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론 강의(016) //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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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그는 모든 세간(世間)으로부터

떠났지만, 세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세간을 위해서, 세간에서

세간의 염오(染汚)가 묻지 않으면서 행한다. [1.71]

།དེ་ནི་འཇིག་རྟེན་ཐམས་ཅད་ལས། །འདས་ཀྱང་འཇིག་རྟེན་ལས་མ་གཡོས།

།འཇིག་རྟེན་དོན་དུ་འཇིག་རྟེན་ན། །འཇིག་རྟེན་དྲི་མས་མ་གོས་སྤྱོད།

여래장·계(界)를 10상(十相)으로써 설명하는데 이제 9번째 상인 '불변(不變, Tib. mi 'gyur ba)'에 대한 내용이다. 앞에서 불변에는 3단계의 시점이 있다고 하였다. ①부정(不淨) ②부정이면서 청정(淨) ③완전 청정, 이렇게 3가지이다. 이렇게 3단계의 시점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여래장 그 자체의 본바탕의 측면에서는 어떠한 구별도 변화도 없다. 날씨는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로 변화하지만 그 바탕인 허공 그 자체는 변화가 없는 것과 같다. 사계절이 변화해 가듯, 단지 우리 마음의 변화에 따라 여래장에 부정, 부정이면서 청정, 완전 청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1.71에서는 부정이면서 청정함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모든 세간(世間)으로부터 떠났지만, 세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는 초지에서부터 10지에 머무는 보살들을 지칭한다.

"모든 세간(世間)으로부터 떠났다"는 것은 보살이 세간의 업(業), 번뇌(煩惱),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苦)로부터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세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보살이 세간으로부터 벗어났더라도 세간을 버리거나 무관심하게 방치하지 않음을 뜻한다. 성문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성취하거나 독각의 과(果)를 성취하면 윤회(輪廻)에서 벗어나 해탈하여 이 세간과 완전히 별개가 된다. 그러나 보살은 다르다.

"세간(世間)을 위해서, 세간에서"라고 하였다. '세간을 위해서'는 이 윤회(輪廻) 세간에 머물고 있는 중생(衆生)을 위한다는 의미이다. 중생을 위해 보살(菩薩)은 세간에 머무르며 세간의 온갖 일을 행한다. 세간에 머물며 세간 중생의 일을 함께한다면, 세간의 범부(凡夫) 중생처럼 탐진치(貪瞋癡)의 번뇌(煩惱)에 사로잡혀 온갖 일을 자행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간의 염오(染汚)가 묻지 않으면서 행한다"라고 하였다. 보살은 세간에서 가족, 친구, 동료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그들과 어울리지만, 단지 그들에게 응하여 그렇게 할 뿐, 그들에게 탐착하여 함께하지 않는다. 이익을 얻으면 즐거워하거나 손해를 입으면 분노하는 경우는 없다. 보살은 세간에서 중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를 행하지만, 번뇌와 업, 불선(不善)의 더러움이 조금도 묻지 않으면서 그렇게 한다. 보살은 다만 중생들에게 맞추어 그들을 위해 행할 뿐이다. 우리가 정말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보살행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학생 : 보살이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불선(不善)을 행할 수도 있을까요?

켄뽀 : 보살이 방편(方便)을 행한다면, 설사 겉보기에는 불선(不善)처럼 보이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선(善)하다. 보살은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러 번뇌(煩惱)의 행을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때로는 보살이 이타(利他)를 이루기 위해 번뇌의 행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 사회를 기준으로 본다면 중생(衆生)을 이롭게 하는 데 가장 편리한 사회적 위치는 군왕(君王)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에 군왕이 된 자는 슬하에 자손을 많이 두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 신민(臣民)을 이롭게 하는 덕목이라고 여겨졌다. 보살이 군왕으로 태어나 백성을 이롭게 하려면, 많은 자손을 두기 위해 때로는 번뇌를 수반하는 부정행(不淨行)을 해야만 한다.

