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님이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님이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선구적인 님이다.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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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명확)

5월 5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사람들은 절을 찾아 연등을 걸고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드리며, 부처님의 지혜와 위신력으로 나와 이웃, 나아가 세상의 평안과 행복해기를 기원한다. 

대승불교 권에서 ‘부처님오신날’ 스님이나 법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부처님 탄생게이다. 탄생게는 부처님께서 탄생하시며 읊었다는 한 편의 시이다.   

하늘 위나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스러우니, 

마땅히 그들을 평안하게 하리라.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우리에게 익숙한 탄생게는 위의 시일 것이다. 우리나라 절대다수의 불자들이 이 시가 부처님께서 탄생하며 노래한 시로 알고 있다. 이 시는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 부인이 친정으로 아기를 낳으러 가는 도중, 무우수無憂樹 아래에서 아기 부처님을 낳게 되었고, 아기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7보를 걸으며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외친 게송으로 알려져 있다. 이 탄생게에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고귀하며, 모든 존재의 괴로움을 직시하여 그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고귀한 뜻이 담겨 있다. 또한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듯, 타인도 소중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게송은 대승불교 권에서 널리 알려진 부처님의 시이다. 주목할 것은 이 시와 이번에 소개하는, 빠알리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 탄생게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전하고 있는 빠알리 경전에 나타난 탄생게와 후대에 성립된 대승불교권의 탄생게가 서로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두 탄생게를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그 의미가 상통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한역탄생게의 원조격이라 볼 수 있는 부처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디가니까야>에 실려 있다. <디가니까야> D14 ‘비유의 큰경(Mahāpadāna Sutta)’에 한역 탄생게와 유사한 게송이 있는데, 빠알리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Aggoham asmi lokassa, 

jeṭṭhoham asmi lokassa, 

seṭṭhoham asmi lokassa, 

ayam antimā jāti, 

natthi'dāni punabbhavo.

이 경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화자로 등장한다. 부처님이 과거 전생을 회상하면서 91겁 전에 탄생한 과거칠불 중의 하나인 위빠시(vipassī)붓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빠알리 경전에 따르면 위빠시 붓다를 비롯하여 고따마붓다에 이르기까지 과거칠불의 행적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태어남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과거칠불은 모두 동일하다. 이는 깨달음의 내용이 똑같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역대부처님이 깨달은 것은 연기법이므로 내용이 동일한 것은 자연스럽다.

아무튼 한문탄생게와 빠알리탄생게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한문게송 유아독존(唯我獨尊)에 해당되는 말이 ‘가장 뛰어난 님(agga), 가장 훌륭한 님(jeṭṭha), 가장 선구적인 님(seṭṭha)’이다. 여기까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유사하다. 그러나 다음 구절로 넘어가면 다른 내용이 등장한다. 빠알리니까야에는 한문게송에 대응되는 ‘삼계개고(三界皆苦)’와 ‘아당안지(我當安之)’라는 말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ayamantimā jāti, natthi'dāni punabbhavo)”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는 아라한 선언, 즉 “태어남은 부수어지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 Khīṇā jāti, vusitaṃ brahmacariyaṃ, kataṃ karaṇīyaṃ, nāparaṃ itthattāyā)”의 마지막 구절에 해당된다.

주석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님이고, 가장 훌륭한 님이며, 가장 선구적인 님이라며 ‘무리의 우두머리인 것을 선언’ 한 것은 가르침의 퇴전할 수 없는 수레를 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라는 것은 ‘남김이 없는 열반의 세계(無餘涅槃)’에 드는 것을 말한다.

특히 한문탄생게에서 볼 수 없는 마지막 두 연은, ‘열반’에 대한 이야기이다. 빠알리탄생게에서는 아라한 선언의 마지막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한문게송에서는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라 하여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궁극적 목적지는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 일 것이니, 자타가 모두 열반을 증득한다는 의미에서 두 탄생게는 서로 상통하거나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