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 신행

온 생명의 안전과 평화 위해 생태적 전환 필요

염정우 기자 | bind1206@naver.com | 2025-01-21 (화)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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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후행동 신년 기자회견 일문 스님의 여는 말씀



불교기후행동(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불교 연대 모임)은 불기2569(2025)년 1월 21일(화) 오후 12시 30분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설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의 주제는 ‘온 생명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탈성장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한주영(불교기후행동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일문 스님(불교기후행동 상임대표)의 여는 말씀 ▲성명서 낭독 ▲자유발언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정권의 내란으로 그 폭력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제주항공의 대형 참사는 또 다른 슬픔과 충격을 주었다. 많은 희생자를 낸 무안공항의 비보는 우리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비행을 시작한 이래, 새들은 비명횡사해왔다. 서식지를 잃은 동식물은 삶과 죽음을 다 위협받고 있다. 인류가 동식물 75%를 절멸시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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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낭독(사진=미디어붓다)



한주영 운영위원장은 “새만금 공항은 무안보다 새들과의 충돌 위험이 160배 이상 높다고 한다. 가덕도를 비롯한 제주 제2공항과 흑산도, 화성 등의 공항 예정지의 안전성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또 이토록 많은 공항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부처님은 수행자들의 이동으로 벌레들을 죽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안거 제도를 만드셨다. 불살생의 계율은 지금도 유효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과 소욕지족의 삶만이 이 시대의 해법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운영위원장은 “윤정권이 펼친 원자력 중심의 발전과 근거가 부족한 심해석유가스시추작업, 4대강, 케이블카와 댐건설, 1회용품보증금제 폐지 등의 기후악당적 정책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 지금이 생태적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기다. 정부는 전기기본계획을 세울 때 발전량을 무한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기존 전기량의 10%를 감축한 상태에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설치도 지키며 정의로운 전환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위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헌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존엄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안전한 기후조건에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미래 세대를 생각해 기후위기에 대한 준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소외된 사람도 소외된 비인간 존재도 없이 온 생명과 공존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불교기후행동은 2025년 더 많은 불자와 불교단체, 사찰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해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날 낭독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2025년 불교기후행동은 

‘온 생명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더 많은 단위와 함께 ‘생태적 전환’의 길에 나설 것이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아직 우리는 내란의 폭력성 안에 있다. 내란 당일 시민과 야당 정치인의 발빠른 대응으로 유혈사태를 막았지만, 곧 거대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무안공항에서 무려 179명의 사상자를 낸 제주항공 사고는 이태원과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반복되는 대형 재난은 깊은 슬픔과 황망함 그 이상의 좌절과 분노를 안겼다.   


사고 여객기는 이동 중이던 새떼와 충돌해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무안공항은 건설 전부터 철새들의 이동과 새들의 서식지로 인해 안전문제가 제기돼왔다.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개발론자들은 담합으로 공항을 만들었다. 가덕도를 비롯해 새만금, 제주 제2공항, 흑산도, 화성 등 총 6개의 신공항 예정지 역시 무안보다 위험성이 크면 컸지, 적지 않다. 공항 이용자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수치는 과장되었고, 환경영향평가도 오류투성이다. 새들의 주요 서식지로 충돌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지질의 안정성과 바람의 영향 등도 무시되어 공항 건설의 기본적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슬픔은 우리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이동 중이던 새들도 가족과 동료를 잃었다. 그들은 인류가 하늘을 오가기 시작한 이래 비명횡사에 시달려왔다. 개발로 인해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었고 죽음을 맞았다. 인간은 지구의 동식물 75%를 절멸시켰다. 인간의 끝 없는 탐욕과 이윤 추구는 지구 곳곳에 폭력의 상처를 남기고 있다. 다른 존재들의 안녕은 안중에 없고,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며 지구 전체를 착취하고 있다.    


우리는 희생된 사람들과 비인간 존재들의 삶과 죽음을 함께 애도한다. 진정한 애도는 같은 이유로 더 이상의 폭력과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도 포함된다. 지혜로우신 부처님은 수행자들이 우기에 이동하면 벌레들을 밟아 죽인다는 타 종교인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안거 제도를 만드셨다. 기후 재난의 시기 우리 불자들은 불살생의 계율을 다시 떠올리며 온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는 연기법 안에서 생명존중과 소욕지족하는 삶만이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다. 


시민들은 내란 이후 국회와 광화문, 용산 등에 모여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쓰고 있다. 총 든 군인을 멈춰 세우고, 추운 겨울밤 남태령에서 농민과 연대했고, 눈발 속에서도 밤을 지새우며 폭력과 혼란을 축제로 만들고 있다. 지금이 기후위기를 지연시키거나 끝장낼 절호의 기회이다.  


내란수괴 윤석렬과 함께 구시대적 환경정책도 폐기해야 한다. 원자력 중심의 발전, 근거 없는 심해 가스와 유전 개발, 케이블카와 댐 건설, 썩어가는 4대강, 1회용품 보증금제 폐지 등 윤정권의 기후악당적 행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금도 내란의 혼란을 틈타 정부와 기업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노후원전에 대한 안전성이나 비행기와의 충돌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원자력 관리대책을 승인했고, 댐건설 공청회에서 주민들을 공권력으로 제압했다. 엑스포를 핑계로 지어지던 가덕도 공항은 엑스포가 무산됐는데도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산자부는 올해도 원전 중심의 전기 기본계획과 포항의 심해 가스 유전 개발 등을 주요 사업목표로 발표했다. 안전을 무시할 뿐 아니라 경제성마저 의심되며, 탄소 중립 정책을 뒤로 가게 하는 정책들이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전면적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탄소 배출량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전력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원자력은 사고 위험이 높고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생각하면 가장 비싼 에너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공성을 넓히고 지역민의 이익을 보장하며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 총회에서 약속한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로 높이겠다(2022년 32.5GW→2030년 97.5 GW)는 것도 지켜야 한다. 탈석탄 정책도 해고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또 전기사용량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무한정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기존발전량의 10%를 감축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헌법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라도 모든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 헌법에 ‘모든 생명은 존엄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안전한 기후조건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준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이다. 또 ‘국민투표 발의권’과 ‘숙의제’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것이다.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는 1.6도나 상승했고, 우리나라의 해수 온도는 3도나 올랐다. 우리는 지난해 가장 긴 열대야와 집중된 폭우, 꺼지지 않는 산불과 높은 물가 속에서 기후위기를 매일 절감했다. 근본적 변화만이 기후위기를 끝내거나 인류의 생존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위기에 소외된 사람도, 소외된 비인간 존재도 없이 온 생명과 공존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2025년 불교기후행동은 더 많은 불자와 불교단체, 사찰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해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2025년 1월 21일 


불교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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