 인해서 아들에게 나쁜 업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지은 업으로 아들이 고통받는데 펜으로 사경하는 것은 참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아들과 낙태시킨 얘들에게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심정으로 혈서 사경을 시작하였다. 누가 보면 놀래고 말리기 때문에 방과 후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시작하였다. 열손가락을 차례로 칼로 그어서 접시에 받아서 한편씩 썼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를 자르면 잠시 후에 저절로 지혈이 되니까 다른 손가락을 교대로 칼로 잘라 접시에 피를 받고 사경을 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불교가 주로 왕을 통해서 전파가 되었다. 불교를 싫어하고 배척하는 왕을 만나면 하루아침에 불법이 사라진다. 사원이 파괴되고 수백만의 스님들이 강제로 환속을 당한다. 불상과 범종은 녹여서 동전이나 무기를 만들고 경전은 불태워 없앤다. 불교가 세상에서 그 빛을 잃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법난이라고 하는데, 중국 역사 속에서 크게 4번이 발생했다. 3무 1종의 법난이라고 부른다. 근대에도 공산혁명과 문화 혁명으로 인해서 많은 불교 사원들이 파괴되고 훼손을 당했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자기 힘으로 불법을 지킬 수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혈경을 하였다. 자기 혀를 갈라서 피를 받는다. 손가락에서 나온 피는 지혈이 빨리 되는데 혀에서 나오는 피는 지혈이 늦게 되기 때문이다.
화엄경 80권을 자기 혀의 피를 받아 쓰는 데 10년이 걸린다. 화엄혈경 한편이 송광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연세대 민영규교수가 중국에서 구입한 유물을 송광사 박물관에 기부한 것이다.
중국의 지장성지 구화산에 가면 명나라 때 126살을 사신 무하 스님이 계신다. 그분이 구화산에서만 백 년을 살아서 백세궁에 그분의 등신불을 모시고 있다. 무하 스님이 구화산에서 37년에 걸쳐 화엄경을 사경했다. 자신의 혓바닥에서 피를 뽑아 이룩한 화엄 혈경이다.
한 사람이 올리는 기도 중에 그와 같이 절실한 기도가 어디 있을까? 부처님은 혀를 통해서 법문을 들려주셨는데, 나는 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살아왔는가? 혀를 갈라서 피를 뽑아 사경을 하는 뜻은 바로 이러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미래의 중생들에게 불법이 끊어지지 않고 전해져서 모두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에서 피를 뽑아 한 자 한 자 혈경을 써내려 간다. 이러한 마음을 위법망구(爲法忘軀 : 불법과 진리를 위하여 자신을 던지는 것)라고 한다.
어떤 사냥꾼이 사슴을 쫒다가 절에 들어와서 한 스님을 만나게 된다. 그 스님에게 사슴을 보지 못했느냐고 묻자 그 스님이 사냥꾼에게 묻는다.
“당신은 화살 한 대로 몇 마리의 사슴을 죽일 수 있소?”
"화살 한 대로 사슴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사냥꾼이군.”
“그렇다면 당신은 화살 한 대로 몇 마리나 잡을 수 있단 말이요."
“나는 화살 한 대로 수십 마리를 잡네.”
"어떻게 화살 한 대로 수십 마리를 잡는단 말이요."
“당신은 왜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쏘지 않는가?”라고 대답하였다.
사냥꾼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홀연히 깨달았다. 활과 화살을 불사르고 그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중국 선불교에 빛을 남긴 위대한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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