범부는 자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번뇌의 행을 하지만, 보살은 이타를 위해 번뇌의 행을 한다. 보기에는 마찬가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세간의 일은 외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겉보기에 어떠한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불법(佛法)의 일은 내면이 중요하다. 이 심상속(心相續)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전통에 따라 치열한 수행을 통해 높은 경지를 이룩하고, 중생을 위해 널리 법을 펼치시는 스승들이 계신다. 또한 한편으로는 세속적인 경영 능력이 뛰어나서 큰 단체를 조직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쥐락펴락하는 소위 '종교 지도자'들이 있다. 외관상으로는 두 지도자의 조직 양상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는 일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내막은 전혀 다름을 식견 있는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연꽃이 물 안에서

태어나지만, 물의 더러움이 묻지 않듯

마찬가지로 그는 세간에

태어나지만, 세간의 법이 묻지 않는다. [1.72]

།ཇི་ལྟར་པདྨ་ཆུ་ནང་དུ། །སྐྱེས་པ་ཆུ་ཡིས་གོས་པ་མེད།

།དེ་བཞིན་འདི་ནི་འཇིག་རྟེན་དུ། །སྐྱེས་ཀྱང་འཇིག་རྟེན་ཆོས་མི་གོས།

1.72는 1.71의 내용을 비유로써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보살이 세간에 머문다면 세간 범부와 별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마치 연꽃이 물 안에서 태어나지만, 물의 더러움이 묻지 않듯"이라고 하였다. 연꽃은 더러운 물, 진흙 속에서 자라난다. 그러나 연꽃에는 오수(汚水)도 진흙도 묻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는 세간에 태어나지만, 세간의 법이 묻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는 보살을 지칭한다. 연꽃과 마찬가지로 보살은 세간에 태어나고, 세간과 비슷하게 먹고 마시고 자며 머무르지만, 세간의 법에 오염되지 않는다.

세간의 법이란 무엇인가? 세속팔법(世俗八法, Tib. 'jig rten chos brgyad, Skt. aṣṭalokadharma)을 말한다. 세속팔법이란 ①이득 ②손해 ③명성 ④무명 ⑤칭찬 ⑥비난 ⑦즐거움 ⑧괴로움이다. 세간에서는 온갖 재물이나 이익을 얻으면 즐거워하고 손해를 입으면 싫어한다. 명성을 얻으면 좋아하고 무명에 처하면 좌절한다. 타인의 존경과 칭찬에 기뻐하고 비난에 괴로워한다. 쾌락을 누리면 좋아하고 고통을 겪으면 견디지 못한다.

스승들은 수행자가 결코 이 세속팔법에 속박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가르치셨다. 그러나 세간의 범부라면 이 세속팔법과 무관한 이는 없다. 성자의 지위에 이르러야 비로소 세속팔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직 범부인 수행자에게 무조건 세속팔법을 버리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세속팔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면, 그는 이미 성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행자라면 세속팔법을 멀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세속팔법과 거리를 두려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수행자가 될 수 없다. 수행자는 세속팔법에 얽매이면 올바른 수행이 될 수 없음을 알고, 굳은 확신으로 세속팔법을 멀리하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수행자가 세속팔법을 가까이하고 그것에 집착한다면, 꾸준하고 탄탄한 수행의 일상을 이어갈 수 없다. 이 여덟 가지는 늘 마음을 동요시켜 한시도 안정을 찾을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이 세속팔법에 물들었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려울뿐더러, 타인이 그것을 가늠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세간에서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신체와 언어의 선과 불선의 행만을 판별하지만, 불교에서는 밖으로 드러나기 전의 내면의 마음을 강조한다. 수행자는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행위도 근절해야 하지만, 더 나아가서 마음속에서 남을 해치려는 의도가 일어나면 이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참회하고 제거해야 한다.

학생 : 탐진치와 같은 번뇌의 강한 동기가 없다면 세속에서 성공을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요? 무기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켄뽀 : 탐진치와 같은 격정이 없어도 훌륭하게 일을 이룰 수 있다. 역사 속의 그리고 오늘날의 위대한 스승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욕망과 분노 같은 격한 마음이 없이도, 훌륭하게 인류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온갖 사업들에 성공했다. 다양한 단체를 조직하여, 많은 이들에게 성인의 가르침을 성공적으로 전달하였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복지 사업에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 모두가 탐진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자비심을 동기로 하여 이루어진 일이다.

행(行)을 함에, 늘 마음이

불(火)과 같이 타오르며

적정(寂靜)한 선정(禪定)·등지(等至)에

항상 몰입해 있다. [1.73]

།བྱ་བ་སྒྲུབ་ལ་རྟག་ཏུ་བློ། །མེ་བཞིན་དུ་ནི་འབར་བ་དང་།

།ཞི་བའི་བསམ་གཏན་སྙོམས་འཇུག་ལ། །རྟག་ཏུ་སྙོམས་པར་ཞུགས་པ་ཡིན།

보살이 탐진치 등의 번뇌에서 자유롭다면, 그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행(行)을 함에, 늘 마음이 불(火)과 같이 타오르며"라고 하였다. '행을 함'은 보살이 중생을 위한 이타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살은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행을 하려는 마음이 늘 있다. 보살은 어떻게 이러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가? '불(火)과 같이 타오르며'라고 하였다. 한겨울에 나무가 극도로 건조한 상태가 되면, 별다른 외부의 영향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나무끼리 부딪혀 불길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보살에게는 이타의 마음이 마치 불길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인위적인 노력은 필요하지 않다. 그 마음은 자연스러운 불길과 같다.

