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 교정 및 교열 : 캄따시링 역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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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가 논사의 탱화

8. 삼귀의처(三歸依處)

사리뿌뜨라 장로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본성(本性, Tib. gnas lugs)을 보고자 한다면 오직 청정한 믿음에 의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믿음이라고 하면, 무조건 맹신이나 미신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작금(作今)의 수행에서는 믿음은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현대사회 시민들의 지식수준은 전근대 사회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므로 종교의 권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고, 이러한 상황은 불교 수행에 믿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법에 대한 믿음과 헌신이 없다면, 가르침의 힘과 궁극적인 본성의 위력을 제대로 경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의 일이다. 나의 본찰(本刹)인 북인도 캄파가르(Khampagar) 사에 노스님 한 분이 계셨다. 이 스님은 전대의 린뽀체께서 주석하시던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법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향촉을 불보살님 전에 올리는 소임을 맡아오셨던 분이다. 하루는 대만 불자들의 요청으로 해외 순방을 다녀오신 법주(法主) 캄툴 린뽀체께서 귀국하여 다시 사중으로 돌아오셨다. 티베트 불교문화에서는 본찰의 큰 어른께서 먼 길을 다녀오시면 사찰 대중이 사찰 입구 안팎에 줄지어 서서 영접하는 것이 전통 예법이다. 사하촌(寺下村)의 사람들이 스승의 그림자를 향해 합장하고 절을 올리며, 스님들은 사찰 입구에서 법당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법구(法具)로써 법음(法音)을 연주하여 웅장하게 장엄한다. 그리고 스승이 나아가시는 길목마다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른다. 그날도 그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다른 대중들이 앞뒤를 다투어 스승을 맞이하고, 스승이 경내로 들어오신 뒤에 그 뒤를 따라 법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노스님은 그저 묵묵히 자기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멀리 스승이 계신 방향으로 경건하게 절을 올리기만 하였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에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한 나는 속으로 깊이 감복했다. 물론 스승과 밀착하여 함께하고 있는 이들도 큰 믿음과 헌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멀리서 예경하고 묵묵히 헌신하는 노승에게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진실하고 청정한 믿음이 드러났다. 그때 나는 그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이 노스님은 크게 병을 앓으셨다. 병원에서는 간암 말기로 진단하며, 더는 조금도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사중의 다른 스님들이 크게 걱정했지만 노스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절로 돌아와서는 그저 늘 해오신 대로 법당을 청소하고 향촉을 밝히실 뿐이었다. 다시 시일이 지나, 스님의 병세가 악화되어 이제는 거동이 쉽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이번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한 노스님은, 병든 몸을 이끌고 산 위로 스승이신 캄툴 린뽀체를 뵈러 올라갔다. 스승께서는 노쇠한 제자에게 관정(灌頂) 의식을 내리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수지(受持) 한 후, 스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고요히 입멸(入滅)하셨다.

위중한 병증과 극심한 고통에도, 노스님의 서약(Tib. dam tshigs, Skt. samaya)과 믿음에는 조금의 변화가 없었고 고통마저 제압하였다. 진정한 믿음과 헌신의 힘은, 설사 주위 환경이 극도로 혹독하고 이 몸이 너덜너덜하게 병들더라도 결단코 흔들림 없는 마음의 행복과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 여러분은 명심해야 한다. 심자성(心自性)을 증득하여 법미(法味)를 경험하는 것도 그저 논리적 사유에만 의지해서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헌신과 믿음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염오를 수반하는 진여와 무구(無垢),

무구(無垢)의 부처, 덕(德), 승리자의 행(行)

그로부터 훌륭한 삼보가 나오니

곧 승의(勝義)를 보는 이들의 대상이다. [1.23]

