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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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종성(種性)의 이 두 가지로부터 부처의

3신(三身)을 성취한다고 말하니

첫 번째 몸은 첫 번째에 의하고

두 번째에 의해서 뒤의 두 가지이다. [1.150]

།རིགས་འདི་གཉིས་ལས་སངས་རྒྱས་ཀྱི། །སྐུ་གསུམ་ཐོབ་པར་འདོད་པ་ཡིན།

།དང་པོའི་སྐུ་ནི་དང་པོ་སྟེ། །གཉིས་པ་ཡིས་ནི་ཕྱི་མ་གཉིས།

"종성(種性)의 이 두 가지로부터 부처의 3신(三身)을 성취한다고 말하니"라고 하였다. 종성(種性, Tib. rigs, Skt. gotra)이란 능력, 종자, 계(界) 등을 의미한다. 종성에는 자성주종성(自性住種性, Tib. rang bzhin gnas rigs, Skt. svabhāvasthānagotra)과 수증종성(隨增種性, Tib. rgyas 'gyur gyi rigs) 2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 2가지 종성으로부터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3가지 부처의 몸을 성취한다. 종성이 없다면 이 3가지 몸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첫 번째 몸은 첫 번째에 의하고"라고 하였다. 여기서 첫 번째 몸이란, 3신(三身) 중에서 첫 번째인 법신(法身)을 가리킨다. 법신은 무엇에 의지하여 성취하는가? 바로 2가지 종성 중 첫 번째인 '자성주종성'에 의해 성취한다.

"두 번째에 의해서 뒤의 두 가지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두 번째는 2가지 종성 중에서 2번째인 수증종성(隨增種性)에 해당한다. '뒤의 두 가지'는 3신 중에 보신과 화신을 의미한다. 즉 수증종성에 의해 보신과 화신을 성취한다는 의미이다.

학생 : 3신(三身)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십시오.

켄뽀 : 법신(法身, Tib. chos sku, Skt. dharmakāya)이란 부처의 마음의 흐름에 있는 지(智)이다.

보신(報身) 혹은 수용신(受用身, Tib. long spyod rdzogs pa'i sku, Skt. sambhogakaya)은 청정한 제자들을 위하여 화현한 것이며 32상 80종호(三十二相八十種好)로 장엄된 모습으로서 정토(淨土)에 머무는 몸이다. 수용신(受用身)은 5결정법(五決定法)을 갖춘다. ①장소의 결정(處決定, Tib. gnas nges pa) : 오직 정토에만 머문다. ②몸의 결정(身決定, Tib. lus nges pa) : 오직 보신불의 모습으로만 머문다. 지금 여러분이 법당에서 뵐 수 있는 아르야따라(Skt. Āryatārā, Tib. rje btsun sgrol ma, 尊聖度母)도 온갖 영락(瓔珞)과 장식으로 장엄한 모습인데, 바로 보신불의 형상을 묘사한 것이다. ③법의 결정(法決定, Tib. chos nges pa) : 오직 대승법(大乘法)만을 가르치신다. ④대중의 결정(眷衆決定, Tib. 'khor nges pa) : 보신이 법을 설하는 권중(眷衆)은 오직 지(地)를 성취한 대승보살뿐이다. ⑤시간의 결정(時決定, Tib. dus nges pa) : 상시(常侍)에 결코 다함 없이 법을 설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화신(化身, Tib. sprul sku, Skt. nirmāṇakāya)의 경우 보신과 다르게 결정적이지 않은 매우 다양한 양상이 있다. 화신은 비구승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화신이 법을 가르치는 대상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가르치는 법은 대승법과 여러 다른 법들을 모두 설하며, 청정한 국토(國土)인 정토(淨土)와 청정하지 못한 국토인 예토(穢土)에 모두 나타난다.

3신의 예를 들자면, 금강지불(金剛持佛, Tib. rdo rje 'chang, Skt. Vajradhara)은 보신(報身)이며,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은 화신의 모습이다.

학생 : 법신에서 보신이 나오고, 보신에서 화신이 나온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켄뽀 :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 : 보신불의 5결정법에 따르면, 보신불은 오직 초지(初地) 이상의 보살만 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생전 기도나 수행 중 보신불과 같은 형상의 불보살을 친견한 수행자는 모두 초지 이상의 보살입니까?

켄뽀 : 성자(聖者)이기에 그러한 경험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지 그의 마음이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수행자에게 불보살의 형상이 현현할 때, 그것이 정말 불보살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나타남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식파(唯識派)에서는 모든 현상은 마음의 나타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묻는다. 유식의 관점에서, 보신불이나 화신불이 나타나는 것은 실제로 외부의 부처가 온 것인가, 아니면 경험하는 자의 자기 마음의 현현인가?

학생 : 유식파에 따르면 오직 내 마음의 현현일 뿐 부처가 실제로 나타난 것이 아니겠지요.

