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열한 것을 섬기지 말고

방일하게 살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견해를 따르지 말고

세속을 증가시키는 자가 되지 말라.

자제하라, 방일하지 말라.

선행의 원리를 실천하라.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진리의 행자는 편히 잠든다. 

선행의 원리를 행하라.

악행의 원리를 행하지 말라.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진리의 행자는 편히 잠든다. 

물거품을 보는 것처럼

아지랑이를 보는 것처럼

이 세상을 보는 사람을

죽음의 사자는 보지 못한다. 

와서 바로 이 세상을 보라.

왕의 치장한 수레와 같다. 

어리석은 자는 거기에 빠져들지만

현명한 자는 집착하지 않는다. 

                        - 전재성 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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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어떤 표정과 음성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르침을 설하셨을까. 부처님 재세 시에 함께 살았던 제자들은 어떻게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어떤 사람들은 곧바로, 또 어떤 사람들은 몇 차례 설법을 듣고 성자의 흐름에 들거나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해 마칠 수 있었을까. 아무리 궁금증이 크다고 해도 우리는 부처님의 모습, 음성, 열정 어린 몸짓들을 그저 상상의 영역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자들을 길고도 쓰라린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간곡함이었을 것이고, 간절함이 듬뿍 담긴 음성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숨결을 비교적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법구경>과 같은 초기 경전들의 가치는 두 번 세 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전법을 결심하신 후 다섯 고행자 중 가장 먼저 꼰단냐가 완전한 깨달음의 눈이 열렸을 때 크게 기뻐하셨던 모습을 보면, 단 한 명의 제자라도 깨달음으로 인도하려는 부처님의 단심을 알 수가 있다. 

이 시는 <법구경- 담마파다> ‘세상의 품(Lokavagga)’에 등장한다. 한역에서는 ‘세속품(世俗品)’이라고 번역된 이 품에서 부처님은 출가 제자와 재가 제자 모두를 위해 이 시를 읊으셨다. 이 시를 읊는 부처님의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그 따뜻함과 자애로움에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독자들께서도 이 시를 거듭해 읽으며 부처님의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시구 ‘저열한 것’은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五欲樂]의 대상을 말한다. 오욕락은 중생의 참된 마음을 더럽히는 색, 소리, 향기, 맛, 감촉에 대한 감관적 욕망, 도는 그것을 향락하는 것으로 세속적인 욕망의 총괄을 의미한다. 오욕락은 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네 가지 악처에 태어나게 하기 때문에 저열한 것이다. 

- 시구 ‘방일하게 살지 말아야’는 사띠(sati)를 느슨하게 하는 성질을 버리라는 의미이다.  

- 시구 ‘잘못된 견해’는 어리석은 자의 견해인 영원주의와 허무주의를 말한다. 주석서에서는 영원주의와 허무주의에 바탕을 두는 잘못된 견해에는 무려 예순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 시구 ‘세속을 증가시키는 자’는 윤회를 강화시키는 자를 말한다. 

- 시어 ‘자제하라’는 출가수행자는 탁발을 하는데 맛있는 음식을 고르는 것을, 재가자는 가정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고르지 않는 것을 삼가라는 의미이다. 

- 시구 ‘선행의 원리’는 자제할 것을 반드시 자제하는 것을 말한다.    

- 시구 ‘편히 잠든다’는 선행을 하는 사람은 잠잘 때에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네 가지 행동양식[行住坐臥]에서 언제나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시구 ‘악행의 원리’는 예컨대, 수행자든 재가자든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기생집과 같은 부적절한 장소로 탁발을 나가는 행위는 악행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 시어 ‘물거품’이나 ‘아지랑이’는 가까이 가면 만질 수가 없고,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것을 말한다. 금강경의 마지막 응화비진분에 등장하는 사구게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즉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번개와도 같은 것이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는 바로 이 시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시구 ‘죽음의 사자’는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오온], 열두 가지 감역[십이처], 열여덟 가지 인식의 세계[십팔계]를 물거품이나 아지랑이처럼 보는 자, 즉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 시어 ‘이 세상’은 오온, 십이처, 십팔계로 구성된 존재를 의미한다. 

- 시구 ‘왕의 치장한 수레’는 칠보로 꾸민 왕의 수레처럼 의상과 장식물로 덮인 존재를 말한다. 

- 시구 ‘거기에 빠져들지만’은 어리석은 자들이 빠져드는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곳을 말한다. 

- 시구 ‘현명한 자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현자는 갈애 등과 같은 집착과 관련하여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주석에 따르면 현자에게는 일곱 가지 집착[칠집], 즉 갈애 사견 자만 성냄 무명 오염 악행이 없다. 또한 현자에게는 일곱 가지 경향,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 증오, 자만, 사견, 의심, 존재에 대한 탐욕, 무명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