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새벽 5시 세수 100세 법랍 70세로

“부지런히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 유훈 남겨 

크게보기

도성 상가라자
 

한국 테라와다 불교를 이끌어온 상가라자(승정) 뿐냐산또 마하테로(puññasanto mahāthero) 도성 큰스님이 지난 3월 23일 새벽 5시 20분에 입멸에 들었다. 세수 100세, 법랍 70세(52하(夏)). 

스님은 입멸에 즈음해 제자들에게 "조건 따라 생겨난 것은 조건 따라 사라지는 법. 이처럼, 생겨난 모든 것은 반드시 사라지는 법. 부디, 부처님의 유훈을 따라 상가 화합을 잘 유지하면서 부지런히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일찍이 테라와다불교의 소중함을 간파하신 스님께서는 1972년 10월 거행된 태국 고승 3사(전계사, 교수사, 갈마사) 7증(7명의 증명스승) 초청 테라와다 비구 수계식을 통해 한국 최초로 테라와다 구족계(우빠삼빠다)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스님은 일생동안 이 땅에 부처님의 원음이 담긴 테라와다불교를 뿌리내리는 일에 헌신해 왔다.

1925년 북한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출생한 스님은 1955년 부산 선암사 지월 스님 문하로 출가했다. 1972년 태국 왓벤자 마보핏 사원 담마딧띠소폰 스님으로부터 테라와다 비구계를 받은 스님은 1983년 이후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위빳사나 수행을 지속했다.

해인사, 대흥사 주지를 역임하기도 한 스님은 스승 지월스님의 유훈에 따라 부산 태종사를 창건하고, 태종사를 국내외 수행자들의 위빳사나 정진 도량으로 이끌었다.

지난 2003년 스리랑카 상가로부터 ‘삼붓다 사사나 조띠까 마하테라(sambuddha sāsana jotika mahāthera)’ 라는 최고의 칭호를 받은 스님은 2009년 한국테라와다불교 교단 창립법회에서 교단의 최고 어른인 '상가라자saṅgha rāja'(승왕)로 추대되었다.

한국테라와다불교는 스님의 분향소를 경북 선산 죽림사에 마련했고, 영결식은 24일 오전 10시 죽림사에서, 다비식은 25일 해인사에서 각각 엄수한다.

한국테라와다불교는 “테라와다 불교를 우리나라에서 자리할 수 있게 해주신 뿐냐산또(도성) 상가라자 큰스님께 고마움을 느끼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실천되는 날아 되도록 모든 테라와다 수행자들은 자애의 마음을 보내는 추모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테라와다불교 상가라자 뿐냐산또 도성 큰스님 행장>

크게보기

도성 상가라자
 

존경하는 <뿐냐산또 도성(道成) 마하테라>께서는 1925(을축)년 평안남도 양덕군 쌍용면 관봉리에서 부친 청해이씨 이병률, 모친 밀양박씨의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셨다. 형님은 이상호, 큰스님 속명은 양덕군의 ‘양’ 자를 따서 이양호.

평소 성품이 올곧으면서도 자애로우셨던 스님께서는 6.25 동란의 참상을 통해 생의 덧없음을 절감하고 출가를 결심했고, 1955년 부산 선암사에 주석하시던 황해도 태생의 석암 스님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예닐곱 차례에 걸친 간청에도 석암스님은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석암 스님께서는 그 간절한 청을 못 이기시고 수계제자로 받아들여 지월 스님을 은사로 삼게 한 뒤 도성(道成)이란 법명과 함께 사미계를 주었다. 스님께서는 훗날 영공(映空)이란 법호까지 얻음으로써 국내에서는 영공 큰스님 혹은 도성 큰스님으로 알려졌다.

그 후 석암 스님과 지월 스님의 지도 아래 참선수행을 하면서 전통강원의 사교(四敎) 과정까지 수료한 뒤, 불국사·불영사·상원사·정암사·김용사 등 제방선원에서 안거에 들어 정진하셨고, 드디어 1967년 은사 지월스님을 모시고 합천 해인사로 들어갔다.