།དྲི་བཅས་དེ་བཞིན་ཉིད་དང་དྲི་མ་མེད། །དྲི་མེད་སངས་རྒྱས་ཡོན་ཏན་རྒྱལ་བའི་མཛད།

།གང་ལས་དཀོན་མཆོག་དགེ་བ་གསུམ་འབྱུང་བ། དོན་དམ་གཟིགས་པ་རྣམས་ཀྱི་ཡུལ་ཉིད་དོ།

7금강구 중에서 앞의 불, 법, 승 3금강구는 과(果)이고, 나머지 4가지인 계(界), 보리, 덕, 행(行) 혹은 사업(事業)은 인(因)이다. 어째서 나머지 4금강구가 원인인가? 일단 4번째 금강구인 계(界) 혹은 심자성(心自性)은 토대이자 최초의 원인이다. 우리에게는 심자성이 이미 내재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으며, 왜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바로 객진(客塵, Tib. glo bur, Skt. āgantuka)의 염오(染汚)가 장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진의 염오가 모두 제거되면, 비로소 이것을 부처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처는 아무것도 없는 공무(空無)가 아니다. 분명한 덕을 갖추고 있다. 부처의 덕에 의해, 제자 유정들을 향한 지혜, 연민, 설법 등의 부처의 행(行) 혹은 사업(事業, Tib. 'phrin las, Skt. kārya)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불사업(佛事業)의 설법에 의해, 불법승 3보가 생겨난다.

"염오를 수반하는 진여와 무구(無垢)"는 7금강구 중의 4번째인 '계(界)'에 해당한다. 염오를 수반하는 심자성(心自性)·진여(眞如)의 본질은 무구(無垢)이다. 그러므로 객진의 염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설사 금 속에 구리가 섞여 있어도 구리가 금의 본성을 침해하지 못하므로, 구리를 제거하고 순수한 금을 정제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무구(無垢)의 부처"는 7금강구 중의 5번째인 '보리'이다. 객진의 염오라는 허물이 모두 사라지면 더 이상 어떠한 허물도 없기에, 무구(無垢)의 부처라고 한다. 이 무구한 부처에게는 '덕(德)'이 있고, 이것이 7금강구 중의 6번째이다. 부처의 덕에는 10력(十力), 4무외(四無畏), 18불공법(十八不共法) 등의 다양한 것들이 있다. 부처의 덕을 요약하자면, 우선 마치 거울 속에 영상이 나타나듯 일체 소지법(所知法)을 알 수 있는 '지의 덕(智德)'이 있으며, 그러한 지혜가 없는 유정들에게 연민을 일으켜 그들을 해탈과 일체지자의 경지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힘의 덕(力德)'이 있다.

그다음으로 "승리자의 행(行)"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7금강구 중의 7번째에 해당한다. 승리자 부처의 행이란 무엇인가? 바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생을 이롭게 함에 으뜸가는 행은 무엇인가? 바로 설법이다. 불(佛)이 법(法)을 설하니, 제자가 그 법을 듣고 수행하여 승(僧)이 된다. 승이 수행의 궁극에 도달하면 마침내 부처를 이룬다. 그런데 부처에게는 분별, 인위적인 의도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처는 중생에게 법을 설할 수 있는가?

부처의 지혜는 허공과 같으며, 부처의 자비는 허공 중의 구름과 같다. 허공이 구름을 드리우겠다고 의도하거나, 구름이 일부러 비를 땅에 내리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구름에서 빗방울이 자연히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법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에 의해 자연히 설해진다. 부처의 행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 밭에 뿌려진 종자 중에서 어떤 종자는 빗방울을 맞아 싹을 틔우고, 또 어떤 종자는 상해서 싹이 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부처의 설법을 통해, 어떤 제자는 성숙하지만 어느 제자는 과(果)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종자는 비라고는 조금도 내리지 않는 지역에 있을 수 있다. 즉 사람의 몸을 얻었더라도, 부처의 법을 조금도 접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그로부터"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는 1.23번 게송의 1행과 2행을 의미한다. 인(因)에 해당하는 4금강구로부터 "훌륭한 삼보가 나오니"라고 했는데, 즉 불보와 법보와 승보가 그로부터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곧 승의(勝義)를 보는 이들의 대상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원인과 결과의 심오한 양상은 오직 궁극적인 승의를 보는 부처들만이 아시는 영역으로, 부처가 아닌 존재들은 알 수 없다.

삼보, 이것의 종성(種性)은

일체를 보는 이들의 대상이다.