켄뽀 : 그렇다면 실제로 부처를 친견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되지 않겠는가? 또한 부처가 설하는 법을 들을 수도 없다는 결론이 된다. 이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단 지금 여러분은 부처가 제자에게 현현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다만 어떻게 현현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불보살의 형상은 법신(法身)의 가피와 제자의 공덕과 열망에 의해 나타난다. 이 현현한 모습은 진정한 부처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진정한 부처를 대신하여 나타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보신도 마찬가지이고 화신도 마찬가지이다.

자성신(自性身)의 아름다움은

보배상과 같다고 알아야 한다.

자성적이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공덕의 보배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1.151]

།ངོ་བོ་ཉིད་སྐུ་མཛེས་པ་ནི། །རིན་ཆེན་སྐུ་འདྲར་ཤེས་བྱ་སྟེ།

།རང་བཞིན་གྱིས་ནི་བྱས་མིན་དང་། །ཡོན་ཏན་རིན་ཆེན་གཏེར་ཡིན་ཕྱིར།

"자성신(自性身)의 아름다움은 보배상과 같다고 알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자성신(自性身, Tib. ngo bo nyid sku, Skt. svabhāvikakāya)'은 법신(法身)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자성신은 여래장의 9가지 비유 중에서 보배상으로 묘사되었다. 어째서인가? "자성적이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공덕의 보배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자연히 성립된 것(Tib. rang bzhin gyis grub pa)이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성신은 마치 공덕 보배(Tib. yon tan rin chen)의 보물창고와 같아서 매우 많은 공덕을 갖추고 있으니, 보배상(寶像)에 의지하면 필요한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잠곤꽁뚤 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승의자성신(勝義自性身)은 자성(自性)적인 광명이며, 공덕의 영광이 으뜸으로 아름다우니, 큰 보배로 만든 불상(佛像)과 유사하다고 알아야 한다. 원초부터 자성적으로 성립된 것이고 노력하여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힘(力) 등의 덕의 큰 보배가 다함이 없는 보물창고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법의 왕권이 있으므로

정등각(正等覺)의 보신(報身)은 전륜성왕과 같다.

그림자의 자성(自性)이므로

화현(化現)은 금상(金像)과 같다. [1.152]

།ཆོས་ཆེན་རྒྱལ་སྲིད་ཆེ་ལྡན་ཕྱིར། །རྫོགས་ལོངས་འཁོར་ལོས་སྒྱུར་བཞིན་ནོ།

།གཟུགས་བརྙན་གྱི་ནི་རང་བཞིན་ཕྱིར། །སྤྲུལ་པ་གསེར་གྱི་གཟུགས་ལྟ་བུ།

"위대한 법의 왕권이 있으므로 정등각(正等覺)의 보신(報身)은 전륜성왕과 같다."라고 하였다. 위대한 법(Tib. chos chen)이란 대승(大乘)의 훌륭한 법을 의미한다. 왕권(王權, Tib. rgyal srid, Skt. adhirājatva)이란 왕에게 있는 권한과 힘을 말한다. "정등각(正等覺)의 보신(報身)은 전륜성왕과 같다."라고 하였듯이, 부처님의 보신(報身)은 마치 전륜성왕과 같아서 위대한 법의 권한과 위력을 지니고 있다. 전륜성왕은 특별한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상대를 조복할 수 있고 통치할 수 있다. 보신에게도 그러한 능력이 있다.

"그림자의 자성(自性)이므로 화현(化現)은 금상(金像)과 같다."이라고 하였다. 화신은 청정하지 못한 유정 제자들을 교화하기 위해 나타난 것으로, 보신불의 그림자와 같다. 금상(金像)은 실제 부처가 아니지만 부처의 형상과 유사하게 조성한 것으로, 화현(化現) 즉 화신불은 마치 그와 같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심오하고 광대한 가르침인 대승의 왕권의 위대한 부를 갖추었으므로, 청정한 이에게 나타나는 보신(報身)은 전륜성왕이 7보(七寶)와 4주(四洲) 등의 부를 향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승의신(勝義身)이 현전(現前)하는 힘에 의지하여, 제자들의 마음에 따라 교화하는 그림자의 모습일 뿐인 것이 나타난다. 그러한 속성이므로, [중생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화신(化身)은 금(金) 그림자와 같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종합해보자. 종성(種性)에는 자성주종성(自性住種性)과 수증종성(隨增種性) 2가지가 있다. 자성주종성이 있기에 법신을 성취하며, 수증종성에 의지하여 2종류의 색신(色身)을 성취한다. 자성주종성은 심자성(心自性)이며 광명(光明)이며 승의제(勝義諦)로 우리가 증득해야 하는 바이다. 이것을 깨달은 다음에, 수증종성을 이루어감으로써 도(道)로 나아가고 과(果)을 성취해간다.