당시 해인사는 쇠락할 대로 쇠락해 있었고, 효봉선사(상가라자 큰스님의 5촌 당숙으로서, 쇠락한 선풍(禪風)을 진작시켜 한국 근대불교를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대표적인 선지식)께서 이룩해 놓으셨던 ‘가야총림’의 위용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님께서는 은사 지월 스님을 모시고 해인사 총무 소임에 이어 주지 소임까지 맡으면서 보디삿다(보살)의 정신으로 도량을 정비하고 무너진 승풍을 진작시키는 등 해인사를 ‘해인총림’의 반석위에 올려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

일찍이 테라와다불교의 소중함을 간파하신 스님께서는 1972년 10월 거행된 태국 고승 3사(전계사, 교수사, 갈마사) 7증(7명의 증명스승) 초청 테라와다 비구 수계식을 통해 한국 최초로 테라와다 구족계(우빠삼빠다)를 수계 하셨다. 이를 계기로 스님은 훗날 일생동안 이 땅에 테라와다불교를 뿌리내리는 일에 헌신하셨다.

당시 테라와다 수계식에 초청되었던 전계사[우빳짜야]는 태국 방콕 쭐라롱콘 왕실사원 ‘왓벤자 마보핏’의 주지 솜뎃 붓다윙사무니 마하테라, 갈마사[앗짜리야]는 ‘왓벤자 마보핏’의 대강백 프라 담마딧티소폰 마하테라, 그리고 3사7증 10분 가운데 2021년 마지막으로 입멸하신 증명사 프라 담디라랏마하무니 마하테라 스님 등이다.

1977년 해인사 주지소임을 내려놓은 뒤 은사 지월스님의 유훈에 따라 부산 영도에 근본불교 수행도량 ‘태종사(太宗寺)’를 창건하셨고, 창건 이후 지속된 스리랑카·태국·미얀마 승단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이 땅에 테라와다불교의 토대를 한층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1983년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 1과를 기증받음과 동시에 부처님의 해탈 보리수로부터 이식해 온 어린 보리수 1그루를 태종사 경내에 식재함으로써 태종사는 해동 최초의 보리수 이식도량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989년 아마라야노(거해스님) 스님과 함께 미얀마의 위빳사나 스승인 우빤디따 사야도와 우자틸라 사야도를 국내로 초청, 출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1달 반 동안의 위빳사나 수행법회를 개최함으로써 위빳사나 수행법을 한국에 소개함과 동시에 테라와다불교에 대한 첫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하셨다.

1990년부터 해남 대둔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아마라야노>스님과 함께 위빳사나 수행결사를 하셨고, 이 무렵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행자들이 훗날 미얀마 등지로 건너가서 테라와다 비구계를 받고 위빳사나 수행을 직접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데, 그것이 결국 ‘한국테라와다불교’ 출범의 원천이 되었다.

1997년 태국에서 수행 중이던 테라와다 상좌 아짠 진용 빤냐와로 스님을 불러들여 태종사 주지 소임을 맡긴 다음 테라와다 상가를 만들게 하셨고, 그해 음력 6월 보름~9월 보름까지 3개월간의 우기안거를 통해 포살의식을 비롯한 각종 상가깜마(상가의례)를 행함으로써, 그동안 위빳사나 수행의 대명사로만 인식되어 오던 남방불교가 마침내 온전한 테라와다불교의 궤도에 오르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2003년에는 이와 같은 일련의 공로가 인정되어 스리랑카 이바야사카라 대승정으로부터 최고영예의 성자상을 수여받으셨고, 같은 해 스리랑카 상가로부터 삼마 사사나 조띠가 마하테라라는 최고의 칭호를 부여받으셨다.

2006년에는 태국 ‘담마까야’에서 주관하는 ‘마카부차데이(초전법륜일)’ 국제행사에 국빈으로 초청되어 한국 테라와다불교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으며, 2008년에는 태종사 경내에서 한국·스리랑카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양국 간의 우호를 한층 돈독히 하셨다.

2009년 10월 31일 '사단법인 한국테라와다불교 창립법회'에서 상가라자(승정)에 추대됨으로써 한국테라와다불교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오셨다. 스님께서는 지난해까지 세수 100세에 이르도록 단 하루도 빨리어 조석예불을 거르는 법이 없었으며, 찾아오는 이에게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따듯한 미소로서 감로의 법문을 들려주셨다.

이렇게 한 시대를 밝혔던 한국 불교계의 큰 별이셨던 스님은 빤냐와로 진용 스님 등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건 따라 생겨난 것은 조건 따라 사라지는 법. 이처럼, 생겨난 모든 것은 반드시 사라지는 법. 부디, 부처님의 유훈을 따라 상가 화합을 잘 유지하면서 부지런히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남겨놓고 불멸 2568년 3월 23일 새벽 5시 20분경 입멸에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