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리”

부처님이 들려주는 깨달음의 시 <63> 양극단을 떠나지 못하면…

(ⓒ장명확) 

이미 얻은 것도 앞으로 얻게 될 것도

아픈 자나 찾는 자에게

그 양자는 티끌로 덮여 있다. 

학습계율을 핵심으로 삼아

규범과 의례와 생계와 청정한 삶을 핵심으로 삼는다면

이것이 첫 번째의 극단이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허물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것이 두 번째의 극단이다.

이러한 양극단은 무덤을 증대시키고

무덤은 사견을 증대시킨다.

이 양극단을 잘 알지 못하고

어떤 자들은 물러서고 어떤 자들은 지나친다. 

반면에 그것을 잘 알아

거기에 머물지 않았고

그 결과로 망상을 여읜 님들,

그들을 묘사해 줄 윤회는 없다.  

                          - 전재성 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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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욕망을 바탕으로 하는 욕계 중생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또 아무리 철저한 것이라고 해도, 고귀한 경지에서 보면 모두 경계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사실 이런 점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어려움들이다. 두루 알다시피 부처님께서는 일생을 통해 보여주신 완전한 삶의 경영을 통해 극단의 삶이 위험한 것임을 알려주신 바 있다. 출가 전의 삶을 통해 세속적 쾌락과 이를 추구하려는 욕망이 부질없는 짓임을 설파하셨고, 출가 후에는 당시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극한의 고행이 궁극으로 이끄는 길이 아니며 서둘러 버려야 할 사도에 불과함을 무려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해 가르쳐주셨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정 제일주의에 빠지는 것, 그리고 선정이 최고의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 역시 당신께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 그 한계를 통찰하는 스스로 체험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내셨다. 

부처님의 핵심적 가르침인 중도(中道)를 정도(正道) 또는 성도(聖道)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중도가 어정쩡한 가운데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명제는 살아가면서, 특히 수행정진을 하면서 부딪칠 때마다 매우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 재세 당시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수시로 이런 일들이 생겨났을 것이고, 특히 심각한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예로 들어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해당하는 가르침을 설하셨을 것이다.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에 속한 <우다나-감흥 어린 시구>의 ‘기녀의 경(Gaṇikā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의 죽림정사에 머무실 때, 저잣거리의 두 파벌이 한 기녀에게 매혹되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논쟁하고 말다툼하고, 쟁론하고, 나아가 서로 주먹질 하고, 흙덩이로, 막대기로, 칼로 공격하며 죽거나 죽을 정도로 고통과 상처를 입히는 일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라자가하 시의 축제가 있었던 한 때에 놈팡이들이 일단의 창녀들과 함께 돌아다니다가 하나씩 창녀를 데리고 유원으로 들어가 이삼일 동안 유희를 즐겼다. 그런데 그다음 날 다른 일단의 놈팡이들이 축제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창녀들을 데리고 왔는데, 앞선 놈팡이들이 데리고 왔던 한 창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자 두 놈팡이 집단 사이에서 창녀의 소유권을 놓고 다툼이 일어나 급기야 서로 죽고 죽이는 사달이 발생한 것이다.    

이 심각한 사건은 곧 탁발을 위해 거리로 나갔던 수행승들의 눈에 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부처님께도 알려지게 되었는데, 부처님께서 제자들에 대한 무량한 자비심과 연민으로 때맞춘 감흥 어린 시구를 읊으신 것이다. 부처님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부처님 재세 시에 태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듣고 지혜의 길을 갈 수 있었던 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시구 ‘이미 얻은 것도 앞으로 얻게 될 것도’는 형상과 느낌 등의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갈래에서 생겨난 것들과,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충족되어야 한다는 삿된 견해에 의존하여 얻게 될 것을 말하다. 또한 막칼리 꼬쌀라를 따르는 사명외도들처럼 벌거벗고 다니는 등의 극단적인 금욕과 규범을 통해 만난 자기 학대와, 이런 극단적 행위로 앞으로 얻게 될 업보를 의미한다. 

- 시구 ‘아픈 자나 찾는 자에게’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으로 병든 자와 그 과보로 괴로워하는 자, 그리고 그 양자 때문에 치유의 갈망을 통해서 오염의 과보를 추구하는 자를 말한다. 또한 신체적 고행으로 아파하는 자나 사견을 추구하는 자를 의미한다.  

- 시어 ‘티끌’은 탐진치 삼독심으로 일어나는 괴로움의 먼지를 의미한다.

- 시구 ‘규범과 의례와 생계와 청정한 삶을 핵심으로 삼는다면’은 부처님 재세 당시 결정론을 주장한 사명외도 막칼리 꼬쌀라의 이론을 가리킨다. 막칼리 꼬쌀라는 모든 것은 자연의 불변의 법칙으로 생겨난다고 주장했고, 인간의 모든 체험에서 우연을 추방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들이 강하게 결정되어 있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모든 사건들이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 운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숙명론의 한계를 드러냈다. 

- 시구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허물이 없다고 말한다면’은, 이와 같은 잘못된 생각이나 견해를 갖고 있다면 자동적으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빠져들어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름지기 수행자는 감각적 쾌락에서 미래의 두려움을 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 시어 ‘양극단’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 향하는 것과 자신을 괴롭히는 고행을 일삼는 것 두 가지를 말한다. 

- 시구 ‘무덤을 증대시키고’는 갈애와 무명을 무덤에 비유한 것으로, 갈애와 무명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 시구 ‘무덤은 사견을 증대시킨다’는 갈애와 무명, 증 무덤이 증대되면 수반적 작용에 의해 ‘주어진 것은 없는 것이다.’ 등의 무론(無論)이나 무작론(무작론)이나 무인론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 시구 ‘어떤 자들은 물러서고 어떤 자들은 지나친다.’는 감각적 쾌락에서 비롯된 욕망의 즐거움에 몰입하면 정진할 수 없고 해태에 빠져 올바른 실천을 움츠려 들게 함으로 ‘물러서고’라고 하는 것이고, 반대로 자기를 괴롭히는 것에 몰입하여 나태를 버리고 잘못된 수단으로 애쓰기 때문에 올바른 실천을 간과함으로 ‘지나친다’고 표현한 것이다. 

- 시구 ‘그것을 잘 알아’는 양극단의 위험성을 잘 파악하면 결과적으로 탁월한 지혜로 통찰을 수반하는 길을 아는 지혜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 시구 ‘망상을 여읜 님들’은 갈애와 견해에 의한 자만을 통해서 망상하지 않는 자라는 의미이다. 

- 시구 ‘그들을 묘사해 줄 윤회는 없다’는 일체의 자만을 버린 참사람은 집착을 여의고 완전한 열반에 들어, 업의 성숙으로 인한 오염으로 인해 삼계를 윤회하는 일이 없고, 현존하는 존재의 다발[오온]이 부서진 결과로 연로가 꺼진 불꽃처럼 사라져 묘사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