그것은 또한 4가지이며

순차적으로 4가지 인(因)에 의하니 불가사의하다. [1.24]

།དཀོན་མཆོག་གསུམ་པོ་འདི་ཡི་རིགས། །ཐམས་ཅད་གཟིགས་པ་རྣམས་ཀྱི་ཡུལ།

།དེ་ཡང་རྣམ་བཞི་གོ་རིམས་བཞིན། །རྒྱུ་བཞི་ཡིས་ནི་བསམ་མི་ཁྱབ།

"삼보, 이것의 종성(種性)은"이라고 하였다. 7금강구 중 앞의 3개인 삼보는 과(果)이고, 4번째인 종성(種性, Tib. rigs, Skt. gotra)'은 삼보의 '인(因)'이다. 그리고 나머지 금강구인 보리, 덕, 행은 '연(緣)'에 해당한다. "일체를 보는 이들의 대상이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일체를 보는 이'는 부처를 가리킨다. 삼보와 계(界) 등의 상호 인과관계는 범부는 물론이고 성문과 독각조차 알 수 없으니 오직 일체지자인 부처만의 영역이다.

"그것은 또한 4가지이며 순차적으로 4가지 인(因)에 의하니"라고 하였다. 7금강구 중에서 뒤의 4가지 금강구인 계, 보리, 덕, 행이 이러한 순서로 배치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계에 의해 보리가, 보리에 의해 덕이, 덕에 의해 부처의 행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순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의 양상은 범부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불가사의하다."라고 하였다. 태양과 태양의 빛, 물과 그 적심과 축축함의 속성처럼, 본질을 각각 구분할 수 없고 동시에 함께 성립하기에, 일반적으로 원인에 의지해서 결과가 발생하는 양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의 본질에는 궁극적으로 순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정의 마음에 의거하여 순차가 있는 것처럼 현현할 뿐이다.

다시 정리하면, 불(佛)이 법을 설하고, 법을 설함에 의해 승이 생겨나며, 승보가 제자 유정들에게 계(界)·여래장이 있음을 보고, 여래장을 장애하고 있는 객진의 염오를 제거할 수 있는 도(道)를 그들에게 가르친다.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여 객진의 염오가 모두 사라지면, 마침내 계(界)는 7금강구 중의 5번째인 보리가 된다. 보리를 성취하면, 10력, 4무외, 18불공법 등의 부처의 덕도 구족하며, 부처의 덕을 갖추었기에 무량한 중생을 위해 법륜(法輪)을 굴리는 등의 부처의 행(行) 곧 불사업(佛事業)을 하게 된다.

또한 7금강구 중 앞의 3가지는 타인의 심상 속, 즉 부처에게 있는 것이며, 뒤의 4가지는 나 자신의 심상 속에 있거나 장차 생겨나는 것이다.

9. 계(界)

청정하나 번뇌를 수반하기 때문이며,

번뇌가 없고 청정하기 때문이며,

불가분의 법이기 때문이며,

무공용(無功用)이며 무분별이기 때문이다. [1.25]

།དག་དང་ཉོན་མོངས་དང་ལྡན་ཕྱིར། །ཀུན་ནས་ཉོན་མོངས་མེད་དག་ཕྱིར།

།རྣམ་པར་དབྱེ་བ་མེད་ཆོས་ཕྱིར། །ལྷུན་གྲུབ་རྣམ་པར་མི་རྟོག་ཕྱིར།

1.25부터는 7금강구 중 뒤의 4가지 금강구에 대해 차례대로 설명한다. 1행에서 "청정하나 번뇌를 수반하기 때문이며"라고 하였다. 이것은 계(界) 금강구를 가리킨다. 계 혹은 여래장은, 무시이래 청정하고 밝고 빛나는 본성이 객진의 염오에 덮여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염오에 가려져 있다고 하지만 본성 그 자체가 염오에 덮여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마음이 번뇌와 허망분별에 덮여있기 때문에, 청정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을 감아버리면 눈앞의 허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허공 자체가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의 눈을 가렸을 뿐이다.