"적정(寂靜)한 선정(禪定)과 등지(等至)에 항상 몰입해 있다."라고 하였다. 보살은 모든 분별망상이 적정(寂靜)한 선정(禪定)·삼매·등지(等至)를 닦는다. 고(苦)와 업과 번뇌가 이미 없는데도 어째서 등지에 들어가는가? 보살에게는 여전히 미세한 소지장(所知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세한 소지장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타행을 하는 데 장애가 된다.

학생 : 선정, 삼매, 등지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켄뽀 : 1.73에서는 선정, 삼매, 등지가 모두 같은 의미로써 사용되었다. 일반 교리에서의 설명은 이러하다. 선정(禪定, Tib. bsam gtan, Skt. dhyāna)이란 마음이 견고하게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등지(等至, Tib. snyoms 'jugs, Skt. samāpatti)란 마음이 균등한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티베트어로 snyoms은 균등하다는 의미로, 일상 언어에서는 길이가 균등하다(Tib. ring thung cha snyoms po), 높낮이가 균등하다(Tib. mtho dman snyoms po)라는 식으로 활용된다.

초선에서 제4선에 이르는 4선정(四禪定, Tib. bsam gtan bzhi)에 4무색정(四無色定, Tib. gzugs med bzhi)을 더하고, 수(受)와 상(想)의 작용을 정지하고 멸(滅)에 집중하는 멸진정(滅盡定, Tib. 'gog pa'i snyoms 'jug)을 포함하여 9등지(九等至, Tib. snyoms 'jugs dgu)라 한다. 이 9등지를 순차적으로 닦는 수행을 구차제정(九次第定, Tib. mthar gyis gnas pa'i snyoms 'jug dgu, Skt. nava anupūrvavihāra samāpatti)이라고 한다.

4선과 4무색정은 모두 세간도(世間道, Tib. 'jig rten pa'i lam, Skt. laukika-mārga)에 속하며, 세간의 등지를 통해 경안(經眼, Tib. shin sbyang, Skt. prasrabdhi)의 즐거움을 얻거나 신통을 성취할 수 있으나,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회에서의 해탈을 위해서는 윤회의 근간인 아집(我執)을 제거해야 하며, 이는 무아의 지혜를 증득함으로써 가능하다. 반면 멸진정(滅盡定)은 무아(無我)를 대상으로 집중하여 수(受)와 상(想)의 작용이 소멸한 상태로서 성도(聖道)에 포함된다.

이전에 던졌던 힘 그리고

일체분별에서 자유로우므로

그는 유신(有身)을 성숙시키는

목적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 [1.74]

།སྔོན་གྱི་འཕེན་པའི་དབང་དང་ནི། །རྣམ་རྟོག་ཐམས་ཅད་བྲལ་བའི་ཕྱིར།

།དེ་ནི་ལུས་ཅན་སྨིན་པ་ཡི། །དོན་དུ་འབད་པ་བྱེད་མ་ཡིན།

여기서 먼저 보살10지 중 부정7지와 청정3지의 구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학의 일반적 견해에 따르면, 견도(見道)는 초지(初地)에 해당하며, 보살 10지 중 초지부터 7지까지는 부정(不淨) 7지로, 8지, 9지, 10지는 청정 3지(淸淨三地, Tib, dag pa sa gsum)로 구분된다. 일부 주석서에서는 초지부터 7지까지 번뇌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부정(不淨) 7지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주석서에서는 조대한 수준의 상(相)을 취(取)하는 분별(取相分別, Tib. mtshan mar 'dzin pa'i rnam rtog)이 있다는 점에서 초지에서 7지까지를 부정7지, 그리고 8지, 9지, 10지는 조대한 취상(取相)의 분별이 사라지고 미세한 취상(取相)의 분별만이 남아있기에 청정3지라고 한다.

학생 : 상(相)을 취(取)하는 분별(分別)이란 무슨 의미입니까?

켄뽀 : 여기서 '상(相)을 취(取)한다'는 것은 상(想, Tib. 'du shes, Skt. saṃjñā)의 작용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얗다', '이것은 나무이다'라고 분별하여 아는 것이다.

