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합의 없는 노선 전환은
한국불교 전체의 좌절로 이어질 것

자정센터, 조계종의 對여권 유화 제스처에 우려 논평
“자성과 쇄신의 결사는 단순히 총무원만의 것이 아냐”

참여불교 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최근 조계종 집행부를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와 관련해 3월 30일 우려의 논평을 발표했다. ‘불교자주화,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교단자정센터는 “성찰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조계종의 자주 선언을 환영하며 그 추이르 예이 주시해왔으나, 최근 종단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단자정센터는 “포교원장의 청와대 불자회 법문, 교구본사주지들의 종단지침 시정요구, 총무원 청사 입구 한나라당 출입금지 현수막 철거 등 일련의 유화책들이 며칠새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며 “불교자주화 선언에 대한 종단, 사찰, 승려, 신도 등 각 주체들의 실천적 과제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자주화 선언을 전후하여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대중적 합의가 취약한 상태에서 노선전환으로 볼 수 있는 행동들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교단자정센터는 “‘자성과 쇄신 결사’는 총무원 집행부만의 것이 아니고, 이 운동이 실패한다면 단순히 총무원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의 좌절이 될 것”이라며 “총무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주선언과 5대결사의 핵심을 다시 쥐고, 절치부심에 나서기를 충심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교단자정센터 논평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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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자주화,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찰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조계종의 자주 선언을 환영하며 그 추이를 예의주시해 왔던 우리로서는 종단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 일련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포교원장의 청와대 불자회 법문에 이어 교구본사 주지들의 종단지침 시정 요구, 총무원 청사의 한나라당 출입금지 현수막 철거 등 일련의 유화책들이 최근 며칠 사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우리는 불교자주화 선언에 대한 종단-사찰-승려-신도 등 각 주체들의 실천적 과제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자주화 선언을 전후하여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대중적 합의가 취약한 상태에서 노선전환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행동들이 발생하는 것은 사부대중들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이런 조치들이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 참가한 불교계 인사들의 명단이 언론에 노출된 후에 이뤄져 결국 조계종이 정부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작금의 자성과 쇄신 결사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파문으로 시작되었으며, 총무원 스스로도 ‘돈’으로부터 자주 자립이야말로 이 운동의 핵심임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총무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5대결사 실천 계획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비록 사부대중의 종단 참여확대, 불사 심의위 설치 등 환영할만한 계획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국고지원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대책이나 자립을 뒷받침할 만한 의지와 실천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슬그머니 덮어둔 상태에서, 유화책을 펼치는 것은 불교를 나락에 빠뜨릴 뿐이다.

총무원은 지금이라도 문제의 도화선이 되었던 ‘돈’의 투명한 집행과 관리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 놓아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고보조의 최대 수혜자인 교구본사 주지들이 노골적으로 정부와 타협하라고 발언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 엄중한 시국에 겨자씨만한 탐욕을 앞세우는 것이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 숙고하길 바란다.

‘자성과 쇄신 결사’는 총무원 집행부만의 것이 아니다. 이 운동이 실패한다면 단순히 총무원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의 좌절이 될 것이다. 총무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주선언과 5대결사의 핵심을 다시 쥐고, 절치부심에 나서기를 충심으로 촉구한다.

2011. 3. 29 교단자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