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손에 칼을 쥔

악귀들과 말하는 것이 낫다.

물려 죽더라도

독사를 만지는 것이 낫다. 

결코 혼자서

한 여성과 대화하지 말라.

눈빛과 미소로 여인은

사띠 잃은 자를 묶어버린다. 

얇은 옷으로나

매혹적 목소리를 내더라도

기절하였거나 죽었더라도

접근하는 것을 삼가라.

여인의 몸에서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종류를 보고

형상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에 매혹된다. 

욕망의 거센 흐름에 표류하면서

욕망을 보지 못하고

윤회 속에서 시간과 운명과

여러 존재에 이끌린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완전히 알아

두려움 없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피안에 도달한 자들이

번뇌의 멸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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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지금은 고인이 된, 역경원에서 경전번역을 주도했던 고 박경훈 선생으로부터 들은 법정스님 이야기이다. 법정스님이 대학생 불자들을 지도하며 뚝섬 봉은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법정스님이 젊은 여성들과 배드민턴을 치는 광경이 간혹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스님이 젊은 여성들과 한가롭게 놀고 있다며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대학생들에게 스님의 인기는 매우 높아서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 중에 여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행자가 자신의 방 안에서 여성과 차담을 하거나 상담을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 것이어서 스님은 부득이 밖으로 나와 배드민턴을 치며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고 가르침도 전했다는 것이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젊은 여성을 매몰차게 내쳤을 때 입을 상처를 염려한 연민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볼썽사납게 보였을지 몰라도 법정스님은 철저하게 범행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처럼 법정스님은 자신에게 무섭도록 철저하게 엄격한 춘풍추상의 삶을 경영했기에 생전에는 물론 열반에 드신 후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존경과 찬탄을 받는 위대한 스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사실 수행자에게 이성이 주는 유혹처럼 강렬한 것은 없다. 부처님 당시 교단에서도 수행자가 이성과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일이 이따금씩 발생했다. 그런 사례 가운데에는 놀랍게도 출가하여 비구와 비구니가 된 모자가 애욕에 빠진 일이 있었다. 싸왓티에서 수행승으로 안거에 든 모자가 세속에서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서로를 자주 보기를 원했고, 자주 본 뒤에 서로 접촉하게 되었고, 서로 접촉한 뒤에 친밀하게 되었고, 친밀해진 뒤에는 애욕에 빠지고, 애욕에 빠진 뒤에는 수행자의 배움을 버리지 않고 타락을 숨기고 성적 교섭을 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 소식을 비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부처님은 “어리석은 자가 어머니가 아들에 대하여 애욕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아들이 어머니에 대하여 애욕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탄식하고, 대중들을 향해 관련된 법문을 하셨다. 법문의 요지는 여자의 형상처럼 수행승들에게 애욕과 욕망, 도취, 속박을 일으키고 넋을 빼앗아, 멍에를 여읜 위없는 안온을 성취하는데 장애로 작용하는 다른 하나의 형상을 보지 못했다고 일갈하셨다. 부처님은 계속해서 여인의 소리, 냄새, 맛, 감촉에 대해서도 그 위험성을 설파하고 엄격하게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여자는 걸어가더라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서있더라도, 앉아있더라도, 누워있더라도, 웃더라도, 노래하더라도, 울더라도, 기절했더라도, 죽었더라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까지 말씀하셨다. 당시 부처님의 상가는 남성 수행자 중심으로 형성되었기에 여성이 수행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존재로 거론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비유는 여성에 대해 남성이 주는 위험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하겠다.

이런 이야기는 <앙굿따라니까야> 5:55 ‘어머니와 아들의 경(Mātāputtasutta)’에 등장한다. 부처님은 세속에서 모자였던 두 남녀 수행자의 부적절한 파계행을 크게 꾸짖음으로써 상가의 생명인 범행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이 법문을 설하신 뒤에 설법의 내용을 축약해 한 편의 시로 읊으신 것이다. 

- 시구 ‘욕망의 거센 흐름에 표류하면서 욕망을 보지 못하고’는 선문의 화두인 ‘병정동자래구화(丙丁童子來求火)’와 그 의미가 상통한다. 병정동자란 불을 가진 동자라는 뜻인데, 불을 가진 자가 또 불을 구하러 온 격으로 부처가 또 부처를 구한다는 뜻이 된다.

- 시구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완전히 알아’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가져올 파멸을 완전하게 체득했다는 뜻이다. 

- 시구 ‘두려움 없이’는 범행을 잘 지킨 비구는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을 만나든 두려울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계율을 어긴 자는 그 부끄러운 사실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시구 ‘번뇌의 멸진에 이르렀다.’은 모든 번뇌가 완전하게 소멸된 상태, 즉 안온, 열반이 성취된 경지를 말한다.