"번뇌가 없고 청정하기 때문이며"는 5번째 금강구인 '보리'이다. 여래장으로부터 염오가 완전히 정화되어 제거되었을 때, 이것을 '보리(Tib. byang chub, Skt. bodhi)'라고 한다. 그런데 소위 법의 본성을 진정으로 깨달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마음속에 분별망상과 번뇌가 더 이상 전혀 생겨나지 않으면, 비로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불가분의 법이기 때문이며"라고 하는데, 이것은 6번째인 덕(德) 금강구를 가리킨다. 부처의 이 덕은 장애를 제거하여 새롭게 발생시킨 것이 아니다. 범부였을 때부터 이미 내재해 있던 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무공용(無功用)이며 무분별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7번째 행(行) 금강구에 해당한다. 부처에게는 덕이 있으며, 덕에 의해 행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행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무공용(無功用)으로 이루어진다. 어째서 무공용인가? 부처에게는 허망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본성은 분별에서 떠난 것이니, 그 안에 등지(等持)로 머물면 모든 허망분별이 소멸하고 부처를 이룬다. 그렇다면 분별이 전혀 없는데 부처님은 어떻게 다르마를 설하고 자비심을 일으키시는가? 이것은 마치 여의보주(如意寶珠)와 같다. 여의보주는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인데, 여의주 자체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작위적인 의지가 부재한다. 그러나 사용자의 열망을 이루어주려는 의도나 분별이 전혀 없음에도, 여의보주 자체의 가치와 능력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처에게는 어떠한 분별도 없지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중생을 이롭게 한다.

그런데 부처와 무공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혹 어떤 사람은 자기가 부처가 되는 것에 아무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그냥 부처가 된다니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일단 여의보주를 탐색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전혀 하지 않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면 듣기에는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말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헛소리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선대의 성취자와 조사(祖師)들의 일대기를 보면 일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이 깨달음에 앞서서 온갖 난행과 고행으로 부단히 정진하였고, 어렵게 스승을 뵙고 구결(口訣, Tib. dam ngag, Skt. upadeśa)을 익혔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부단하고 치열한 노력 후 마침내 어느 날 자성을 깨닫고 나면, 비로소 이전에 생각했던 것은 모두 틀렸고 자성을 아는 것은 참으로 쉽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앞서 치열하고 끝없는 무수한 노력을 통해, 스승들이 공덕을 쌓고 업장을 정화했음을 알아야 한다.

깨달을 바, 깨달음, 그것의 가지(支),

깨닫게 하는 것이므로,

순서대로 1구(一句)는 청정의 인(因)이고

3가지는 연(緣)이다. [1.26]

།རྟོགས་བྱ་རྟོགས་པ་དེ་ཡི་ནི། །ཡན་ལག་རྟོགས་པར་བྱེད་ཕྱིར་ཏེ།

།གོ་རིམས་ཇི་བཞིན་གནས་གཅིག་དེ། །དག་རྒྱུ་གསུམ་ནི་རྐྱེན་ཡིན་ནོ།

1.26에서는 계, 보리, 덕, 행의 4금강구의 순서에 대해 설명한다. 이 게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교철학의 기초 개념 중에, 경(境, Tib. yul, Skt. viṣaya)과 유경(有境, Tib. yul can, Skt. viṣayi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경(境)은 인식 대상이고, 유경(有境)은 대상(境)을 지니는 주체로서, 주관 혹은 인식주체를 말한다.

"깨달을 바"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4번째 금강구인 계(界)를 가리킨다. 계는 깨달아야 하는 대상으로서 즉 '경(境)'이다. 그리고 "깨달음"은 이 계에 대한 깨달음으로, 5번째 금강구인 '보리'에 해당한다. 보리는 깨달아야 하는 대상인 계를 깨닫고 인식하는 주체로서, 계의 '유경(有境)'이 된다.

"그것의 가지(支)"는 6번째 금강구인 덕(德)이다. 보통 몸이 온전히 있다면 그것에는 팔 한 쌍과 다리 한 쌍의 사지(四肢)가 있을 것이다. 그와 비슷하게, 보리는 몸과 같고 덕은 보리의 가지가 된다. "깨닫게 하는 것"은 7번째 금강구인 행(行)이다. "순서대로 1구(一句)는 청정의 인(因)이고 3가지는 연(緣)이다."라고 하였다. '순서대로'는, 계→보리→덕→행의 순서를 의미한다.

계(界) 금강구는 3보가 발생하는 근원으로 인(因)이다. 그리고 보리, 덕, 행은 3보가 발생하는 연(緣)이다. 계를 깨달음으로써 보리를 성취하고, 보리를 성취하면 덕을 갖춘다. 덕에 의지하여 유정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고 신통을 보이니, 이렇게 부처의 행을 한다. 그리고 부처의 행에 의해 마침내 다른 중생들이 여래장을 깨닫고 부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