자생(自生)들의 승의(勝義)는

오직 믿음으로써 아는 바이니

일륜(日輪)이 빛나고 찬란한 것을

눈이 없는 자는 볼 수 없다. [1.153]

།རང་བྱུང་རྣམས་ཀྱི་དོན་དམ་དེ། །དད་པ་ཉིད་ཀྱིས་རྟོགས་བྱ་ཡིན།

།ཉི་མའི་དཀྱིལ་འཁོར་འོད་འབར་བ། །མིག་མེད་པས་ནི་མཐོང་བ་མེད།

"자생(自生)들의 승의(勝義)는 오직 믿음으로써 아는 바이니"라고 하였다. 자생(自生, Tib. rang byung)은 조작된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여기서는 부처의 법신(法身)을 뜻한다. 우리의 마음과 무시 이래로 동시에 심자성(心自性)•승의(勝義)가 늘 있어왔다. 이것이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음에도 우리는 깨닫지 못했다. 이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믿음에 의지하여 깨달아야 한다. "일륜(日輪)이 빛나고 찬란한 것을 눈이 없는 자는 볼 수 없다."라고 하였다. 일륜(日輪, Tib. nyid ma'i dkyil 'khor, Skt. sūryamaṇḍala) 즉 태양이 하늘에서 환하게 빛나고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더라도, 눈이 없는 이는 결코 그것을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 속에 청정하고 빛나고 밝고 착란이 없는 것이 본래 있다 할지라도, 믿음이 없다면 결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믿음은 마치 맑은 눈과 같다.

믿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①맑은 믿음(淨信, Tib. dang ba'i dad pa)은 심자성•광명에 대해 듣는 것만으로 마음 안에 기쁨과 열망이 일어나는 것으로, 몸의 털이 곤두서고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②열망의 믿음(樂信, Tib. 'dod pa'i dad pa)은 심자성이 내재함을 알고, 그것을 현전(現前)시킴에 강한 열망이 있는 것이다. ③확신의 믿음(勝解信, Tib. yid ches pa'i dad pa)은 공덕을 쌓고 수습해나가면 심자성을 발현시킬 수 있음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확신하는 것이다. ④물러남이 없는 믿음(不退轉信, Tib. phyir mi ldog pa'i dad pa)과 같은 다양한 믿음이 있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초부터 저절로 성취되었으며, 조건에 의해 생겨나지 않은 자생(自生)인 부처의 본질, 그 승의(勝義)는 일체 유정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범부, 성문, 연각, 새롭게 들어간 보살들에게는 확신할 수 있는 교(敎)에 의지하여 믿고 헌신하고 확신에 의해 공상(共相, Tib. don spyi)의 방식으로 이해할 바일뿐, 있는 그대로 직접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일륜(日輪)이 빛나지만 눈이 없는 사람은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에 제거할 바는 전혀 없으며

두어야 할 것도 조금도 없다.

실상을 올바르게 보니

실상을 보면 해탈한다. [1.153]

།འདི་ལ་བསལ་བྱ་ཅི་ཡང་མེད། །གཞག་པར་བྱ་བ་ཅུང་ཟད་མེད།

།ཡང་དག་ཉིད་ལ་ཡང་དག་ལྟ། །ཡང་དག་མཐོང་ན་རྣམ་པར་གྲོལ།

자생(自生)의 승의(勝義)를 증득해야 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 무엇에 의지하여 그것을 증득할 수 있는가? 믿음에 의해서이다. "이것에 제거할 바는 전혀 없으며 두어야 할 것도 조금도 없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이것'은 자성(自性)을 의미한다. 승의제(勝義諦)에는 제거할 것, 버릴 것이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리고 두어야 할 것, 즉 새롭게 성취해야 할 바도 전혀 없다. 멸할 것도 성취할 것도, 취(取)할 것도 버릴 바를 모두 떠난 것이다.

"실상을 올바르게 보니 실상을 보면 해탈한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실상을 올바르게 봐야 한다. 실상을 올바르게 보면 실상이 드러나고, 실상이 드러나면 마침내 해탈하게 된다. 범부의 범속한 마음에는 이것은 버릴 바이고 이것은 취할 바이고, 이것은 이룰 바이고 이것은 제거할 바라는 온갖 분별 망상이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분별로 가득 차 있으므로, 실상을 올바르게 전혀 보지 못한다. 실상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이는 결코 해탈할 수 없다.

나가르주나(Tib. klu sgrub, Skt. Nāgārjuna, 龍樹) 논사의 『중론(中論)』(Tib. dbu ma rtsa ba'i shes rab, Skt. Mūlamadhyamakakārikā)의 제27장에서는 "일체의 견해를 제거하기 위해, 정법을 설하셨으니, 고따마께 예경합니다. (lta ba thams cad spang ba'i phyir/ dam pa'i chos ni ston mdzad pa/ gau tam de la phyag 'tshal lo/, D3824, 96-18b, 7)"라고 하며 논을 마무리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실상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어떤 견해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사견(邪見)이고 견해에 대한 집착이므로 실상을 결코 볼 수 없다. 세간에서도 선입견이 있으면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모든 견해를 제거했을 때, 비로소 실상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