"이전에 던졌던 힘 그리고 일체분별에서 자유로우므로 그는 유신(有身)을 성숙시키는 목적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유신(有身, Tib. lus can)이란 중생을 의미한다. 잠곤꽁뚤의 주석에 따르면, 보살 10지에서는 의도적인 분별이 모두 변화하여 제거되었으므로 중생을 구제하고자 분별을 수반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9지 이하까지의 이전에 세운 서원(誓願) 등의 '던졌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행을 성취하고, 항상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무량한 중생의 이익을 성취한다.

학생 : '던졌던 힘'이 무슨 의미인지요? 한국어로는 어색하게 들립니다.

켄뽀 : 1.74에서 '이전에 던졌던 힘(Tib. sngon gyi 'phen pa'i dbang)'이란 보살이 이전에 세워온 서원(誓願)과 축적한 공덕의 자량(資糧)의 위력을 의미한다. 이전에 어떤 업을 행했다면, 그 업이 현재는 없더라도 그 위력이 그 이후에도 작용한다. 이를 '던졌다'라고 표현한다. 마치 하늘로 공을 던지면 떨어질 때까지 그 던져진 힘으로 공중에 떠있는 것과 같다.

아비다르마에서는 업(業)의 작용을 설명할 때, 내생의 과(果)를 야기하는 업에는 던지는 업(引業, Tib. 'phen byed kyi las)과 완성하는 업(滿業, Tib. rdzogs byed kyi las)이 있다고 한다. 인업(引業)은 선(善)임에도 만업(滿業)은 불선(不善)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는 업은 인업(引業)이고, 일단 인간으로 태어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 아프거나 병들거나 괴로움을 겪거나 어떤 일을 하느냐 등을 결정하는 것은 만업(滿業)이다.

가르침과 색신(色身)들을

활용하고, 위의로(威儀路)로써도

누구를 어떻게 무엇으로써 교화할지

그는 그것을 바로 안다. [1.75]

།བསྟན་དང་གཟུགས་སྐུ་དག་དང་ནི། །སྤྱོད་དང་སྤྱོད་ལམ་གྱིས་ཀྱང་རུང་།

།གང་ཞིག་ཇི་ལྟར་གང་གིས་འདུལ། །དེས་དེ་དེ་ལྟ་ཉིད་དུ་ཤེས།

"가르침과 색신(色身)들을 활용하고"라고 하였다. '가르침'이란 중생들 각자에게 알맞은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색신(色身)들을 활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화신(化身)을 나투어서 보이는 것이다. 보살은 8지부터는 직접 중생에게 가서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화신을 나타낸다고 한다. 때로는 아름다운 나무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에 맞추어 다양한 중생의 모습을 나투기도 한다. 『입보살행론(入菩薩行論)』(Tib. spyod 'jug, Skt. bodhisattva-caryā-avatāra, D3871)의 제10품에서는 배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배가 되고, 다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다리가 된다고 하였다. 어쩌면 더울 때 켜는 냉방기와 추울 때 켜는 난방기도 보살의 화현일 수도 있겠다.

"위의로(威儀路)로써도"라고 하였다. 위의로(威儀路, Tib. spyod lam, Skt. īryāpatha)에서 티베트어 spyod는 어떤 것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살은 온갖 다양한 행위를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 때로는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누구를 어떻게 무엇으로써 교화할지 그는 그것을 바르게 안다"라고 하였다. 1.75의 4행에서 '그'는 보살을 가리키며, '그것'은 제자를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을 의미한다.

10지 보살은 부처에 근접하게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 Tib. sher phyin mngon rtogs rgyan, Skt. Abhisamayālaṃkāra-śāstra, D3786)에서는 『십지경』(十地經, Tib. mdo sde sa bcu pa)을 인용하며 불지(佛地, Tib. sangs rgyas kyi sa)를 설명한다. 10지 보살은 부처의 최상의 화신(Tib. mchog gi strul sku, 殊勝化身)과 마찬가지로 12행상(十二行相, Tib. mdzad pa bcu gnyis) 등을 보임으로써 중생을 구제할 수 있으므로, 보살 10지를 일컬어 불지(佛地)라고도 명명한다.

학생 : 최상의 화신이란 무엇입니까?

켄뽀 : 부처의 색신(色身)에는 보신(報身)과 화신(化身)이 있다. 화신 중에서 이 세간에 직접 출현하여 법을 설하시는 본사(本師)가 되시는 화신을 최상의 화신, 곧 수승화신(殊勝化身)이라고 하며, 수승화신은 12행상(十二行相)의 행적을 보이신다. 부처의 화신은 다양하지만 모든 화신을 수승화신이라고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